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공학 점진적 진출 잠잠한 배출
여성 공학 점진적 진출 잠잠한 배출
  • 김민지 기자, 유현지 기자
  • 승인 2009.09.06
  • 호수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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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여성 공학인 위한 계획 없어
공학 분야에 여성의 진출이 과거에 비해 늘었지만 고급 인력의 배출은 미미하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통계에 의하면 4년제 대학 공학 계열 입학생 중 여성 비율은 18.4%(2003년)에서 19.0%(2007년)로 증가 추세다.

하지만 학사에 비해 석ㆍ박사 이상 고급 인력의 공급은 부족하다. 2007년까지 배출된 여성 이공계 박사는 701명에 불가하다. 또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비율도 여성이 남성보다 10%이상 낮다. 2007년의 경우 전공 분야로 취업하는 비율은 남성 80.5%인 반면 여성은 66.7%로 나타났다.

우리 학교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우리 학교 공대 여학생의 구성비는 서울 배움터 9.2%(2003년)에서 15%(작년)로, 안산배움터 13.0%(2003년)에서 19%(작년)로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 학교에서 2007년에 석사과정을 수료한 여성은 66명으로 남성의 525명에 비해 적었다. 박사과정의 경우 남성은 71명이었지만 여성은 단 한명이었다.

여성의 공학 분야 진출이 이처럼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민정<공대ㆍ정보시스템학과 09> 양은 “아직도 공학은 남성의 영역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만연하다”며 “인사상의 불이익을 걱정해 전공을 바꾸는 경우를 주위에서 종종 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김세정<공대ㆍ화학공학과 석사과정 1기> 양은 “연구실마다 다르지만 재학 중인 선배들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며 “사회에 진출해 이끌어 주는 여성 선배들도 없다”고 전했다.

교수들이 주로 남성일 뿐 아니라 교육 과정 자체가 남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공대 여학생들은 전공 공부에 더욱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공대 여학생들은 보통 취업을 준비할 때 영어 등의 외국어 능력 향상과 학점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남학생들이 취득하는 기사나 기술사, 기술고시 등의 전공 관련 자격증의 취득률이 낮다. 또 공대에서 반드시 요구하는 산학연계프로그램이나 인턴십의 참여도도 낮다.

산업체에 재직 중인 이공계 여성 중 24.9%가 대학에서 전공 관련 지식 함양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산업체 인사 담당자들도 여성 채용 시 가장 큰 단점으로 자격 부족(31.9%)을 지적했다.
이런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연세대, 성균관대 등 5개의 대학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3년 전부터 ‘여학생 공학 교육 선도 대학 사업’을 했다.

이 사업의 취지는 교육 과정에서의 관점 개편과 여학생에게 부족한 현장 적응력, 리더십 등의 보완으로 역량 강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작년의 교육과학기술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업을 통해 학생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대 여학생들은 자신의 전공에 대해 자신감을 얻고,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을 동료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여학생 공학 교육 선도 대학 중 하나인 성균관대는 전공 기초 과목의 수업에서 여성 친화적 소재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한 후 설문을 실시했다. ‘공학 영역은 남성이 잘하는 영역’이라는 문항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학생 비율은 남학생과 여학생이 각각 36%, 38%로 수업 전 같은 문항에 남녀 각각 64%, 75%로 긍정적인 응답이었던 것에 비해 줄었다고 한다.

또 연세대는 공학계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생명공학과 여성공학인의 역할’ 등 7개 과목을 개설했다. 군산대는 여학생이 기계나 장비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관련 과목의 실습 수를 늘렸다.

최순자<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명예회장은 “여성 공학인의 양성을 위해 무엇보다도 공대 여학생들에게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는 여 교수의 채용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우리 학교에서 공대 여학생들의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는 공대 여교수는 서울 배움터와 안산배움터를 합쳐도 5명(2008년)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여교수가 151명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적은 수다.
최 교수는 “교수와의 상호 작용이 전공에 대한 성취도를 높일 수 있다”며 “이화여대와 인하대 등의 ‘WISE 거점 센터’처럼 공대 여학생에게 진로 정보를 제공하고 동기 부여를 돕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현재 여성 공학도를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 돼 있지 않다. 우리 학교 기획처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New Hanyang 2020’의 준비 과정에서 여성 공학인 양성에 대해 아직 고려한 바 없다”며 “공학 분야 여학생의 인력 양성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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