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신문사의 마이너 대학평가
메이저 신문사의 마이너 대학평가
  • 김단비 기자, 박성환 기자
  • 승인 2009.09.06
  • 호수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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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항목으로 대학 전체 평가, 대학 서열화 심화

J신문은 ‘교육 소비자에게 올바른 대학 정보를 제공하고 대학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국가 경쟁력의 근간인 대학 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매년 국내 대학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C신문 또한 작년부터 신문사 대학평가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현재 각 대학교는 대학평가 전담부서를 만들어 외부 평가에 대해 대비하고 있으며 신문사 대학평가에 대한 대비도 이뤄지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신문사 대학평가가 각 대학 및 입시생들이 의식할만한 가치를 지녔는지에 대해 평가해봤다.

대학평가에 대한 관계자들의 인식
장태상<한국외대ㆍ기획조정처> 처장은 “한국외대는 신문사 대학평가의 국제화 부문 지표 영향으로 외국인 교수를 최대한 많이 채용하려 한다”며 “다른 대학과의 경쟁 순위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노력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의 최승권<경희대ㆍ기획위원회> 직원은 “대학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영어강좌 확대 노력 △외국인 교수비율 증가 △캠퍼스의 국제화 교류 증가 △교수들의 학생 교육 질적 부분 향상 도모 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장 처장은 “언론은 자신들의 정보를 사회 구성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며 “이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신문사 대학평가를 의식하고 있으며, 이를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사 대학평가의 직접적인 영향은 대학뿐만 아니라 입시계에도 미치고 있다. 이소정<경기 수리고ㆍ19> 양은 “입학설명회 때 입시생들은 신문사 대학평가 자료로 상위권 대학을 구분하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만약 원하던 대학의 평가가 좋지 않을 경우 목표 대학에 대해 다시 고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장에서 대학 입시 지도를 하고 있는 이진우<경기ㆍ경기북과학고> 교사는 “학생들이 언론에 노출된 대학평가 자료에 큰 영향을 받는다”며 “이에 신문사는 입시생들에게 대학의 질적인 부분을 고려한 실질적 대학 평가 자료를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신문사 대학평가에 의한 각 대학들의 점수는 해당 대학의 성과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으며 이에 각 대학들은 신문사 대학평가 결과를 대학서열 순위를 높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신문사 대학평가의 평가
하지만 과연 신문사 대학평가가 각 대학 및 입시생들이 의식할만한 가치를 지녔을까. 신문사 대학평가 기준을 살펴보면 C신문과 J신문 모두 국제화, 교육수준, 연구능력, 졸업생 평가 등 동일한 4가지 부분에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각 항목의 가중치를 달리해 같은 수치로 서로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두 신문의 평가 기준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교육 여건 및 재정에 관한 평가인 교육수준 부문의 세부 항목은 △교수당 학생 수 △교수 확보율 △학생당 장학금 규모 △장학금 수혜율 △등록금 대비 장학금 환원율 △기숙사 수용률 △학생당 도서자료 구입비 △현장실습 강좌 참여 학생 비율 △학생당 교육비 △교육비 환원율 △세입 중 납입금 비율 △학생 충원율 △중도 포기율로 두 신문이 동일하다.

이 항목들은 겉보기엔 대학의 교육 수준을 효율적으로 포괄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 대학교 사정의 극 일부만을 조명하고 있다. 기숙사 수용률이나 학생당 도서자료 구입비 등과 같은 항목은 대학 내 지극히 세부적인 사항이다.

교육 여건에 대한 세부항목에는 실습실 수, 실습 장비 구비 수, 도서관 열람실 수처럼 기존 세부 항목의 중요성에 준하는 지표들이  여러 가지임에도 불구하고 기숙사 수용률과 학생당 도서자료 구입비에만 평가 가치를 부여하고 있어 평가 항목의 형평성이 절하되고 있다.

한편 국제화 부문 평가 항목 또한 두 신문사가 동일하며 세부 항목으로 △외국인 교수 비율 △외국인 학생 비율 △해외 파견 교환학생 비율 △국내 방문 외국인 교환학생 비율 △영어강좌 비율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국제화 부문의 항목들은 외국인 교수 및 학생 비율처럼 지극히 양적인 측면을 고려해 양과 질은 비례한다는 잘못된 공식을 적용했다.

두 신문사에서는 전체 강좌 중 영어강좌 비율이 높은 대학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지만 영어강좌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강의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유명무실한 국제화가 될 뿐이다. 또 전공에 따라 학문 수양에 적합한 언어권이 달라지는데 해외 파견 교환학생 비율 항목은 언어권을 완전히 배재한 수치로 질적인 측면의 평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신문사 대학평가 항목은 대학의 일부만 조명해 전체를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점이 있으며 몇 가지 항목만으로 대학의 전체를 평가하고 서열화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밖에 없다.

대학 서열화ㆍ학벌주의 조장하는 대학평가
일각에서는 신문사 대학평가가 대학 서열화 조장과 학벌주의 심화를 부추긴다는 목소리도 있다. 학벌주의 반대 시민단체의 운영자인 채효정<학벌없는사회> 운영위원은 “과거에는 상인자본에 의해 계급이 정해졌었다면 현재는 학벌에 의해 암묵적인 계급이 정해지고 있다”며 “신문사 대학평가로 인한 대학 서열화는 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대학 비평준화인 우리나라에서 신문사의 대학평가는 대학 서열화를 심화시킨다는 것이 학벌주의 반대자들의 입장이다. 덧붙여 채 운영위원은 “신문사가 정한 잣대로 평가되는 대학 서열이 공신력 있는 평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이는 사회 내에서 영향력을 지닌 언론사의 부당한 권력 행사 행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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