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 한양대학보
  • 승인 2009.10.31
  • 호수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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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우리나라 많은 방송 프로그램의 질적 수준에 대한 우려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대학신문들도 이에 대한 우려를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언어적 적대와 공격행위로 요약되는 이 문제의 핵심은 말의 저질화다. 어린 연예인들과 도토리 키 재기인 동류의 사회자들이 모여 신변잡기, 외모와 성형, 물리적인 공격행위보다 더 심리적인 고통을 주는 언어적 위협, 인격모독, 조소, 폄하 등으로 시종일관하는 프로그램에서 오가는 말의 수준은 상대방의 자아와 품위를 훼손하기 일색이다. 말을 통한 유희, 유머, 달라진 신세대의 언어관 등으로 간주하기에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 말의 존재이유와 기능 및 영향력을 고려하면 심각하다. 방송이라는 미디어 숲에 포위돼 사는 우리 사회이니 더욱 그러하다.

말은 인간사회 형성 유지 발전의 기본수단이다. 말은 인간사회가 수반하는 사람들 간의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게 상호교류, 상호교감을 가능하게 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상대방을 구분해 편을 가르는 것이 아니고 대화를 통해 차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상대방에게 다가가게 한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인간사회의 일면이 파국과 파멸에 이르지 않게 하는 지혜의 산물인 것이다. 말을 통한 대화는 문제해결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절차와 과정을 공유함으로써 공공성을 보장해 문제를 항구적으로 해결한다. 합리적인 상호 설득을 구성원이 수용할 수 있는 권위를 창출해 공동체감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제대로 말하고 제대로 듣고 제대로 대화하고 토론하고 수용하는 교육이 시급하다. 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레토릭이라는 이름으로 그리스시대에 이미 공교육의 대상이 돼왔다. 가장 오랜 교육과목의 하나인 셈이다. ‘말을 통해 다른 사람을 설득해 건전한 사회생활을 이끌어 가게 하는 것’(플라톤),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설득의 수단과 과정을 발견하는 것’(아리스토텔레스)을 지향했다. 당시에 소피스트들이 말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며 민주주의 발전과 성숙이라는 역사 발전에 기여해 온 혜안이었다.

대학의 교육에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과정이 포함됐으면 한다.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고 활동하는데 영어나 컴퓨터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고, 차이가 다양성으로 상호보완하며 공존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말을 통한 소통과 문제해결이 핵심이다. 문화의 차이를 아우르는 글로벌한 인재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소양이며 공공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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