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는 늘었지만 갈 길이 멀다
참여는 늘었지만 갈 길이 멀다
  • 이다영 기자
  • 승인 2009.05.25
  • 호수 12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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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축제, 창의적 기획으로 지역사회 공헌해야

우여곡절 끝에 막 내린 축제
지난주 막을 내린 축제 ‘라치오스’에 대해 “예년에 비해 학생 참여가 늘어 재밌었다”, “단결력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는 호평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 또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 중앙동아리 가운데 주점을 연 곳이 32곳으로 공연 12곳, 문화거리 20여 곳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수를 보였으며 안산배움터에서도 중앙동아리 주점과 공연이 각 8곳으로 대등한 수치를 보였다. 서울배움터 전야제에서는 사회자의 안산배움터 차별 등 저질발언이 도마에 올랐고 후반에는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이 통제되지 못해 부상자가 여럿 생기기도 했다.

지난 20일 ‘라운지H’ 행사의 입장권을 판매한다고 알려진 사회대와 애지문의 인포센터는 당일 오후 2시가 되도록 텅 빈 상태로 방치돼 많은 학생들이 헛걸음을 했다. ‘라운지H’에 참여한 김보라<사회대ㆍ정치외교학과 08> 양은 “행사가 연예인을 중심에 두고 기획되는 것 같다”며 “하석진을 보러 왔는데 두 시간이 되도록 나타나지 않았고 재미도 없다”며 행사장을 나섰다.

‘한양가요제’ 행사에서는 가수 카라가 1시간 넘게 지각해 속속 자리를 뜨는 학생들이 생기기도 했다. 안준혁<사회대ㆍ관광학과 03> 군은 “오픈마켓과 같이 학생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늘어 축제가 한결 재밌어졌다”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 축제 때만큼은 모든 학우가 동질감과 단결력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자유로움 속에 절주하는 축제
이훈<사회대ㆍ관광학과> 교수는 “축제의 본질은 일상의 질서를 벗어나 즐기면서, 다시 긴장하고 살아갈 활력을 얻는 것”이라며 “대학 축제는 대학생활에서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는 장”이라고 말했다.
또 “축제에서는 보다 창의적이고 자유로우며 예술적인, 새로운 정서를 발산하고 체험할 수 있다”며 “학생들은 일상에서 충족시키기 어려운 놀이적 속성을 축제 속에서 발휘하곤 한다”고 대학 축제가 명맥을 잇는 배경을 밝혔다.

한편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이번 축제기간에 공식 주점을 운영하지 않았고 학교 측이 지정한 일부 부스에서만 술을 판매했다. 서강대는 캠퍼스 안에서 음주하는 학생에게 정학 처분을 내리겠다는 강경책을 발표했으며 고려대도 '술 없는 축제' 캠페인을 벌였다.

고려대 절주동아리 '참살이'는 축제기간 중 캠퍼스 내에서 술을 마시는 학생들에게 물이나 숙취해소음료를 나눠주고 절주서약서를 쓰게 하기도 했다. 이에 임아람<고려대ㆍ간호학과 09> 양은 “술 없는 대학생활과 축제는 상상할 수 없다”며 “캠페인의 의도는 좋지만 금주보다는 무리한 음주를 피하는 절주를 홍보하는 게 좋겠다”고 전했다.

건양대는 작년 축제에서 술 소비를 금지했으나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혀 올해 주점을 다시 허용했다. 너무 재미없는 축제가 됐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이 교수는 “앞서 말했듯 축제는 모처럼 학생들이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활력을 얻는 장”이라며 “음주를 통제받기 보다는 학생 스스로 절주하는 게 옳다”는 입장을 표했다.

지역사회와 더불어 축제
지금까지의 우리학교 축제는 연예인과 술에 의존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 교수는 “연예인과 주류에 얽매이는 축제는 기존 문화에 편승하려는 게으른 축제”라며 “새로운 예술과 젊은 상상력, 창의력을 모아내는 참신한 기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배움터 인근에 거주 중인 김일근<서울시ㆍ성동구 52> 씨는 “10여 년 전 한양대 축제 때 왕십리 주민과 함께하는 친선 마라톤에 참가한 적이 있다”며 “아이들과 함께해 재밌는 추억을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연세대는 축제기간동안 서울 강서지역 자활센터에서 만든 빵과 쿠키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했고 수익을 전액 기부했다. 또 치과대학 학생회에서는 지역주민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무료 구강검진을 실시했다. 공자영<연세대ㆍ간호학과 08> 양은 “축제 때 단순히 술 마시고 연예인 보는 게 아닌, 나누는 행사가 많아 뿌듯했다”며 “앞으로도 대학 축제가 이웃과 함께하는 소통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화여대는 올해 축제에서 어린이들에게 엽서쓰기 행사를 진행하고, 주점 대신 재학생들이 음식 장터를 열어 재학생과 지역주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를 가졌다. 경희대는 축제를 앞두고 지역 어린이, 장애인, 노인을 초청해 쿠키 만들기, 골든벨 등의 행사를 열기도 했다. 청주대는 8년째 축제기간 동안 지역 노인들을 초청해 점심을 제공하는 ‘우암골 경로잔치’를 갖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학교 축제에서 아쉬운 점은 아직도 축제가 대학 속에만 갇혀있다는 것”이라며 “한양의 문화를 확산시켜 ‘성동 또는 안산의 문화’로 연계하고, 지역문화 형성의 구심점이 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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