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한국 유도의 희망을 지피다
한양, 한국 유도의 희망을 지피다
  • 권경하 기자
  • 승인 2009.09.06
  • 호수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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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도계의 떠오르는 샛별, 조은샘<체대·스포츠산업학과 09>군을 만나다.

막 시작한 여름방학에 빠져있던 지난 7월 청주에서는 열린 2009 직지컵국제청소년유도대회가 열렸다. 이번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낸 자랑스런 얼굴이 있었으니 우리학교 조은샘<체대ㆍ스포츠산업학과 09> 군이었다. 09학번이면서 100kg급 유도선수에 금메달을 딴 학생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도통 감이 잡히질 않았다. 드디어 그를 만나는 날, 자신의 덩치만한 검은 트렁크를 끌고 오는 모습에서부터 힘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생긴 휴가기간에 고향에 다녀왔다는 조 군. 오늘 ‘선수’를 만났구나 싶었다. 

유도의 시작
조 군이 운동을 시작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처음엔 체중감량을 위해 씨름을 했다. 아버지의 권유로 5학년 때 유도관에 다녔고 어린 마음에 유도를 취미생활 정도로 생각했다. 그의 정식 유도 인생은 중학교 1학년 때 우연히 참가한 소년체전경기에서 입상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주변의 권유로 참가한 소년체전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부터 유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제 인생의 행로를 바꾼 계기였죠”

다른 듯 같은 신입생으로서의 모습
이렇게 운동선수의 길을 걷게 된 그는 고등학교 시절 매년 전국체전에 출전하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당시 그를 유심히 지켜봤던 우리학교 유도부 김석규 감독의 제안으로 스포츠산업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대학에 와서도 운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여느 학생들과 똑같이 학과 공부를 하며 기초필수 수업과 교양과목을 듣는다. 다만 일반 학생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하루 세 번 새벽, 오후, 야간으로 짜인 운동 시간표다.

“처음 수강신청을 할 땐 듣고 싶은 교양과목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래서 오전엔 기초필수, 오후엔 교양과목들로 시간표를 채웠죠. 나중에 알고 보니 오후 3시부터 운동 시간표가 따로 있더라고요(웃음). 출석을 제대로 못한 수업들이 많아 아쉬워요”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서슴없이 아이돌 가수 투애니원ㄴ을 꼽았다. 노래와 더불어 멤버 산다라 박을 좋아한다며 열을 올리는 모습이 영락없이 해맑은 새내기다. 이런 조 군이 평소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졌다.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시끄럽게 떠들며 장난도 치고 그래요. 기숙사 생활을 하다보니 시간이 있을 땐 미리미리 청소나 빨래를 해두고요. 같은 과 동기랑 방을 쓰는데 둘 다 합숙생활을 해봐서 그런지 청소나 빨래가 힘들거나 귀찮지는 않아요. 대회를 앞뒀을 때만 빼고 외박이 있는 주말이면 친구들과 술을 마시기도 하죠”

올해 갓 스무 살인 조 군. 하루 세 차례의 운동이 벅찰 수도 있는 나이다. 또 학교시설이나 생활면에서는 대체로 만족하지만 가끔씩 놀러가거나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은 시기다.

“훈련이 벅찰 때도 있지만 중학교 때부터 해온 일이라 답답하지 않아요. 매일 몇 시간씩 훈련하면 너무 힘들어서 나가 놀고 싶은 생각도 사라지고요. 자연스럽게 여가생활들은 외박이 가능한 주말로 미루죠”

업어치기를 가장 잘 한다며 너스레를 떠는 조 군. 시합 전에는 긴장을 풀기위해 일부러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말을 많이 한다는 그는 아직 19살 개구쟁이였다.

부상의 아픔과 승리의 보람
공든 탑이 무너지랴. 조 군은 유도의 길로 접어들고부터 줄곧 좋은 성적을 내왔다. 유도를 향한 평소 그의 노력은 보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뒤엔 남모를 위기감도 존재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자신이 예상치 못할 정도로 추락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었다. 이럴 때 가장 먼저 와 닿는 건 부상의 위협이란다. 사실 그는 2개월간의 무릎부상으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난 몇 달 동안은 안타깝게 1등을 놓치곤 했다.

“친구들은 근육 운동처럼 실제 경기에 도움이 되는 훈련을 하던 반면 저는 한쪽에서 재활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땐 여러 가지 심리적 이유로 기분도 안 좋았고 많이 힘들었죠. 그래서 특히 경기를 앞두고 있을 땐 부상의 위협에서 멀어지려고 해요. 중요한건 평소에도 항상 주의해야 한다는 거죠”

슬럼프를 회고하는 그의 눈빛에 어느새 진지한 기색이 서렸다. 직지컵국제청소년유도대회는 그가 청소년 국가대표로서 출전할 수 있었던 마지막 경기였다. 더불어 부상 당시의 고독과 좌절감을 이겨냈다는 점에서 이번 금메달 획득은 더욱 그를 기쁘게 했다. 또 이로써 앞으로 열릴 세계청소년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이번 대회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됐다.

운동선수의 현실과 격려의 힘
조 군은 자신이 중학교 때 유도부로 스카우트 되지 않았다면 평범하게 공부하는 학생이 됐으리라 짐작했다.
“스카우트라는 기회가 없었다면 지금쯤 아버지가 몸 담고 계신 건축업 공부를 하고 있지 않을까요. 운동을 늦게 시작한다는 건 그만큼 더 힘들어 진다는 말과 같아요. 물론 열심히 한다면 다 가능하겠지만 체력적으로도 무뎌지고 그만큼 좋은 기회를 얻기도 힘들어지니까요”

당연하다는 듯한 그의 말 속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유도뿐 아니라 다른 모든 운동이, 우리나라에서는 1등 아니면 안 쳐주는 현실. 모두가 1등을 하려 하니 더 열심히 뛸 수밖에 없단다.

대개의 수험생들이 그렇겠지만 그에게도 고3은 힘든 시기였다. 그동안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해왔기 때문에 어느 순간 운동을 하기 싫어지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럴 때마다 그에게 힘이 되어 준 건 평소 관심을 가지며 격려를 아끼지 않던 주변사람들이었다. 그렇게 다시 출전한 대회에서 입상하면서부터 마음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솔직히 친구들이나 주변인들의 격려가 없었다면 정말 섭섭했을 것 같아요. 이들이 없었다면 고3이나 슬럼프를 잘 극복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도움이 됐죠” 

마지막으로, 꿈
일본엔 무네타 야수유키라는 유도 선수가 있다. 키는 작아도 실력과 힘 모두 헤비급이다. 작지만 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조 군이 그를 자신의 역할모델로 여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또 그에겐 국가대표선수로서 세계대회 입상이라는 목표 외에 꿈이 하나 더 있다.

“평소에도 공부를 좀 더 해보고 싶었어요. 입학 후 유도가 아니고도 저에게 전공이 한 가지 더 생겼잖아요. 자연스럽게 스포츠산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선수로서 제가 만족하는 단계에 도달하고 나선 교수가 되고도 싶어요”

조 군은 시합이 있을 때면 항상 함께 하며 애정과 지적을 마다하지 않으신 부모님과 현재 그를 보살펴 주시는 감독님께도 감사를 잊지 않았다. 또 오는 10월에 참가하는 될 세계청소년대회에서도 그 분들을 위해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모든 경기에 임할 땐 최대한 1등을 하고 싶어요. 앞서도 말했듯 모두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죠. 하지만 그 전에 제가 노력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얻고 싶어서예요. 그 대가가 최고라면 제 기분도 최고로 좋아질 거고요. 지켜봐주세요(웃음).” 


사진 최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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