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화이트칼라, 지갑은 블루칼라
직업은 화이트칼라, 지갑은 블루칼라
  • 안원경 기자
  • 승인 2009.10.31
  • 호수 130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소득 빚쟁이 ‘화이트칼라 신빈곤층’을 조명하다

회계사인 A는 월급날이 두렵다. 연봉이 7천만원인 고소득 근로자지만 월급은 들어오자마자 신용카드 대금과 집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한 금액의 이자로 빠져나간다. 각종 공과금과 통신비까지 내고나면 A가 손에 쥐는 돈은 100만원 남짓이다. 두 아이의 사교육비로 매달 100만원씩, 외식할 때 마다 평균 10만원을 지출한다. 주변 시선이 신경 쓰여 옷은 꼭 백화점에서 사야한다. 집안 행사라도 있는 날엔 더 많은 돈을 소비한다. A는 다음 달 월급이 나오기 전까지 신용카드로 생활비를 충당해야 한다.

부채 불감증이 낳은 신빈곤층
화이트칼라 신빈곤층이란 회계사, 대기업 직원, 의사, 교수 등 전문직 직업에 종사하고 평균 이상의 고소득을 얻고 있지만 과다 소비로 인해 하루하루 빚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화이트칼라 신빈곤층은 평소 호화스런 소비 습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겉으로는 속사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회계사 A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고소득 직장인 중 상당수가 다니던 직장을 잃게 되면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      

경제실용서 「화이트칼라, 신빈곤층」을 집필 중인 최승민<희망재무설계ㆍ컨설팅> 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종신 고용 개념이 깨지면서 많은 중산층 가장의 실직으로 인해 신빈곤층으로 전략했다”며 “화이트칼라 신빈곤층 역시 고소득을 누리며 겉으로는 그럴 듯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족이 병에 걸리는 등 많은 비용이 한꺼번에 필요한 경제적 위기가 오면 하층민이 될 수 있는 잠재적 빈곤층”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2분기 가처분소득은 전체 소득의 87.1%로  2003년 88.9%에 비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가처분소득이란 실제로 소비할 수 있는 소득액을 말한다.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이유는 비소비성 지출인 세금과 사회적 부담금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2분기 우리나라 월평균 소득은 309만 2천원으로 2003년 2분기 246만 7천원에서 20.4% 상승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월평균 비소비성 지출은 28만 6천원에서 39만 8천원으로 38.9% 증가했다.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 소비도 감소돼야 하지만 사람들의 소비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화이트칼라 신빈곤층은 소비 습관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자산이 아닌 신용카드,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을 담보로 하는 생활에 익숙해져있다.

한국은행은 실제 우리나라 가계대출이 외환위기 이후 3배 이상 확대돼 2007년 말 현재 국내 총생산량인 명목GDP의 87.6%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OECD 평균인 64.4%를 휠씬 웃도는 수준이다. 2006년을 기준으로 한 가처분 대비 가계 금융 부채비율은 142.3%로 나타났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소득을 넘어선 소비를 하고 있다는 뜻으로 호주나 영국보단 낮은 수치지만 138%인 일본, 132%인 미국 등 대다수 OECD 국가 비해 높은 편이다.

최 팀장은 “화이트칼라 신빈곤층은 부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며 “본격적인 경제 불황이 시작되면 부채로 살아가는 이들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소득 빚쟁이, 원인과 해결
구성원 대부분이 화이트칼라인 중산층 가정은 사교육 부분에서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 이는 화이트칼라 신빈곤층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에서는 올해 논문 「가계 재무구조와 사교육비 지출행태」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학교 3학년 아이가 있는 월평균 소득 96만원인 저소득층은 사교육비가 평균 12만원으로 가계 소비지출 중 10.5%를 차지하는 반면 월평균 소득이 544만원인 고소득층은 가계 소비지출의 30%를 차지하는 평균 90만원을 교육비로 지출한다. 이는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 사교육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최 팀장은 “많은 중산층, 즉 화이트칼라 계층이 노후를 생각하지 않고 자녀 교육비에만 투자하고 있다”며 “인생 전체에 대한 계획 없이 눈앞의 현실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논문 「가계부채의 결정요인 분석」에 따르면 중산층 가정 금융자산이 2003년 602만원에서 2007년 577만원으로 감소한 것에 비해 실물자산은 7천836만원에서 1억1천455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중산층이 저축보다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더 많이 투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금융 자산을 줄이고 은행 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부동산에 투자했지만 현재 금리는 점점 상승 추세이고 부동산 거품도 빠지고 있다. 화이트칼라 신빈곤층은 언젠가 자신이 투자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로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지만 물가는 계속 상승해 이들의 삶의 질 하락에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 팀장은 “현재 많은 사람들이 실물자산에만 의존한 채 무분별한 소비를 하고 있다”며 “자산 가격이 급락하게 되면 50년대 일본과 같이 30년간 장기불황이 계속될 수 있다”고 전했다.

화이트칼라 신빈곤층의 가장 큰 문제는 고소득에 비례하는 높은 부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무분별한 소비와 비합리적인 투자를 막기 위해선 단기 목표, 중장기 목표를 각각 세워야 한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시점부터 결혼, 자녀출산, 여행, 은퇴 등 인생 전반에 대해 계획한 후 각각 지출 예상 내역을 만들어야 한다. 이에 따른 예상 저축액을 정하고 재테크 전략을 미리 짜야 한다. 현재 소득과 지출 내역을 꼼꼼히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 팀장은 “지금은 저금리로 빚을 얻어 투자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과거와 다르다”며 “신용을 담보로 소비하는 것을 지양하고 소득의 50%이상 저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 이유나 기자 
 일러스트 주소희 기자
 자료제공: 한국은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황예도 2023-08-01 14:22:11
이 글은 화이트칼라 신빈곤층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고소득 근로자지만 빚과 소비로 인해 손실을 겪는 A의 상황과 화이트칼라 신빈곤층의 원인과 해결 방법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중산층의 높은 사교육비와 무분별한 소비로 인한 부채 문제에 대해 경고하며, 재무 목표를 세우고 계획적인 저축과 재테크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재정 관리와 미래를 위한 계획적인 소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