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젊음과 열정을 채워줄 Grease!
당신의 젊음과 열정을 채워줄 Grease!
  • 서정훈 기자
  • 승인 2009.09.06
  • 호수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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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그리스」가 선사하는 황홀한 에너지

 

1971년 미국 시카고의 한 작은 공연장. 미국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젊은이들의 사랑, 미래에 대한 고뇌 그리고 그들의 열정과 패기를 고스란히 담은 뮤지컬이 첫 선을 보였다. 이 뮤지컬은 1년 뒤인 1972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역사적인 첫 공연을 치렀고 당시 유행했던 정형화된 뮤지컬 음악이 아닌 50년대 유행했던 ‘로큰롤’을 차용해 신선하다는 평단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전 세계에서 쉬지 않고 공연 중인 뮤지컬, 뮤지컬의 수록곡 중 하나인 「Summer Night」의 제목처럼 관객들에게 여름밤과 같은 열정을 선물하는 뮤지컬, 젊은이를 대변하는 뮤지컬, 바로「그리스」다.

그리스의 탄생과 인기
1970년대 미국에서 만들어진 뮤지컬「그리스」는 1972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1980년대까지 미국에서 총 3천 388회의 공연이 이어졌다. 이후「그리스」는 전 세계로 수출이 되는데, 우리나라에는 2003년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첫 공연이 이뤄졌다.

「그리스」는 우리나라 초연 당시 관객 점유율이 90%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특히 정식 공연 전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프리뷰 공연에서는 자리를 잡지 못한 일부 관객들이 돌아가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그리스」가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인기뮤지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시대를 타지 않는 보편성 때문이다. 조민영<국문대ㆍ문화콘텐츠학과> 강사는 “「그리스」는 10대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세월을 넘어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형성한다”며 “「그리스」를 보며 젊은 세대는 자신과 같은 상황에 동질감을 느끼고, 기성  세대는 자신의 청춘을 회상할 수 있어 인기가 높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인기 요인은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그리스」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7년째 공연이 이어져오고 있는데, 대중들의 사랑에 힘입어 공연계에서 최초로 ‘그리스 마니아 카드’를 발행하기도 했다. 이는 시즌권으로 일컬어지는 무제 한 관람권의 일종으로 그만큼 「그리스」 마니아 팬 층이 두텁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스」가 벌어들인 수익이 70억 원이 넘는다는 점과 지난해 6월 8일, 중ㆍ대극장 뮤지컬 중 처음으로 천 회 공연을 이룬 것도 뮤지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게 한다.

「그리스」공연을 직접 본 하누리<언정대ㆍ신문방송학과 08> 양은 “배우들의 센스 있는 무대매너와 좌중을 사로잡는 군무가 매력적이었다”며 “70년대에 만들어진 뮤지컬인 만큼 약간 촌스럽고 복고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내용 자체는 현재에도 전혀 무리가 없이 받아들여져서 좋았다”고 말했다.

영화로 넘어간 그리스 
1978년 미국에서는 「토요일 밤의 열기」를 제작해 뮤지컬계의 ‘큰손’으로 추앙받던 로버트 스티우트가 당시 2천 2백회 공연을 돌파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던 「그리스」를 영화로 제작해 영화계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영화를 제작했던 파라마운트사는 「그리스」의 영화화를 위해 20만 달러라는 거액의 판권료를 지불했다.

영화 「그리스」는 남자주인공 대니 역에 ‘존 트라볼타’가, 여자주인공 샌디 역으로 당시 최고의 인기 가수였던 ‘올리비아 뉴튼 존’이 캐스팅 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는 개봉 이후 엄청난 성공을 거뒀는데, 600만 달러의 높은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1억 5천 3백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또 영화의 OST는 77주 동안 빌보드 팝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했고, 그 중 12주는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그리스」가 영화로 제작된 것에 대해 조 강사는 “영화와 뮤지컬은 무대와 스크린의 차이로 인해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지만 그 장ㆍ단점을 나열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다만 「그리스」가 영화로 제작된 것을 계기로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화와 뮤지컬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영화가 뮤지컬의 한계인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좀 더 매끄럽고 유연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다면, 뮤지컬은 관객들에게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생략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많아 이야기 구조가 영화에 비해 덜 탄탄하다.

전성필<사회대ㆍ사회학과 08> 군은 뮤지컬 「그리스」에 대해 “내용에 마무리가 없어 조금 아쉽긴 했지만 노래들이 너무 신나 좋은 시간을 보냈다”며 “같이 간 여자 친구가 잘생긴 남자 배우들에게 열광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고 감상을 전했다.

그리스와 50년대 로큰롤
「그리스」는 50년대에 유행했던 로큰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뮤지컬에 등장하는 노래부터 배우들의 의상까지, 모두 50년대를 생각나게 하게 하는 것들이다.
그리스가 ‘머리를 넘길 때 바르는 포마드 기름’을 의미하는 것처럼 머리를 가지런히 넘기고 몸에 붙는 청바지와 가죽재킷을 입은 배우들은 50년대 로큰롤의 대표적인 스타 ‘엘비스 프레슬리’를 떠올리게 한다.

로큰롤은 다양한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 블루스, 재즈, 컨트리음악과 복음송가가 많은 영향을 미친 대표적 음악 장르다. 또 로큰롤은 한 마디에 8개의 리듬을 가진 12~16마디 단위로 이뤄져 반복적이고 자유로운 선율을 가지고 있다. 선율은 자유롭지만 복잡하지 않고 간단해 가사를 쉽게 전달할 수 있게 한다.

50년대 로큰롤은 이전까지 흑인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블루스와 재즈 등을 차용하는 등 그야말로 ‘파격’을 시도한 음악 장르다. 다양한 문화를 흡수한 로큰롤을 통해 사람들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수 서태지와 아이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 불어 닥친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 변화가 이와 유사한 사회 현상의 예가 될 수 있다. 자신의 개성을 중요시하고 나와 다른  남을 인정하는 로큰롤은 「그리스」에서 젊은이들의 반항 정신과 나와 다른 것을 흡수할 수 있는 관대함의 표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보희<음대ㆍ작곡과> 강사는 “로큰롤 음악은 가수들에게도 춤과 노래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 음악”이라며 “「그리스」는 로큰롤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흥겨움과 그 당시의 문화를 잘 살려낸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어 로큰롤을 적절하게 잘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7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그리스」는 시대에 맞게 모습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번역한 가사를 현재의 트렌드에 맞게 고친다거나 하는 작업 등이 대부분이다. 이런 변화 때문에 새로운 시즌이 나올 때마다 「그리스」를 보러 오는 골수 관객들도 많다.

현재 「그리스」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정태용<오디뮤지컬컴퍼니ㆍ제작팀> 감독은 “관객 대부분이 젊은 층인 것을 감안해 요즘의 트렌드에 맞게 세부적인 것을 조정하는 편”이라며 “큰 이야기 구조나 사건 등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지난 뮤지컬과 조금 달라진 점을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나는 노래와 화려한 춤이 그리스의 매력인 만큼 처음에는 경직된 관객들이 서서히 리듬에 몸을 맡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제작자의 입장에서 큰 즐거움이다. 특히 모든 배우들이 나와 자신들이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부르며 관객에게 인사를 하는 ‘커튼콜’ 시간에는 배우들이 직접 나서 관객들이 같이 어울릴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정 감독은 “제작자의 입장에서 공연이 끝나고도 배우와 관객이 열기를 즐기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며 “「그리스」를 볼 때는 온 몸의 긴장을 풀고, 배우들이 전하는 10대들의 열정과 에너지에 몸을 맡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10대의 풋풋한 사랑을 나누는 대니와 샌디,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두디와 프렌치, 고난을 이겨내고 성숙한 사랑을 이어나가는 케니키와 라조, 익살맞은 연인인 로저와 젠, 연인인 듯 아닌 듯 장난스러운 관계를 유지하는 소니와 마티.

10명의 10대 남녀가 펼쳐가는 뮤지컬 「그리스」는 ‘Summer night, 그 짧은 만남’ 이라는 OST의 가사처럼 우리에게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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