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도전 꿈꾸는 여름방학
아름다운 도전 꿈꾸는 여름방학
  • 한양대학보
  • 승인 2009.07.25
  • 호수 1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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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생들의 여름방학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지난 6월 취업인사포털인 인쿠르크가 대학생 91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10명 중 9명이 여름방학 때 어떤 형태로든 취업을 위한 스펙(specification)을 높이기 위해 학교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물론 다른 나라 대학생들도 방학 때면 자신의 미래 취업과 연관된 기업에서 인턴쉽을 하거나, 학비를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에 열심이다. 그러나 한국처럼 획일적인 잣대에 의한 취업용 스펙을 높이기 위해 공부에 진땀을 흘리는 대학생들도 드물 것이다.

얼마 전 안면도 여행에서 본 소나무가 떠오른다. 안면도에는 조선시대부터 왕실에서 특별히 관리한 덕분에 좋은 환경에서 죽죽 뻗은 재질이 우수한 소나무들이 많다. 200m가 넘는 그 미끈한 자태에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그러나 정작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소나무는 오히려 척박한 바위 위에서 약간의 틈만 있으면 악착같이 뿌리를 내려 사는, 여기 저기 매듭이 많은 키 작은 소나무이다. 감탄을 하게 하는 나무와 감동을 주는 나무는 다르다. 한국의 취업 현실에서 몇 미터짜리, 몇 점짜리 이상의 인재를 뽑는 기준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훌륭한 스펙을 갖춘 감탄스러운 인재가 반드시 취업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스펙은 부족하더라도 창의성과 모험심, 그리고 좌절을 이겨내는 끈기를 가진 감동스러운 인재를 원하기도 한다. 

장영희 교수의 저서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에는 ‘무릎을 꿇은 나무’ 이야기가 나온다. 록키산맥 해발 3000m 수목한계선에서 험한 눈보라 속에서 결국은 무릎을 꿇은 나무.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공명이 잘되는 명품 바이올린은 바로 이 나무로 만든다고 한다. 사람들은 항상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도전과 좌절이 있는 삶에 감동한다. 한국 대학생들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의 한계가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여름방학에만은 ‘스펙’에 주눅 들린 마음을 훌훌 떨쳐내고 젊은 시절에만 가능한 모험과 탐험을 한번쯤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누구든 자신만의 도전과 탐험 스토리를 만드는 여름방학을 보내기를 바란다.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다시 학기가 시작되었을 때 분명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당신 속에서 명품 바이올린이 될 자질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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