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그들이 보는 세상
의대, 그들이 보는 세상
  • 이다영 기자
  • 승인 2009.10.10
  • 호수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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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YOUNG 40회 정기전」

하얀 구름이 둥둥 뜬 하늘 높이 유선형의 분수가 솟아오른다. 서너 개의 세차고도 투명한 물줄기가 마음까지 적시는 듯하다. 사진 「이차함수」다.

우리학교 의대 사진동아리 ‘YOUNG’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학생회관 3층 대회의실에서 정기 전시회를 가졌다. 지난 1968년 가을 창단한 ‘YOUNG’은 그간 꾸준한 전시회로 명맥을 이어왔다. 지난 2002년부터는 3월 「8개 의대 연합 사진전」, 5월 「신인전」, 10월 「정기 사진전」으로 형태를 굳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들이 여름방학 동안 집근처나 여행에서 자유로이 찍은 사진들이 주를 이뤘다.  시종일관 밝은 표정과 들뜬 목소리로 손님맞이를 하는 회원들은 삭막한 학생회관을 따뜻하게 달궜다. 흑백으로 펼쳐진 이들의 감성세계는 역설적이게도 오색빛깔 무지개를 연상케 했다. 다양한 시각의 세상보기 덕분이다. 작품마다 붙은 응원 메시지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수줍은 신입회원부터 노련한 선배까지 서로 어우러진 사진들은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YOUNG’의 회장 노민호<의대ㆍ의학과 08> 군은 사진이 흑백인 이유에 대해 “예전부터 흑백 필름을 현상해 정기전을 여는 건 전통이었다”며 “여전히 암실에서 사진을 인화하는데 다소 어렵긴 해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졸업 선배님들께 직접 안내책자를 드리러 가는데 그만큼 많이 찾아와 주신다”며 “의대에서는 선후배 간 유대가 특히 중요한데 정기전은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해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동상과 사람이 각각 삭막한 배경과 조화를 이루는 사진 「실루엣」이나 「본1」에는 우리 내면의 고독감이 짙게 깔려있다. 흑백이라는 장치와 멋지게 조화를 이루는 쓸쓸함. 이들은 금방이라도 “나 외로워”라고 외치며 액자를 뛰쳐나올 법하다. 반면 노부부의 다정한 뒷모습이 담긴 「동행」이나 바람개비 속에 파묻힌 아이를 담은 「동심」은 우리 주변의 인물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아이와 노인은 각각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안고 있다. 삭막하고 반복적인 일상 속에 비친 이들의 모습은 절로 훈훈한 미소를 짓게 한다.

한편 「농땡이 치는 날이면」은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삐딱한 시선으로 책장을 노려보는 내 자신의 시선인듯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마이클 잭슨의 이름이 새겨진 타일 위에 어느 팬이 올려놓은 면장갑과 붉은 장미는 말 그대로 그의 「부활」을 가슴깊이 시사한다.

김태연<의대ㆍ의예과 08> 군은 “2번째 맞는 정기전인데 보다 새로운 나를 보여주려 노력했다”며 “감회가 새롭고 어떻게 비춰질까 설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사진전을 준비하며 서래마을에 출사를 갔다가 잘못 찾아가서 오락실만 다녀왔는데 그 다음 주에 또 허탕을 쳤다”며 “당시엔 너무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모두 재밌는 추억”이라고 웃었다.

격동의 여름을 지나 만물이 무르익는 계절, 좌충우돌 한 뼘 더 자란 ‘YOUNG’의 올해 수확은 풍년이다

사진 최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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