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지켜야할 ‘찬란한 유산’
영원히 지켜야할 ‘찬란한 유산’
  • 안원경 기자
  • 승인 2009.12.06
  • 호수 13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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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화재 위험에 노출된 문화재

문화재는 사람들에게 생생한 역사교과서다. 문화재를 직접 관람하며 우리나라의 역사와 선조들의 정신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무수한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굳건했던 문화재의 자리가 후손들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 숭례문 화재 사건을 비롯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도난 사건까지, 제대로 보존되지 않고 있는 문화재 실태를 들여다봤다.

국보급 문화재, 아직도 행방불명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문화재 도굴단 10명을 지난 9월 체포했다. 충청남도 지정문화재 제332호인 한명회 분묘를 도굴해 한명회 지석 24매를 암거래한 혐의다. 한명회 지석은 조선 전기 계유정란 때 왕권을 바꾸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한명회의 행적 등을 서술한 귀중한 사료다. 한 문화재청 관계자는 되찾은 한명회 지석에 대해 15세기 말부터 16세기 초에 제작된 유물로 시가 산정이 불가능한 보물급 자료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 도굴단 검거와 동시에 지석 24매는 모두 회수됐지만 우리나라 곳곳에서 문화재 도난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문화재는 크게 △국보ㆍ보물 등 문화재청장이 지정한 국가지정문화재 △시ㆍ도지사가 조례로 지정한 시ㆍ도지정문화재 △보존할 가치는 있지만 지정문화재로 분류되지 못한 비지정문화재로 나뉘는데 문화재청 자료에 의하면 1985년부터 2009년 9월까지 도굴된 국가 및 시ㆍ도지정문화재와 비지정문화재만 1만7천716점에 달한다. 이 중 4천317점만 회수된 상태며 아직까지 국보 제238호 소원화개첩, 보물 제878호 대동운부군옥책판을 포함한 보물 7점은 행방조차 모르고 있다. 올해만 해도 거제 세진암 불상을 비롯해 문화재 774점의 도난신고가 접수됐다.

김윤석<서울지방경찰청ㆍ문화재조사반> 반장은 “문화재 중에서도 특별한 관리 주체가 없는 비지정문화재는 관리가 어렵고 일단 도난 사건이 발생하면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국가의 시ㆍ도 지정문화재와 비지정문화제 모두 도난되기 전 문화재 보존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숭례문 화재의 가능성
국보 제1호 숭례문이 전소된 후 문화재에 대한 관리가 강화되는 듯 했으나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또 다시 목조문화재 화재 발생 가능성이 제기됐다. 문화재청에서 문화재 화재예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 관리 중인 국보ㆍ보물 목조문화재 137개 중 51개가 화재 경보시스템을 설치하지 않았으며 36개 문화재는 화재예방에 필요한 CCTV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명문화재인 해인사와 도산서원에도 화재 경보시스템이 설치되지 않았으며 국보 제305호인 통영세병관, 보물 제1574호인 봉암사극락전에서는 CCTV가 설치조차 안돼 화재 등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였다.
국회 문화체육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선교<한나라당> 의원은 “문화재에 화재발생 후 진압할 수 있는 소화기 및 소화전은 설치가 잘된 편이나 경보시스템 등 화재예방에 필요한 시설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며 “이것은 여전히 문화재 화재에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중요 목조문화재의 화재보험 미가입문제도 지적됐다. 국보 제49호 수덕사 대웅전, 보물 제209호 회덕 동춘당을 비롯해 국보ㆍ보물 목조문화재 130곳 중 99곳이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창수<한나라당> 의원은 “아이들이 교과서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오죽헌, 천원짜리 지폐에 등장했던 도산서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 부석사 무량수전조차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화재보험 가입문제 뿐만 아니라 목조 문화재의 가치에 맞는 화재보상금 문제 또한 숭례문 방화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숭례문 복원에 총 250여억원의 비용이 필요했음에도 화재 보상금이 9천 5백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낮은 화재 보상금 문제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하는 21개 궁ㆍ능ㆍ유적의 화재 보상금은 각 유적 재산 평가가치의 평균 37.5%에 불과하다. 문화재청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창덕궁의 국유재산 대장가격은 약 6천2백억원이지만 화재발생시 보상액은 1천2백여억원이다. 김 의원은 “모든 문화재가 보험에 가입할 순 없더라도 적어도 국가지정문화재인 국보ㆍ보물은 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며 “이에 따른 예산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화재 보호의식 위한 교육 필요
숭례문 방화사건 이후에도 문화재 도난, 문화재 훼손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 도난과 도굴 등 범죄를 해결하는 문화재관련 범죄를 전담하는 곳은 서울지방경찰청 문화재조사반과 문화재청 안전기준과 사범 단속계 단 두 곳뿐이다.

김 반장은 “문화재 범죄 관련 수사는 시간과 예산이 많이 들지만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원이 미비한 실정”이라며 “근본적인 문화재 보호를 위해선 문화재의 가치에 대한 의식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숭례문, 수원 화성, 낙산사 화재는 문화재를 소홀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일으킨 인재”라며 “정부의 예방 대책은 물론 국민들의 문화재 의식 역시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문화재를 지속적으로 보존하기 위해선 문화재에 대한 의식 개선 교육이 필요하다. 김봉건<국립문화재연구소> 소장은 “문화재를 향유하려는 사람들의 욕구는 커졌지만 이를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되는 것은 쉽게 수용하지 못한다”며 “문화재를 공공의 가치로 인식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 과정부터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러스트 주소희 기자
자료제공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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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8-01 14:15:57
이 글을 읽으면서 문화재의 중요성과 보호 필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문화재는 우리 역사와 정신을 담고 있으며 소중히 보존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도난과 화재로 인해 많은 문화재들이 손실되고 있음을 알게 되어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문화재를 보호하는데 책임을 가져야 하며, 문화재에 대한 교육과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지속적인 보존과 관리가 중요하다고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