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100년의 꿈은 소통으로 시작하자
한양 100년의 꿈은 소통으로 시작하자
  • 김규범 편집국장
  • 승인 2010.02.19
  • 호수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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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밀월기간이란 게 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거나 큰 변혁을 시작할 즈음에 여당과 야당이 서로 비판을 자제하고 돕는 일종의 휴전기간이다. 이 시기에는 정당 간 회담이나 간담회 등을 통해 소통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된다. 정권은 이를 통해 치열한 선거를 치루는 동안 분열됐던 여론을 통합해 변혁의 추진력을 얻는다.

최소한의 소통이라도 보여주는 것. 이게 바로 정치적 밀월기간의 의의다. 비록 연출된 모습일지라도 그 속에서 이뤄지는 서로의 공감은 통합의 밑바탕이며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하지만 정치계가 아니기 때문일까? 일부 대학들은 이런 최소한의 소통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특히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수립하면서 학내 주체 중 하나인 학생들의 의견 수렴에 미흡한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심지어 비판하는 학내 언론에 압력을 주는 대학도 있다.

현재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중인 중앙대의 경우 계획의 초안이 발표됐을 때부터 큰 논란거리가 됐다. 계획의 내용도 찬반이 극렬하게 갈렸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수립단계부터 학생들의 의견 수용과정이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중앙대 측은 학내 구성원의 의견보다 외부 컨설팅 업체의 의견을 더 존중하는 자세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학교 본부에 비판적 논조를 띤 교지 <중앙문화>와 <녹지>의 예산을 전면 삭감해 사실상 폐간을 통보했다. 이는 학내 비판 여론을 막아 학교의 계획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미 제도적으로 학생들의 목소리가 구조조정 계획 수립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몇 안 되는 소통로인 학내 언론까지 막는 건 소통을 단념하겠다는 자세로 보일 수밖에 없다.

불행하게도 이 같은 대학의 소통 불능은 비단 중앙대만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학교의 상황도 비슷하다. 작년에 새로운 중장기 발전계획인 ‘New Hanyang 2020’을 선포한 우리학교 역시 발전계획에 외부 컨설팅 업체를 참여시켰으며 학생들의 의견 반영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구체적 사업 계획을 발표한 자리에서 마저도 학생들은 주체가 아닌 단순한 관람객에 불과했던 만큼 학교는 학생들과의 소통에 나서지 않고 있다.

중장기 발전계획은 외부 컨설팅 업체와 대학 본부만의 의지로는 실현할 수 없다. 그 영향력이 학내 구성원에게 미치는 만큼 계획의 실현 역시 모든 구성원들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는 계획 수립에 있어 학생의 참여 여부는 민주적 절차의 당위성도 있지만 현실적인 필요성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대로 새로운 계획에 대한 학생들의 여론이 악화되기만 한다면 계획의 목표달성이 어려울 것임은 분명하다. 현재 학교 측은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있다. 학생들이 바라는 건 간단하다. 의견의 관철이 아닌 소통의 자세를 학교가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 이 문제가 선결된다면 목표 달성은 생각보다 쉬워질지 모른다.

정치적 밀월기간처럼 연출된 모습이라도 좋다. 물론 연출은 연출일 뿐 그 진실성은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최소한의 소통이라는 의의는 간과할 수 없다.

소통. 한양 100년을 꿈꾼다는 학교의 원대한 첫 발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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