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씁쓸한 폭로 ‘스타주니어쇼 붕어빵’
아이들의 씁쓸한 폭로 ‘스타주니어쇼 붕어빵’
  • 이다영 기자
  • 승인 2009.05.30
  • 호수 12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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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이하 붕어빵)’은 유명 스타의 자녀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예능프로그램이다. 기존 ‘전파견문록’이나 ‘환상의 짝꿍’ 등 어린이가 주인공이 되는 프로그램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어린이와 스타부모가 함께 출연해 소통한다는 취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김구라의 아들 동현은 입담을 자랑하고 ‘예능 영재’로 불린다. 탤런트 유혜정의 딸 규원은 예상치 못한 폭로를 잘 해 ‘붕어빵의 마스코트’ 캐릭터다. 이밖에 가수 박남정의 딸 시은은 예쁘장한 외모로 인기를 얻고, 탤런트 이상아의 딸 서진, 박준규의 아들 종혁 역시 개성에 맞는 캐릭터를 구성하고 있다.
이렇게 텔레비전, 컴퓨터 등 여러 놀이문화의 발달로 인해 부모 자식 간 세대격차가 벌어지는 요즘 ‘붕어빵’은 아이들의 귀엽고 순수한 동심과 부모의 대화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 하고, 가족 간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유명 연예인의 아이들이 올망졸망 앉아 “우리 엄마ㆍ아빠 이럴 때 너무 창피해요”, “우리 엄마ㆍ아빠의 비밀은 …이에요”, “우리 엄마ㆍ아빠 이럴 때 가출하고 싶대요” 등에 관련해 토론하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마냥 ‘귀여운 동심’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이처럼 ‘붕어빵’은 주로 연예인 엄마ㆍ아빠의 사생활을 폭로하면서 진행된다. 아이들의 입을 빌렸다지만 철없는 나이라는 이유로 웃어넘기기에는 종종 씁쓸할 때가 있다. 실례로 규원이가 엄마의 성형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폭로하거나 동현이 집안의 재정적인 부분을 털어놓는 등 아찔한 경우가 있었다. 반대로 농구선수 문경은이 종혁이 보는 앞에서 박준규의 나쁜 술버릇을 폭로하는 장면에서는 아이들이 보고 배울까 염려된다.
또 아이들도 어떻게 얘기하면 더 많이 웃어주는지를 익혀 더욱 강한 폭로를 준비하기도 한다. 단순한 동심이 아닌 짜여진 대사를 듣는 기분이다. 아이들끼리도 외모에 대한 차별 발언을 하는 등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 자막 또한 이를 거든다.
연예인 부모의 사생활이 프로그램의 주가 되는 ‘붕어빵’은 맑고 순수한 동심을 중시하는  기획의도와도 어긋난다. 이보다는 아이들의 순수한 시각으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을 비추고, 어른들과 서로를 이해하는 공간으로 발전해야 한다. ‘붕어빵’이 단순 ‘폭로와 웃음의 장’을 넘어서 공익적 효과도 거두는 ‘진심의 장’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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