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개방 안돼, 죽여라, 나는 간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기도해 사경을 헤매던 농민이 결국 지난 17일 세상을 떠났다. 고
오추옥(41·경북 성주군)씨는 지난 13일 자택에서 음독자살을 시도했다가 치료를 받았으나 상태가 악화돼 이날 새벽 결국 숨졌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쌀관세화 유예협상 비준안이 통일외교통상위에서 통과되자 지난 달 27일부터 21일째 단식 농성을 계속하다 지난 16일 오후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후송됐다.
작년 말 타결된 쌀협상에 관한 비준동의안이 상임위원회에서 의결되자 농민·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비준안 처리일로 유력한 23일 쌀관세화 유예협상 비준안이 국회 본회에서 통과되면 올 연말부터 수입쌀이 시중에 팔리게 된다.
우리나라는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결과 95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관세화 유예를 유지해왔다. 대신 국내 소비량의 1~4% 물량의 외국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도록 약속했다. 이에 정부는 2004년 1월 세계무역기구(이하 WTO)에 쌀협상 개시를 통보, 미국 등 9개국과 개별협상 끝에 2004년 12월 30일 쌀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쌀협상의 주요 골자는 관세화 유예 10년 추가 연장, 수입쌀 시판 의무물량 10%에서 30%로 점진적 확대, 의무수입물량 10년간 4%에서 7.96%로 증량 등이었다.
쌀협상의 결과로 개방을 10년간 미루는 대신 저율관세(5%)로 들여오는 쌀 의무수입물량이 2014년까지 현재 20만5천 톤에서 40만8천7백 톤으로 늘어난다. 이것은 5백만 명이 1년간 소비하는 양이다. 수입쌀은 가공용이 아닌 밥 짓는 쌀로 유통되는 비율은 2010년부터 30%선으로 유지돼 만만치 않은 양의 수입쌀이 식탁에 올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은 성명을 통해 “의무수입물량이 7.96%로 증량되고, 수입된 쌀의 시판을 허용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관세화와 다름없는 쌀 수입 개방의 효과를 가져오는 이번 쌀협상은 무효이며 전면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쌀협상에 관한 문제로
진통을 겪던 중 지난 4월12일 정부는 쌀협상에 따른 ‘쌀 관세화 관련 협상 최종안’을 발표했다. 발표에 의하면 쌀협상 과정에서 중국에는 사과
등 4개 과일에 대한 품목에 대한 조속한 평가절차를 합의해 주는 등 쌀 이외 품목에 대한 부가합의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져 농민단체들과
민주노동당으로부터 이면합의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중국과 쌀 이외에 추가로 사과, 배 등 과일류의 검역 간소화를 약속하고, 캐나다산
완두콩과 유채류, 아르헨티나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완화, 이집트와 인도에게는 식량원조용으로 두 나라 쌀을 우선 구매할 것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농 오봉석 정책부장은 “10년간 약 2천2백만 석의 외국 쌀을 의무 수입해야 될 뿐 아니라, 중국산 사과배 등에 대한 검역 절차 완화는
국내 과수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번 쌀협상은 철저히 실패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또 “오는 23일 국회 비준을 저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며 비준 통과 시 전면 항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