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영화 「해운대」를 보며
뒤늦게 영화 「해운대」를 보며
  • 한양대학보
  • 승인 2009.09.27
  • 호수 13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이 한 신문에 쓴 자전적 글을 읽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그는 경제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가난한 샐러리맨이었다.

우리나라가 IMF 구제 금융을 받던 시기, 그가 다니던 회사도 한 달 동안 무급휴직을 실시했다. 동료 직원들은 그 기회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났지만, 그는 국내여행을 할 형편도 되지 않았다. 온종일 집에 있다 보니 신혼의 아내와 다툼도 잦아, 친구들과 소주라도 한잔 하려 했지만 그것도 주머니에 얼마간의 돈이 있어야 가능했다.

당시 그가 택한 것은 골방이었다. 어려서부터 영화를 좋아했던 그는 한 달 동안 골방에 처박혀 시나리오를 썼다. 골방에서의 한 달이 그가  천만 관객 동원 영화감독이 된 시발점이었다.

윤 감독은 그 이야기를 전하며, 만약 우리나라에 IMF사태가 없었더라면 한 달 동안의 무급휴직도 없었을 것이며, 설령 무급휴직을 해야 했더라도 돈이 좀 있었더라면 해외여행을 떠났지 골방에 처박히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고한다.

그러면서 10년 후엔 또 어떤 모습일지 자신도 궁금하다며 글을 맺었다.

필자는 제주도에도 작은 사무실을 하나 가지고 있기에, 한 달에 한번 그 곳으로 내려간다. 제주도에서는 요즘 ‘올레’가 폭발적인 반향을 얻고 있다. 한 이동통신사가 내놓은 카피도 거기서 힌트를 얻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올레’란 ‘집으로 통하는 돌담길’을 의미하는 제주어다. 올레가 제주도를 대표하는 여행 트렌드가 된 배경에는 도지사 이상의 문화대통령으로 통하는 사단법인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있었다.

20여년의 각박한 기자생활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그녀는 도보여행자들의 꿈이라는 산티아고 길을 걸었다.

산티아고라는 또 다른 골방에서 그녀는 어릴 적 걷던 제주의 해안길을 떠올렸다. 그 길로 제주 서귀포의 해안길을 잇기 시작했다. 현재 제13코스까지 만들어진 제주올레 이야기다.

인생을 살다보면 어떤 막다른 상황에 다다를 때도 많고, 그 지점에서 자신만의 선택과 도전을 하게 된다. 최선을 다한 다음의 결과는 운명이다.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면 축복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낙담할 필요도 없다. 세상을 사는 한 기회는 무수히 많기에, 또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 모두가 다시 가져볼 수 없는 순간이 있다. 바로 스무살 무렵의 대학생활이다. 그 무렵의 소중한 기억은 인생에 두고두고 기억되며, 때로 골방에서 탈출할 엔진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젊은 대학인에게 전하고 싶다. 앞으로 인생을 살며 수많은 도전의 기회가 오겠지만 젊은날의 소중한 대학시절은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열정적으로 살라.

사랑도 우정도, 전공은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분야의 관심을 함께 하며. 언젠가 자신만의 골방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설 때, 비록 막연했을지라도 대학시절 가졌던 꿈과 비축한 식량이 자기를 견디게 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동력이 될 것이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