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숨겨진 아우라를 고민하자
우리들의 숨겨진 아우라를 고민하자
  • 한양대학보
  • 승인 2010.02.19
  • 호수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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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복<언정대ㆍ신문방송학과> 교수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어느 모 방송사의 인기 있는 한 개그 프로그램의 코너에서 어느 개그맨의 입을 통해 현실 세상을 풍자한 멘트다.

내가 그 개그맨의 멘트에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던 까닭은 아마도 그 말이 지금 우리 사는 세상의 단상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단 능력에서 일등만 선호하는 세상은 아닌 것 같다. 아름답고 잘생긴 사람들만 선호하는 세상이기도 하고,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만 옹호하는 세상이기도 하다. 이러다보니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타인이 선호하는 것만을 무리해서라도 만들어 보려 하는 세상이 된 것은 아닌가 싶다. 유일무이한 아우라가 상실되는 세상이기도 하다.

아우라라는 말은 발터 벤야민의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에 등장하는 개념이다. 아우라는 어떤 예술 작품에서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이 가지고 있는 유일무이한 고유의 분위기 혹은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벤야민은 190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미디어 기술의 발달과 함께 예술작품의 대량 복제가 이루어지면서 복제품에서는 오리지낼러티의 고유성인 아우라가 상실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아우라의 상실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만 한정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포괄적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이미 사람들은 그들만이 갖고 있었던 고유성인 아우라의 상실을 경험하고 있지 않는가.
한때 유행했던 한결 같은 ‘똥싼바지’나 ‘귀두머리’ 스타일 등은 다양한 자기표현이라고 귀엽게 보아줄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성형외과를 이용해서인가 요즘 젊은이들이 열광하며 선호하는 연예인들을 보면 다들 비슷하게 생긴 코와 눈을 가지고 있음에 놀란다. 어느새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그들과 닮은 듯한 개성 없는 이목구비를 겸비하고 나타나기도 한다.

세상이 선호하는 것들을 억지로라도 닮아가려다 보니 어느새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를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매 학기마다 오랫동안 가야할 방향을 찾지 못하는 학생들이나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는 학생들을 보게 된다. 그들에게서 안타까운 것은 자신들만이 가진 고유하고 독특한 아우라를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들만의 고유성이 있다.

2010년 또 다른 한해가 이미 흘러가고 있으며 또 다른 새로운 한 학기가 시작될 즈음이다. 분명 작년과 다른 새로운 시간과 지난 학기와 다른 새로운 학기에 앞서 겨우내 묵혀두었던 무기력함을 떨쳐버릴 시기이기도 하다.

더불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리들만의 유일무이한 아우라가 무엇인가를 다시금 고민하는 학기가 되었으면 싶다.

닮은 겉모습이 아닌 내적으로 다듬어져 있는 우리들만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 그것이 곧 이 세상이 기억하는 일등, 넘버원이 아닌 온리원이 될 수 있음을 알면 좋겠다.
박성복 <언정대ㆍ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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