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전기 쓰는 재미
내가 만든 전기 쓰는 재미
  • 이시담 기자
  • 승인 2009.09.07
  • 호수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육 움직임에서 전기 얻는 인간동력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도 컴퓨터를 쓸 수 있을까. 인간 근육의 움직임을 전기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장치를 사용하면 가능하다. 이렇게 얻는 동력을 ‘인간동력’이라 한다. 환경을 지키려는 마음에서 혹은 재미로 사용하는 인간동력을 알아봤다.


가장 익숙한 인간동력, 자전거발전기
인간동력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가장 대표적인 예는 자전거발전기다. 사람이 자전거를 탈 때 발생하는 자전거 바퀴의 회전력이나 바퀴가 지면과 맞닿으며 발생하는 마찰력을 이용한 전력발생 장치다.

미국의 웹디자이너 데이비드 부처 씨는 자전거발전기로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사실 그가 자전거발전기로 만든 전기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절감되는 비용은 크지 않다.
그러나 그는 “그냥 밖에서 운동을 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며 “내가 발전한 전기를 내가 사용한다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구글 홈페이지에 ‘가정용 공구만으로 제작이 가능한 페달발전기’의 설계도와 매뉴얼을 공개하기도 했다.

자전거발전기는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오는 10월 25일까지 열리는 인천세계도시축전의 녹색성장 에너지 체험관에는 시민들이 자전거발전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자전거발전기를 손수 만들어 사용하는 이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휴먼파워 제너레이터’, ‘한국신재생에너지동호회’ 등의 포털사이트 동호회에서는 회원들이 직접 만든 자전거발전기를 볼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이 만든 자전거발전기의 원리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한다.

김승만<한국신재생에너지동호회> 운영자는 “일본과 중국의 대학생들이 자전거발전기 설계도를 메일로 요청한 적도 있다”며 말했다.

단순 움직임으로도 전기 발전
전기를 얻기 위해서 자전거발전기를 항상 돌리는 등 특별한 동작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걷고 뛰는 등의 일상의 행동을 통해서도 전기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전력을 ‘기생 전력’이라 한다. 상하좌우의 움직임을 전기로 바꿔주는 배낭형 발전기, 보행시 생기는 압력을 이용한 신발 발전기, 소음을 전기로 변환하는 발전기 등이다.

이 외에도 인간동력에 첨단 기술을 이용한 기생전력 발전 방식으로 크라우드 팜이 있다. 크라우드 팜은 지하철역처럼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에서 군중의 발자국 충격을 모아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이다.
도쿄 역 아에스 북측 출구는 ‘발전마루’라 불리는 특별한 계단이 있다. 발전마루는 사람들이 오갈 때 발생하는 충격을 전기에너지로 전환한다. 이 에너지는 친환경적이며 비상시 독립전원으로써의 가치가 크다.

발전마루는 압력을 가하면 판의 양면에 양전하나 음전하가 유도되는 압전소자를 이용한 장치다. 일본에서는 발전마루 같은 시도를 할 정도로 압전소자 분야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선영<공학대ㆍ재료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신도림 역 같은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에서 압전소자를 통한 전력발전을 시도해 볼 수 있지만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 한 불가능할 것”이라며 “국내에는 압전소자에서 발생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저장하는 기술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화력 발전소나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에너지에 비해 인간이 만들어내는 에너지 미미한 수준이다. 때문에 인간 동력을 전력으로 전환해 사용하기 위해서는 발생한 동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자전거 발전기의 경우 설계 방식에 따라 세탁기를 돌릴 수 있을 정도의 전기를 발전할 수도 있고 MP3도 충전할 수 없는 전력이 나올 수 있다.

기업도 인간동력에 관심
인간 동력을 이용한 특허는 개인이 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업도 인간 동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모토로라에서는 자전거에 연결해 휴대폰 배터리를 충전하는 거치대를 선보였으며 소니에서는 자가발전이 가능한 카메라를 출시했다.

인간전력은 비상시 손전등, 적외선 망원경 등 전력 사용량이 적으면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제품에 효율적이다. 건전지가 방전될 염려가 없으며 효율적으로 전력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SBS 다큐멘터리 「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를 기획한 유진규<SBSㆍ제작본부> PD는 “상품화 된 인간동력 제품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며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고려하면 소비자가 환경오염을 시키지 않을 뿐 단순히 굴뚝을 옮긴 셈”이라 말했다.

기업에서 출시하는 자전거발전기에는 발생한 전력을 저장하기 위한 배터리가 사용된다. 직접 만든 자전거발전기는 기존의 재료를 재활용해 만든 것이므로 친환경적이다. 이 발전기의 배터리는 자동차용 배터리를 재활용해 만든 것이므로 추가로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시판용 자전거발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부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을 오염시킨다.
유 PD는 “기계의 구조를 개선하면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물건이 많다”며 “전기에너지를 통해 기계를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를 이용한 믹서기 대신 손으로 돌리는 수동 믹서기를 사용하면 전기에너지를 이용하는 것보다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다. 수동 믹서기는 전기 모터가 들어가지 않는 등 전기 믹서기보다 훨씬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

인간동력을 필요한 에너지 형태로 바로 전환했을 때는 전기로 변환해 사용할 때보다 효율도 높다.
영국의 인간동력 연구가 크리스 로퍼 씨는 페달을 통해 작동하는 비행기 ‘주피터’와 호버크래프트 ‘스팀보트 윌리’를 만들었다. ‘주피터’와 ‘스팀보트 윌리’를 시승해 본 사람들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페달 운동만을 통해 공중에 뜰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한다.

휴먼카 창업주 찰스 그린우드 씨는 어깨와 양팔, 다리, 허리, 가슴 등 온 몸의 근육을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휴먼카 ‘이매진’을 제작했다. 이매진은 시속 90km의 속력으로 달릴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