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그것은 이해의 가능성
편견, 그것은 이해의 가능성
  • 이다영 기자
  • 승인 2009.07.24
  • 호수 12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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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종교문화 사랑과 자비 중심으로 뭉쳐야 할 때
교내에서 혼자 걷거나 친구를 기다릴 때 이틀에 한 번은 마주치는 사람이 있다. '조상님 기가 느껴진다'거나 '말씀을 전한다'는 이들이다. 핑계를 대고 자리를 피하려면 끝까지 따라온다. 구본현<경영대ㆍ경영학과 09> 군은 "학기 초 길을 묻다가 '말씀을 듣고 가라'는 여자에게 붙들려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며 "관심이 없다는데도 집요하게 연락을 해 오히려 그 종교에 대한 악감정이 생겼다”고 말했다.
허인석<공대ㆍ정보시스템학과 09> 군은 “친구를 기다리는데 한 남자가 ‘당신이 조상님께 빚을 많이 졌다’면서 굿하자고 돈을 요구했다”며 “종교가 오히려 피해를 주다니 그들의 선교를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증산도는 고대부터 발달한 우리나라 고유 신앙으로 상제와 태모를 믿는다. 중앙동아리 ‘증산도학생회’는 학기마다 21일 간 아침수행과 기도를 하며 종교의식을 갖는다. ‘증산도 학생회’ 회장 김현우<법대ㆍ법학과 02> 군은 “증산도는 인류의 모태신앙으로 모든 종교의 원형이 된다”며 “신도들은 국민의 역사의식과 자긍심을 고취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도 조상들을 모시긴 하지만 절대 돈을 요구하거나 종교를 강요하진 않는다”며 “학내에서 증산도를 사칭하며 피해를 끼치는 이들과 혼동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증산도학생회’는 동북공정 반대 서명, 애국열사 사진 전시회, 학기별 역사 세미나 등 우리역사를 분명히 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군은 “학내 종교 동아리들이 힘을 모아 종교동아리 박람회를 했으면 좋겠다”면서도 “축제 때 매번 의견을 내지만 이뤄지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개신교는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 이들과 더불어 성령을 모시는 삼위일체 사상이 중심이 된다. 개신교 중앙동아리 ‘예수전도단’ 회장 이미정<경상대ㆍ경영학부 06> 양은 “우리는 정기적으로 예배를 드리고 여름에는 수련회, 겨울에는 해외 피정으로 국제 활동을 한다”며 “축제 때는 소외된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일일 찻집을 연다”고 전했다.

타 종교에 대해서는 “마음은 열려 있지만 공통분모를 잘 못 찾겠다”며 “그래도 개신교 동아리끼리는 종종 연합을 하는데 다른 종교와는 교류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또 “교내에서 선교하는 학생이 있더라도 맛있는 음식, 남자친구와 같이 좋은 것을 알리고 싶은 입장으로 너그러이 생각해 달라”며 “정 마음이 안 열린다면 분명한 어투로 거절하면 된다”고 말했다.

천주교는 가톨릭으로도 불리며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와 더불어 성모마리아를 숭배한다는 점에서 개신교와 차이가 있다. 중앙동아리 ‘천주교학생회’ 회장 배이연<국문대ㆍ영미언어문화학과 08> 양은 “우리는 주일마다 미사를 드리고 고해성사 제도가 있다”며 “모꼬지에서는 천주교에 대한 공부도 병행하고 여름방학에는 도보 성지순례를 통해 신앙을 깊게 한다”고 말했다. 또 “학내 종교 동아리들이 중앙동아리 모임에서나 잠시 만날 뿐 화합하려는 시도는 없어 아쉽다”며 이해의 마음으로 연합 활동을 한다면 언제든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종교 불교는 부처를 믿으며 그의 설법을 교리로 삼는다. 불교 동아리 ‘불교학생회’ 회장 임예찬<음대ㆍ국악과 08> 군은 “불교는 단순히 신께 바라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내 자신이 수행을 통해 부처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우리 동아리는 매주 수요일 동국대 스님을 초청해 예불과 법회를 갖고 방학 때는 템플스테이(절에 들어가 수행하는 체험)를 떠난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년 부처님 오신 날 우리학교 이름으로 연등축제에 참여하기도 한다.

또 임 군은 “개인적으로 종교 동아리 간에 교류가 없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내재된 종교분쟁이 영향을 미쳐서라고 본다”며 “거의 모든 교리가 포용의 마음을 갖고는 있는데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한편 중앙동아리 ‘기독대학인 한양지부’는 보다 색다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독대학인’은 전국 기독교 대학생들이 각각의 지부 형태로 활동하며 타 학교 신자들과의 교류의 장을 만든다. 이 중 ‘한양지부’는 우리학교와 건대를 비롯한 6개 대학 연합이다. ‘기독대학인 한양지부’ 회장 권희석<법대ㆍ법학과 03> 군은 “사회적으로는 학교 간 서열화가 한창 문제지만 단체 활동을 하며 배려문화를 배울 수 있었다”며 “전국적 종교 모임은 대학생으로서 이력서 늘리기에서 벗어나 정신적 교류를 하고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된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다양한 학내 종교 동아리의 분분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들 중 ‘한국종교대학생연대(이하 한종련)’을 아는 동아리는 없었다. ‘한종련’은 ‘원불교전국대학생연합회’, ‘가톨릭대학생연합회’, ‘한국기독학생총연맹’,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등 한국 4대 종교가 연합해 지난 2000년 발족됐다. 이후 사랑과 자비 정신을 공통분모로 소외 계층을 위한 봉사와 종교 화합을 도모하고, 반전 시위 등 정치ㆍ사회적 사안에 대한 공동대처를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8년여 년이 흐른 지금은 소속 단체의 회원조차 연대의 존재를 모른다.

중앙동아리 종교분과 지도교수이자 천주교 인권위원장을 지낸 김용수<공대ㆍ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종련’은 취업난과 더불어 점차 개인주의화되는 학생들의 세태에 의해 점차 외면을 받은 것”이라며 “이런 시류를 타고 대학생의 종교 동아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동시에 회원들의 화합 또한 드문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어느 종교든 궁극적인 지향점은 사랑과 자비”라며 “나만의 신을 고집한다면 신이 아닌 우상밖에 될 수 없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대학생이라면 반드시 다양한 신앙에 대한 고민 도 해봐야 한다”며 “타 종교에 대해 이해하고 화합한다면 자신의 신앙도 돈독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또 “종교 동아리들은 힘을 모아 간단한 봉사활동부터 시작할 수 있다”며 “나아가 좋은 종교 관계자를 초청해 공동강좌를 받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진 박효은ㆍ최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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