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의 대화? 대통령의 정책 설명회!
대통령과의 대화? 대통령의 정책 설명회!
  • 심재환 기자
  • 승인 2009.11.29
  • 호수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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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를위해 카메라 앞에 앉았다. 패널들의 질문과 이 대통령의 답변이 오고 갔다. 하지만 결국 ‘대통령과의 대화’는 국민들의 의구심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고 역시나 이전과 마찬가지로 두루뭉술한 설명과 이해할 수 없는 근거 그리고 사과로 이어진 대화였다. 결국 이 대통령도 국민들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한 소통이었다.

아마 대화 자리에는 말 그대로 대화, 아니 일방적인 소통만 있었을 뿐 그 어떤 치열한 논쟁, 끝장 토론은 찾아볼 수 없었다. 노 전 대통령과는 대조적이다. 노 전 대통령은 강금실 전 법무장관을 법무장관에 임명한 데 대해 검찰이 조직적으로 반발하자, ‘평검사와의 대화’를 마련해 치열한 논쟁을 벌였고 이는 텔레비전 생중계로 보도됐다.

‘대통령과의 대화’에서는 청와대와 방송사의 짜고 친 고스톱이 아닌가‘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패널로 참여한 한 사람은 질문이 사전에 검열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항의해 봤지만 오히려 패널에서 제외당할 수 있다는 답변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이날 패널로 참여한 한 자영업자는 누리꾼의 추적 결과 SH공사 직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여론을 결집시키고 국민과 소통을 목적으로 열린 ‘대통령과 대화’는 실패했다.

또 ‘대통령과의 대화’는 마치 일방적인 정책 홍보 설명회 같았다. 기본적인 피드백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방청객 중 6명만 질의 했고 또 그 중 절반의 질의가 연예인 방청객에게 돌아갔다.

연예인 방청객의 질의는 그야말로 이명박 대통령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것이었다. 영부인의 음식 실력, 저탄소 정책 실현을 위한 이 대통령의 내복 착용 기가 막히게 잘 짜여 진 각본이다. 이것이 진정 국민과의 대화였다고 볼 수 있을까.

재밌는 것은 권재홍 앵커의 말이었다. 권 앵커는 “국민과의 대화가 자주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국민과 갈등을 풀어가는 실마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진행자로서의 립서비스였을 수도 있다. 다만 조금 씁쓸하고 서운할 뿐이다. ‘100분토론’의 앞날이 걱정된다.

결국 이날 ‘대통령과의 대화’는 이 대통령의 일방적인 설득과 어설픈 이미지 메이킹이 난무한 어설픈 희극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과 대화 후에 “국민들이 내 마음과 정책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필자는 대통령이란 자리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대통령은 누구보다 먼저 국민의 진심 이해해야 한다. 그 이해가 있은 후에야 비로소 대통령 자신의 생각을 국민에게 전달할 수 있다. 이것은 기본적인 ‘대화’의 방법과 같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마디 충고하고 싶다. 언제까지 구시대 정권에서나 지향하던 쇼맨십을 모방할 것인가 ‘국민과의 대화’라는 그럴듯한 거짓 명분으로 더 이상 국민들을 우롱하지 말라. 국민들은 당신의 사탕발림에 넘어갈 정도로 그렇게 멍청하지 않다.

이 대통령 왈, “이렇게 좋은 사업인데 왜 국민이 알아주지 않을까?”

MB님, ‘국민들이 잘 몰라서 반대한다’가 아니라 ‘대통령 당신만 모릅니다’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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