편견과 괴소문에 신음하는 이슬람교
편견과 괴소문에 신음하는 이슬람교
  • 안원경 기자
  • 승인 2010.02.26
  • 호수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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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여야

▲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이슬람 중앙사원에선 하루에 5번 예배가 진행된다.
최근 1년 전부터 인터넷 공간에서 이슬람교와 관련한 동영상이 떠돌기 시작했다. ‘이슬람을 경계하라’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작하는 이 동영상은 국내 이슬람교도들을 비방하는 내용으로 이른 바 ‘이슬람의 8단계 침투 전략’이라는 괴담이 담겨있었다. 이슬람교를 적대시하는 일부 종교 단체에서 만들어진 이 동영상은 터무니없는 내용이지만 검증 없이 퍼지고 있었다.

이슬람교를 둘러싼 괴소문들
현재 가장 많이 떠도는 이슬람교 비방론은 한국의 이슬람화를 위해 외국 이슬람교인들이 한국에 침투한다는 설이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슬람 선교사가 무려 1만 명을 넘었고 국내 이슬람 신자가 30만 명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또 이슬람교인들이 취업과 유학을 이유로 한국으로 입국해 결혼과 출산으로 이슬람교를 전파한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07년 한해에만 한국 여성 2500여명이 이슬람교도와 결혼했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같이 제시되고 있다.

음모론은 구체화돼 “이슬람은 이미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한국을 찍어두고, 2020년 이슬람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2005년 11월 이슬람 한국 전래 50주년 기념식에 모인 이슬람권 지도자들이 2020년까지 한국을 이슬람화하려는 ‘비전 2020’을 발표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중앙이슬람회의 공식적 발표에 따르면 한국 내 이슬람교인은 15만 명에 이르며 그 중 순수 한국인 이슬람교인은 4만 5천명뿐이다. 이슬람 선교사 수 역시 10명 내외로  미미한 수준이다.

결혼으로 한국을 접수한다는 전략도 마찬가지로 근거 자체가 없다. 실제 외국인과 한국인의 국제결혼을 들여다봐도 우즈베키스탄ㆍ카자흐스탄ㆍ인도네시아 등 이슬람권 국가의 여성들이 한국 남성과 결혼한 경우가 2006년 1700여건 정도이며, 이슬람권 남성과 결혼한 한국 여성은 900여명에 불과했다.

장후세인<한국중앙이슬람회> 직원은 “이슬람교에 대해 떠도는 소문의 대부분은 사실무근”이라며 “일부 종교단체에서 근거 없이 퍼트리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떠돌고 있는 ‘이슬람교 8단계 침투 전략설’에 따르면 국내 이슬람교 인구가 1% 안팍, 즉 1단계에선 소수 그룹을 유지하며 평화를 지향하다가 점점 이슬람 선교를 진행시킨다. 그 비율이 절반을 넘으면 다른 종교를 탄압하고 이슬람교를 강요한 뒤 전체 인구에 80%를 차지하면 급기야 인종청소와 대학살을 자행해 신정일치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일부 종교 단체에선 ‘이 계획은 CIA의 보고서인「The world of fact」에 있을 만큼 정확한 정보이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선 이슬람교를 꾸준히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중동 전문 칼럼리스트인 김동문씨는 “이슬람교 8단계 침투 전략설은 일부 종교 단체에서 CIA 보고서를 오역하고 임의에 따라 왜곡시켜 보도한 자료”라며 “이슬람교에 대한 정확한 지식 없이 막연한 두려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테러는 정치적인 문제일 뿐      
아비드<서울시ㆍ용산구 37> 씨는 10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이슬람교도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모든 게 낯설었고 힘들었지만 같은 고향 친구들과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9ㆍ11테러 이후 까만 피부와 긴 수염을 가진 아비드씨에게 한국 사회에서의 삶을 버겁게 하는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이슬람교도를 테러리스트로 여겼던 한국 사회의 편견 때문이다.

아비드 씨는 “분쟁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주로 미국언론에서 보도해왔기 때문에 편파적일 수 밖에 없다”며 “이슬람교도에 대한 부정적인 부분이 부각되고 왜곡돼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9ㆍ11테러 이후에도 2004년 김선일씨 피살사건, 2007년 샘물교회 교인들의 아프간 피랍사건 등 이슬람교도 중 극소수인 테러단체에서 일으키는 사건들은 이슬람교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다.

이에 이희수<국문대ㆍ문화인류학과> 교수는 “급진적 저항조직이 3%면 나머지 97%까지도 그렇게 보는 것이 문제”라며 “57개의 이슬람 국가가 UN 정회원국이며 각 나라에는 독특하고 고유한 문화적 특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으로 귀화해 10년 넘게 한국 사회에 살아온 장 직원은 “사람들이 이슬람교와 테러리즘을 연결시켜 생각하지만 테러리즘은 이슬람교 극소수에서 발생하는 정치적인 문제일 뿐”이며 “이슬람 사회에서도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집단은 이슬람교도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름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선행돼야
한국인 이슬람교도인 윤은노<서울시ㆍ용산구 35> 씨는 이슬람교도 여성이라면 꼭 입고 다녀야 할 히잡을 입고 생활한다. 중동 지역에서와 달리 한국에서 히잡을 두르고 다니는 윤 씨에게 호기심 어린 시선과 동시에 경계의 눈빛이 쏟아진다.

원래 가톨릭 신자였던 윤 씨가 개종을 선포했을 때 주변의 반대에 부딪혀야 했다. 주변 사람들이 이슬람교에 대한 올바른 정보 없이 테러리즘으로 얼룩진 나라의 종교로 이슬람교를 인식해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윤 씨는 “한국 사회에선 조금이라도 자신과 다르면 주목 받는다”며 “이슬람에 대한 편견 역시 다름을 쉽게 수용하지 못하는 정서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이슬람교도인 손창경<서울시ㆍ도봉구 59> 씨는 “이슬람교의 기본 교리는 관용”이라며 “이슬람교에 대한 논의가 부족해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강경집단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에 이 교수는 “이슬람 국가와의 교역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현재 이슬람 국가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는 이슬람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와 편견이 가득하다”면서 “타 종교에 대한 이해와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인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 최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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