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의 매는 많지만 장산곶매는 없다
장산곶의 매는 많지만 장산곶매는 없다
  • 심재환 기자
  • 승인 2009.12.07
  • 호수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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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북 땅 황해도 지방에는 장산곶이라는 곳이 있다. 이 곳 뒷산 절벽에는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매가 있다. 이 매를 장산곶에 사는 매라는 의미로 장산곶매라고 부른다. 장산곶매에 대한 이야기는 백기완 선생의 「장산곶매 이야기」와 황석영 씨의 「장길산」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장산곶매는 자주성과 그리고 억압에 대한 항거와 자유를 의미하고 있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장산곶매는 덩치는 작으나 단 한 번의 날갯짓으로 수 십리를 날 수 있으며 절대 사람이나 가축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에 사는 매는 덩치가 크고 날개 역시 넓다고 한다. 이 매는 종종 장산곶으로 날아와 사람과 가축 그리고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고 하는데 항상 장산곶매가 중국의 매를 쫓아 버린다고 한다.

장산곶매 이야기처럼 우리 사회에는 장산곶매 같은 민중의 대변인, 중국의 매와 같은 부패한 기득권층, 그리고 기득권층의 횡포와 억압에 고통 받는 민중들이 존재한다. 중국 매와 민중들은 찾아보기 쉽다. 하지만 민중의 대변인 장산곶매는 찾아보기 힘들다.

장산곶매와 같은 역할을 자처해 나선 사람들은 많다. 그들이 진정 장산곶매처럼 민중을 대변하고 기득권층의 억압으로부터 민중들, 즉 사회적 약자들을 제대로 지켜주고 있는지 의문이다.

얼마전 서울에서는 개발예정지역에 세입자로 살던 어느 노인이 강압적인 동절기 철거에 울분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뿐만 아니라 2009년의 대한민국 여기저기서 약자들은 고통 받고 신음하고 있다. 마치 중국의 매 같은 부류들이 이 나라의 국민들을 괴롭히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하고 지켜줄만한 장산곶매는 없다.

또 여기 스스로를 장산곶매를 칭하는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있다. 이 위원장은 요즘 ‘전국 민원 해결사’로 불린다. 어느 일간지에서는 전화 한통으로 148억짜리 규모의 민원을 처리했다며 만능 해결사로 칭송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 그가 민심을 살피고 국민들의 불만을 해결하면서 서민들의 아픔을 함께 공유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행동인지 의문이 든다.

이 위원장이 진심에서 우러난 행동이었다면 그 과정과 절차에 있어서도 분명 민주적으로 이뤄졌어야 했다. 하지만 이재오 그는 지금 민주적 절차와 제도를 무시한 채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스스로 해결사를 자임하며 직권을 남용하고 있다. 심지어는 같은 여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쨌든 절차를 무시한 채 전화한통으로 민원을 해결하고 서민들을 현혹하는 이재오 위원장이나 전화 한통이면 해결될 민원을 이렇게 질질 끌어온 김문수 경기도지사 모두 비판받아 마땅하다.

장산곶매는 사냥을 떠날 때는 항상 자신의 둥지를 부리로 부셔 버리고 떠난다고 한다. 자신의 아집을 버릴 줄 알며 자기중심의 세상을 깨버릴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장산곶매다.

의로운 일에 우뚝 나서는 즉 이 시대 서민들이 원하는 의로운 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최선을 다할 그런 장산곶매, 역할을 맡아줄 민중의 대변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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