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집 쫓겨나 한 숨, 비싼 방값에 또 한 숨
하숙집 쫓겨나 한 숨, 비싼 방값에 또 한 숨
  • 안원경 기자
  • 승인 2010.02.19
  • 호수 13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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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지역사회가 연계해 대학생 주거문제 해결해야”

최근 서울 배움터 자유게시판에 ‘절대가지 말아야 할 하숙집’, ‘A하숙을 능가하는 곳’, ‘방값 나눠 부담할 룸메이트를 찾습니다’와 같이 하숙, 자취 관련 게시물이 끊임없이 게시됐다. 악덕 하숙집 실태를 우리학교 학생에게 알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고 점점 상승하는 주거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학생들의 절실한 목소리가 담겨있다.

▲ 최근 학교주변 하숙집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불거지고 있다.
엄마 같은 하숙 아주머니는 ‘옛말
’우리학교에 재학 중인 A는 지난 1월 하숙집에서 쫓겨나 일주일 넘게 찜질방에서 지냈다. 주인과 다른 하숙생이 매일 싸우는 소리가 들리고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집에서 계절학기와 시험 준비를 위해 억지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하숙비를 미리 지불한 상황에서 계절학기가 끝난 후 도저히 견디지 못해 2월은 만기일을 채우지 못하고 나간다는 A의 통보와 동시에 하숙집 주인의 횡포가 이어졌다. ‘우리 집에 살지 않는 사람은 들어올 자격도 없다’며 A를 밀치고 주인 가족들의 끊임없는 욕설은 계속됐고 지금 당장 방에서 나가라는 성화에 다른 방을 구하지 못하고 찜질방과 PC방을 전전해야 했다. A는 “남은 일수에 대한 하숙비를 돌려받지도 못해 계속해서 전화했지만 ‘억울하면 2월 말까지 돈을 지불하고 살아야 한다’는 말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우리학교 학생에게 하숙 및 주거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 한양라이프(www. hanyanglife.com)를 운영하는 김지윤<공대ㆍ자원공학과 06> 군은 “하숙집은 계약 당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로 계약하거나 집주인과 하숙생의 직인이 없는 간이 계약서로 계약해 계약기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최근에 한 하숙집은 원룸 신축을 이유로 계약이 만료되지 않은 상태
▲ 하숙집 대학생의 72%가 계약 당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서 하숙생 전원을 쫓아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왕십리 주변 일부 하숙집에서는 △온수 공급이 원활하지 않는 문제 △낮은 질의 식사를 제공하는 문제 △겨울철 난방을 제공하지 않는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B의 경우 전기장판에 의지해 겨울 한 달을 버텨야 했다. 하숙집 주인은 입주 당시부터 보일러가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추위에 견디다 못해 ‘여기는 보일러 없냐’는 B의 질문에 ‘한 달 더 산다고 하면 보일러를 틀어주겠다’는 주인의 황당한 답변을 들어야 했다.

또 대부분 하숙집에서 일주일에 6일 동안 아침 식사와 저녁 식사만 제공한다. 이에 대해 하숙생이 문제를 제기하면 하숙집 주인은 ‘반상회에서 결정된 사항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고 대답한다. 김 군은 “학교 주변 하숙집 주인 간에 담합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으며 하숙비뿐만 아니라 식사 제공횟수 같은 세부적인 사항까지 담합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지역 대학생 자취금액을 조사한 결과 3천만원 이상이 약 90%를 차지했다.

대학생 목 조이는 주거비용
이성빈<경금대ㆍ경제금융학과 08> 군은 학교 주변에 전세를 얻은 선배에게 한 달에 15만원을 지불하며 함께 산다. 담합으로 형성돼 50만원에 육박하는 하숙비를 매달 감당하기 힘들고 원룸을 구하기 위해선 목돈의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 협회에 따르면 학교 근처 원룸 18㎡(약 5.4평)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50만원, 3천만원에 월세 30만원이 필요하다. 1년에 주거비용만으로 600만원을 사용하는 셈이다. 이 군은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 선배들이 갑자기 상승한 월세를 보고 당황한다”며 “학교 주변 원룸 가격이 계속 상승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YMCA에서 대학생 주거 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거 고비용 문제는 서울지역 대학가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월세 1만원 당 임대차 보증금을 100만원으로 환산해 자취 보증금 규모를 분석 결과 서울지역에서 자취에 들어가는 보증금이 3천만원부터 6천만원대인 곳이 76%를 차지했다.

전용봉<창신 부동산 컨설팅> 대표는 “재개발, 뉴타운 사업 등으로 철거되는 주거 거주자들이 인근 대학가로 대거 이주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해졌다”며 “서울 대학가 주변 전세 및 월세 값이 크게 상승했다”고 전했다.


주거 환경 개선에 나선 각계의 움직임

▲ 하숙, 자취 대학생 중 최저 주거기준 미달 공간에서 사는 학생이 39%로 나타났다.
울 YMCA는 대학생 세입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대학생에게 임대차 관련 법률지식을 제공하고 집주인으로부터 피해를 겪었을 때 상담할 수 있는 서울 YMCA 시민 중계실을 운영하고 있다. 성수현<서울 YMCAㆍ신용사회운동사무국> 간사는 “대학 측은 대학생 주거환경에 대한 문제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생 세입자가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선 세입자 스스로 법률 지식을 확충하고 대학 또한 문제를 인식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성 간사는 “자취ㆍ하숙을 하는 학생 중 39%가 최저주거기준인 12㎡(약3.6평)도 되는 않는 고시원과 하숙방에서 살고 있다”며 “낮은 기숙사 학생 수용률과 점점 비싸지는 대학가 주변 시세가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에 학생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서대문구 지역에 있는 대학과 연계해 서울시장 후보와 서대문구 구청장 후보에게 대학생을 위한 월 20만원 임대주택 건설을 요구했다. 또 대학가에서 계속해서 발생하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주거대책위원회 조직을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 부총학생회장 권지웅<연세대ㆍ기계공학과 07> 군은 “선거를 이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대학생 주거 환경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측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었다”며 “대학생을 위한 임대주택 요구는 대학교가 연대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대학생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러스트 주소희 기자
사진 최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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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8-01 14:14:12
이 글을 읽고 좋은 점은 대학생들의 주거 환경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학생들이 악덕 하숙집과 주거 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해결을 위한 노력들이 나타난다는 점이 긍정적입니다.

또한 학교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학생들이 함께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도 보여서 지역사회와 학교 간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느낀 점은 대학생들의 주거비용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으며, 하숙집에서의 불편한 상황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학생들의 학업과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으므로 조속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