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광주를 잊었는가
우리는 광주를 잊었는가
  • 한양대학보
  • 승인 2009.05.24
  • 호수 12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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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다. 5월 한 달 동안 대학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이 있다면 역시 축제다. 그에 맞춰 우리학교 여기저기에도 현수막이 나붙고, 천막이 쳐지고 있다. 이번 년도는 양 배움터 모두 개교기념일과 함께라 더 큰 행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난 그 떠들썩함에 완전히 동화될 수가 없다. 우리가 이 흥겨움을 즐기기 전에, 먼저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것을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불편함 때문이다.

누구나 아는 그날, 광주에서의 그 일을 기억하기엔 우리 모두가 너무 힘든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날의 일을 기억하는 그 엄숙과 알 수 없는 죄책감의 자극이 우리를 너무 부담스럽게 만드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들, 대학생들은 광주를 기억하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 광주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날의 폭력과 그날의 상처를 보듬는 작업 그 이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5월 18일 일어났던 광주민중항쟁은 27일 공수부대의 도청 습격으로 처참하게 막을 내렸지만, 21일 계엄군 철수 이후 도청 습격까지의 6일간 단 한 건의 절도 사건도 발생하지 않는 치안을 유지했다. 수습 위원회가 만들어져 시민의 자율 공동체를 만들었으며, 매일 같이 토론과 모임이 이루어져 중요 사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직접 민주주의의 한 형태를 보여줬다. 우리가 고대 그리스에나 있던 것으로 배웠던 공동체를 광주시민들은 짧은 기간이지만 ‘해방 광주’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보여줬다.

광주를 기억한다는 건 희생자 분들의 처참한 사진과 독재 정권의 과거를 보며 현재에 대한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그 희생을 통해 그 분들이 일궈냈던 이러한 정신들을 이 시대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진정한 기억이다. 그리고 이 작업은 대한민국의 가장 공식적인 학문 공동체인 대학과 대학 구성원들의 몫이 아닐까.

광주의 정신은 지금 이 순간, 모두가 경쟁에 몰려 살길 찾기도 힘들어지고 누군가 열사가 돼도 뒤돌아볼 여유조차 없어지는 세상에 더욱 계승을 고민해야 하는 빛나는 정신이 아닌가 싶다. 작년의 촛불 집회가 암시하듯이,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 우리의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중대한 성찰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축제의 밝은 열기에 취해 배움터 안에 광주의 진지함을, 엄숙함을 들이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

얼마 전 한양대학보에서 고재열 씨가 썼듯, “가장 나쁜 판단은 판단을 회피하는 것이다” 이 말은 기자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앞에 썼듯이 여전히 진정한 민주의 정신을 고민해야 하는 이 땅에서 과거의 역사가 불편하다고 그것을 기억하는 것을, 다시 되살려내는 것을 회피한다면 점점 불편해지는 건 결국 우리들일 뿐이다.

광주의 정신을 대학 내에서, 혹은 사회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움직임이 다시금 활발해지기를 기대하면서, E. H. Carr의 유명한 명제를 수정해본다.
“역사를 대하는 가장 나쁜 태도는, 역사와의 대화를 회피하는 것이다”
이선호<언정대ㆍ정보사회학과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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