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관심없어요
여성주의? 관심없어요
  • 서보영 기자
  • 승인 2009.05.18
  • 호수 129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학교에 여성주의가 필요한 이유


대학교에 여성주의가 필요한 이유
현재 서울배움터에는 총여학생회가 없다. 2008년 사퇴한 이후 정상화위원회가 총여학생회를 대신했으나 지금은 그마저도 없는 상황이다. 총여학생회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학교 내 여성주의 관련 단체도 부족하다. 올해 초 만들어진 서울배움터 여성주의 실천 동아리 ‘리얼 퍼플’은 회원을 모집하는 단계다. 안산배움터 총여학생회는 여성학 소모임을 모집했으나 학생들의 지원이 없어 무산됐다.

여성주의 알고 보면 우리 얘기
한세리<음대ㆍ국악과 09> 양은 “총학생회가 있는데 총여학생회가 굳이 따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여자로서 특별히 불평등을 느낀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여학생 비율이 남학생에 비해 낮다. 남학생 수가 많은 만큼 남성 중심적인 학내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남학생들의 문화 속에서 여학생들이 여성주의에 대해 고민하기는 쉽지 않다.
안산배움터 총여학생회장 유예슬<공학대ㆍ화학공학과 06> 양은 “많은 학생들이 여성주의에 대해 딱딱하게 생각하거나 자신과 관련 없다고 생각 한다”면서 “생각 외로 여성주의는 우리생활과 동떨어져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유 양은 “생리 공결제ㆍ대안 생리대ㆍ성폭력문제도 여성주의의 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여성주의는 가족ㆍ친구ㆍ사랑 등 인생에서 마주치는 크고 작은 문제와 연결된다. 이론서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도 여성주의를 생각할 수 있다. 얼마 전 일어난 여학생 화장실 남학생 잠입 사건도 여성주의와 연결된 문제다.

총여학생회 왜 필요할까
남녀공학대학에서 여학생의 역할은 위축 될 수 있다. 우리 학교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학생들에 대한 차별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 총여학생회의 몫이다. 남성 중심적인 학교 내에서 여학생들과 소통하고 여성주의를 풀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실 상 지난 총여학생회는 구두 굽갈기, 무릎 담요 팔기 등 학생 복지 사업에 치중해 실질적인 고민은 이끌어내지 못했다.
서울배움터 ‘총여학생회 정상화 위원회’를 운영했던 ‘리얼 퍼플’ 회장 정영은<사회대ㆍ행정학과 06> 양은 “지난 총여학생회는 학생들과 소통이 부족했다”며 “학생 복지도 중요하지만 여성주의 관련 세미나 등을 통해 총여학생회의 진정한의미를 살릴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서울 배움터 총여학생회는 현재 공석이다. 지난 3월 서울배움터 총여학생회장 선거에 등록한 후보자는 한명도 없었다.
총여학생회는 일부 남학생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정 양은 “아직 우리 사회에는 남성 중심적인 사고나 가부장적 구조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주의는 사회적 차별 속에서 진정한 의미의 평등을 생각 한다”며 “여성주의가 여성만을 위한 것이라는 의식은 잘못된 편견”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학교 내 여성주의
작년 서울배움터 여성주의 동아리 ‘달에 쏘아올린 생강’이 해체된 후 올해 초 여성주의 실천 동아리 ‘리얼 퍼플’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모집한 회원 수는 열 명이 되지 않는다. 안산배움터 총여학생회는 여성학을 공부하기위한 소모임을 모집했으나 지원한 학생이 없었다. 여성주의 동아리도 없는 상태다. 최근 활발해진 타 대학 여성주의 모임들과는 정반대다. 성공회대 여성모임 ‘n’은 영화상영ㆍ세미나ㆍ여성주의 저널 「n」발행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고려대 여성주의 교지 「석순」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 소곤소곤 다락방을 운영해 여학생 소통의 장을 열어주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학교 내 여성주의 장은 미흡하다.
한양대 대학원 여성학 협동과정도 어려움이 많다. 1995년 여성학 협동과정을 신설한 심영희<사회대ㆍ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학교는 여성학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전혀 없다”며 “장학금도 전혀 없고 정원도 매우 적으며 심지어 정원을 할당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 수가 적다보니 홍보가 잘 되지 않아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뤄져 명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성 불평등의 이유는 어느 것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다. 권력ㆍ정치ㆍ제도의 복합적인 문제가 여성주의 안에 녹아있다. 한양대 대학원에서 여성학 협동과정을 전공한 조중헌<사회학과 박사과정 4기> 군은 “학교 측의 재정적인 지원이 없으나 우리 학교 여성학 수업 자체 질은 좋은 편”이라면서도 “학교 내 다른 단체와의 교류가 없고 박사과정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흑백 논리에 갇혀 있던 여성주의의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같은 문제 안에서 다양한 관점의 여성주의가 생겨나고 있다. 여성주의에 대해 무조건 선입견을 갖기보다 넓게 바라볼 수 있는 고민의 장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