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 현실과 이상 사이
최저임금제, 현실과 이상 사이
  • 서정훈 기자, 차진세 기자
  • 승인 2009.09.06
  • 호수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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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 정확히 알아야

지난 6월 30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4천11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4천원보다 2.75%인상된 수치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맞물려 큰 주목을 받았던 내년 최저임금에 노동자 측과 사용자 측 모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정태면<최저임금위원회> 부위원장은 “노동자 측은 ‘최저임금을 인상해 구매력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사용자 측은 ‘가격경쟁력과 고용 보장을 위해 임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해 합의점을 찾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에 대한 노ㆍ사 대립
사용자 측은 사상 최초로 5.8%의 삭감안을 제시했다. 이는 2008년 최저임금인 3천770원을 2010년 최저임금으로 제시한 것이다. 하상우<한국경영자총협회ㆍ경제조사팀> 팀장은 “올해 최저임금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예측하지 못하고 결정돼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며 “경제 위기에 맞는 합리적인 최저임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최저임금 상승으로 혜택을 받는 근로자의 비율이 15%가 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15%의 근로자가 최저임금 상승으로 더 높은 시급을 받게 되면 이보다 경력ㆍ직급이 높은 근로자의 시급도 덩달아 상승해야 한다.

이로 인해 사용자는 더 많은 인건비를 부담하게 되고 이는 곧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 팀장은 “경제 위기로 인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게 인건비 부담까지 안길 수 없다”며 “원활한 고용환경을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은 삭감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노동계는 최초 제시안으로 현재 최저임금에서28.7%를 인상한 5천150원을 주장했다. 이정호<민주노총ㆍ정책국> 국장은 “전체노동자 임금 평균의 절반은 돼야한다”며 “적어도 소비자물가 증가 예상치인 3%만큼은 인상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국장은 또 “IMF 사태 때도 삭감안을 주장하지 않았던 사용자측이 IMF보다 어렵다고 할 수 없는 지금에 오히려 삭감안을 제시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사용자측을 비판했다.


노동부와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연 평균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상승률은 10.1%로 물가상승률인 3.1%를 훨씬 웃돌고 있다.

또 10년 동안 10% 정도 상승한 최저임금에 비해 노동생산성은 2000년부터 계속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이유로 사용자 측은 노동생산성만 고려해 봤을 때 2010년의 적용 적정 최저 임금은 26.3% 삭감된 2천 964원이지만 제반여건을 고려해 5.8%만 삭감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하 팀장은 “최저임금에 고정상여금 및 식비 등이 포함돼있지 않아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은 생각보다 많다”며 “우리나라의 최저임금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으므로 이제 경제상황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에 대한 노동자 측과 사용자 측의 대립이 지속돼 2010년 최저임금은 예년 보다 늦게 발표됐다. 최저임금 책정과정을 지켜본 전해선<노동부ㆍ근로기준과> 행정사무관은 “그 어느 해보다 회의가 오래 진행됐고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기 쉽지 않았다”며 “2.75% 인상안에 노ㆍ사 모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초과근무수당, 학생들의 인지도 낮아
노동임금 문제는 최저임금뿐만 아니라 초과근무수당인 연장ㆍ휴일ㆍ야간수당 등도 포괄하는 문제다. 초과근무수당은 모두 보통 급료의 50%를 추가로 받는다. 또한 야간수당은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적용을 받는다. 만약 시급이 4천원인 사업장에서 1시간 연장근무를 해 밤 11시에 업무를 마쳤다면 야간수당 2천원과 연장수당 2천원을 합쳐 4천원을 더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슈가 최저임금 문제에만 집중돼 있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학교 학생들도 초과근무수당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최호성<공대ㆍ전자통신컴퓨터공학부 02> 군은 “초과근무수당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은 있으나 계산법 등 자세한 사항은 모른다”며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도 추가로 야간수당을 더 받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경험을 말했다. 최 군은 또 “PC방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고용계약서 때문에 최저임금보다 훨씬 낮은 금액을 받고 일한 적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중국 출신인 한정<사회대ㆍ관광학부 07> 양 역시 “호프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야간수당을 받지는 못했고 야간수당이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고 얘기했다. 한 양은 만약 제도를 알았다면 금액을 청구했을 것이냐는 질문에 “업주 측에서는 해고를 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야간수당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도 급료를 청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물음에 답했다.

이를 두고 이 국장은 “이 문제는 임금체불과 마찬가지인 문제”라며 “학생들 스스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한다는 의식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일러스트 주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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