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호 ‘한대신문’과 ‘한양대학보’
제호 ‘한대신문’과 ‘한양대학보’
  • 문종효 기자
  • 승인 2009.09.06
  • 호수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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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대 편집국장 임경록<신문학과 65> 동문
작년 어느 날 받아본 ‘漢大新聞’은 그 제호가 ‘한양대학보’로 바뀌어 있었다. 오랜 기간 친숙했던 제호가 왜 바뀌었는지 별다른 설명도 찾지 못했다. 나중에 ‘漢大新聞’이란 이름이 한글전용 신문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고 그 이유를 전해 들었다.

우리학교 신문은 우리가 공과대학에서 종합대학교로 승격ㆍ인가된 지 석 달 뒤인 1959년 5월 11일 제호 ‘漢陽大學報’로 창간됐다. 이후 4년만인 63년 4월 한글 ‘한양대학보’로, 65년 3월에는 당시 총장이던 고 김연준 이사장의 휘호를 받아 ‘漢大新聞’으로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순간(열흘에 한 번)으로 발행되던 때였다. 한대신문의 숙원이던 주간으로 바뀌고 한글전용 가로쓰기를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대변혁을 거치면서 66년 제166호부터 한글 ‘한대신문’으로 발행됐다. 그러나 학생들의 한문 실력의 배양 등을 이유로, 82년 제613호부터 국한문 혼용체제로 돌아가면서 제호도 옛 ‘漢大新聞’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다시 신문의 성격이 제호와 맞지 않는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한양대학보’로 환원된 것이다.

대학신문의 이름이 ‘신문’이면 어떻고 ‘대학보’면 어떠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디 우리학교가 사회에서 ‘한대’라면 모르고 ‘한양대’라 해야 알아보는가. 오히려 글자의 수를 줄여 쓰고 있는 인터넷 시대에서는 ‘한대’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고, 보다 많이 쓰여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한양의 70년, 한대신문 50년 역사에서 가장 오랜 기간인 40여 년 간 알려진 이름이 ‘漢大新聞’이나 ‘한대신문’이다. 제호를 다시 바꾼 이유가 단지 한글전용 신문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라면 ‘漢大新聞’을 한글전용으로 표방했던 ‘한대신문’은 어떤가. 굳이 ‘한양대학보’로 돌아간 소이를 모르겠다.

사람도 이름을 바꾸려면 합당한 사유와 함께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법이다. 이번 제호의 변경을 보면서 과거 어렵던 시절로 회귀한 느낌마저 든다. 마치 성인이 된 사회인에게 다시 아명을 붙여 부르며, 옛 아이적 이름을 고집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제호만 보면 어느 군소 단과대학의 신문같은 분위기다. 세상만물의 이름은 그 위상과도 걸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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