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만화의 효시, 만평
대한민국 만화의 효시, 만평
  • 문종효 기자
  • 승인 2009.09.27
  • 호수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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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화와 왜곡 가미한 신문의 칼날
한국만화의 시초로 꼽히는 만평은 각종 사회적 사안을 희화화해 표현한 시사만화의 한 갈래다. 이도영 화백의 작품 이후 여러 언론에 게재된 만평은 역사의 굴곡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이어져왔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나 정국을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장봉군<한겨레신문ㆍ편집국> 화백은 “만평은 만화의 한 부류인 만큼 시각적인 표현들이 주를 이룬다”며 “따라서 일반 기사보다 가독성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언론이 위축되거나 경직되는 시기가 올 때마다 만평에 대한 기대 효과가 커진다는 사회심리학적 연구결과도 있을 정도로 만평은 해당 언론의 자존심으로 치켜세워진다.

일각에서는 만평의 가독성을 영상미학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김건수<언정대ㆍ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만평의 높은 영향력을 ‘극도의 왜곡’ 현상을 통해 설명한다. 만평은 사회현상을 직시하지 않고 특정 부분을 과도하게 왜곡해서 바라본다. 김 교수는 “사회현상의 왜곡도 하나의 강조로 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만평이 자기 고유의 색깔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특징은 만평이 사회의 가장 첨예한 부분을 다룰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100년의 긴 역사를 가진 만큼 시대에 따른 만평의 변화도 주목해 볼만하다. 초기의 만평은 일제의 억압과 사회적 응분을 표현하는데 주력했다. 일제의 통치 아래 암흑기를 맞기도 했지만 꿋꿋이 살아남았다. 해방 이후 만평은 권위주의 정권의 독재에 저항했다. 일부 탄압과 검열에 의해 색이 얕아지기도 했지만 이때도 만평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수행했다.

형식도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했다. 1970ㆍ80년대의 만평에는 주로 사자성어가 쓰였다. ‘사필귀정’, ‘권선징악’, ‘각주구검’ 등의 한자 표현은 당시 만평을 주름잡는 특징이었다. 또 이 때부터 만평의 형식이 오늘날과 같은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4컷만화와 만평 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고 그 형태 역시 정형화되지 않았다. 물론 만평 특유의 언어유희적 본질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때도 만평 특유의 말장난과 날카로운 사회풍자는 여전했고  사회운동을 부추기기도 했다.

한편 오늘날의 만평은 구성이 명확히 짜여 있고 글자 수도 정형화돼 있다. 만평의 위치는 언론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보도기사들과 함께 도입부에 게재되거나 사설ㆍ칼럼과 함께 마지막 면에 게재된다. 글자 수도 대개 10단어 내외로 정형화돼 있다. 다루는 인물의 특징을 극대화시켜 희화화하는 것도 오늘날 만평의 특징이다.

이처럼 만평은 결코 사회현상과 분리해서 바라볼 수 없다. 기사의 일부로써 대중과의 교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잘 그려진 만평은 이 두 조건을 다 충족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김회룡<중앙일보ㆍ그래픽 뉴스팀> 화백은 “만평에는 특정한 규칙이 없다”면서도 “최대한 작가의 감정을 배제하고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만평이 좋은 만평”이라고 전했다.

장 화백도 “좋은 만평은 사건의 핵심을 가장 명확히 드러내 누구나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물론 독자와 소통하는 기사인 만큼 재미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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