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서 「재미」
인문서 「재미」는 이런 왜곡된 현실을 비판하면서 재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책에 따르면 재미 추구는 우리가 행해야 하는 단 하나의 의무이다. 과거 우리 선조들은 스스로 ‘문화강국’을 자부해 타국과는 다른 우리 고유의 재미 코드, 신명과 풍류를 이뤄냈다. 이런 우리민족 특유의 코드는 오늘날까지도 영향력을 끼쳐 한때 헐리우드에 점령당했던 아시아 문화에 ‘한류’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저자 손대현<사회대ㆍ관광학부> 교수는 21세기 우리나라의 국가적 목표가 “어떻게 국민들을 행복하게 살게 할 수 있느냐”에 관한 물음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른 만큼 이에 비해 저조한 우리 사회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사회 곳곳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재미를 느껴야 정치ㆍ경제 등의 영역에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미」는 즐거움의 요소를 행ㆍ식ㆍ기ㆍ면ㆍ뇌ㆍ음ㆍ소ㆍ통의 8도락으로 분류한다. 각각 이동ㆍ음식ㆍ기운ㆍ수면ㆍ뇌의 활동ㆍ음악ㆍ웃음ㆍ소통을 의미한다. 혹자는 여기에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는 주관적인데 어떻게 그렇게 획일적으로 규정할 수 있느냐고 말이다.
그래서 손 교수는 미리 전제를 제시해두고 논의를 시작한다. 사람들의 재미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름의 주관을 섞은 8도락을 엮어냈다는 것이다. 주관의 주체가 필자이므로 책에 사견이 개입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면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미처 표현하기 힘든 재미의 요소를 주관적으로나마 구체적으로 표현해냈다는 점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예부터 가난해도 행복한 삶을 찬양해왔다. 안빈낙도, 단사표음 등이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한자표현이다. 이런 표현들이 현대에 와서 죄악시되고 인습으로 취급되면서 우리 고유의 신명나는 ‘놀이’ 자체는 쇠퇴했지만 이에 대한 갈망은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다.
일정을 잠시 미뤄두고 공원 벤치에 앉아 뛰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것도 좋고 분수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물줄기를 구경하는 것도 좋다. 재미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곳곳에 숨어있는 소소한 재미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우리시대 삶을 즐기며 사는 방법이리라.
사진 최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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