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 법교육, 균형 잡힌 법의식으로 이어진다
체계적 법교육, 균형 잡힌 법의식으로 이어진다
  • 최정호 기자
  • 승인 2009.05.18
  • 호수 129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생 56% ‘필요하면 위법 가능해’ 법 신뢰성 회복 시급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오며 처음으로 법이라는 체계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전까지의 위치가 부모의 보호 아래 있는 ‘미성년자’였다면, 대학생들은 ‘성년자’로서 스스로의 위치에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된다. 그러나 막상 대학생들은 ‘법’에 대해 무지하다. 고등학교 시절 배우는 「법과 사회」과목은 선택과목이라는 한계로 인해 전 대학생의 5~6%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대학에 와서도 체계적인 법교육은 머나먼 이야기다. 법학 전공생 및 일부 문과대 재학생들을 제외하고서는 법이란 그저 어렵고 골치 아픈 학문에 불과한 현실이다.

일러스트 박진영 기자
법에 대한 부정적 시선
바른사회시민사회가 지난해 발표한 「대학생 법의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법을 어기는 이유에 대해 ▲‘위법인줄 알면서도 편리성 때문에’(56%) ▲‘실생활과 동떨어진 법규정 때문에’(19%) ▲‘법률에 대한 무지 또는 이해부족 때문에’(13%)로 나타났다. 또한 과반수가 넘는 대학생이 우리나라 법치질서 확립수준 및 준법의식 수준을 양에 해당하는 60~70점으로 평가해 우리나라의 법치기능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전문가들 역시 현 우리나라의 법치실태는 ‘좋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탈법적 역사, 그리고 매해 거듭되고 있는 비리, 정경유착 등의 사건들이 법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허영희<한국국제대학교ㆍ경찰행정학부> 교수는 “법을 공안과 질서유지 차원에서 접근하다 보니 사람들로 하여금 ‘적법한 행위’만을 하도록 강조해 온 것에서부터 법에 대한 불신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법을 어기면 당연히 처벌을 받는다는 법을 잘 지켜야 한다는 ‘준법교육’에서 벗어나, 법이 우리 사회의 가치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과 지켜지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적법성만을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법이 지켜져야 하는 당위성을 간과하게 돼 탈법과 편법이 늘어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허 교수는 “대학생들이 겪는 법률문제는 의외로 다양하다”며 “법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만을 가진 채 멀리하려고 한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의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주도, 민간 참여가 절실
법무부에서는 2005년 법문화진흥팀을 발족해 법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법문화진흥팀에서는 ▲한국형 법의식 평가 지표 개발 ▲한국법문화진흥센터 개청 ▲법교육지원법 법제화(2008년 3월 28일 공포, 6월 29일부터 시행) 등의 업무를 진행해오고 있다.

윤일중<법무부ㆍ법문화진흥팀> 팀장은 “이제까지의 법교육이 법학교육이었다면 지금 우리가 하고자 하는 교육은 생활법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법은 법의 연원과 이론등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법학교육과는 달리 법의 의의와 가치 그리고 실용성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법무부는 ▲맞춤형 법교육 교재 편찬 ▲한국법문화진흥센터 설립 ▲사이버 법교육 센터 설립 등을 통해 생활 속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윤 팀장은 “대학생들을 위한 교재 편찬과 모의재판 경연대회 등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며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생활법 인증능력시험을 만들어 법조인은 아니더라도 법에 대한 일반적 관념을 가진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법교육이 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25개 단체가 참여하는 법교육실무협의회 역시 대부분은 기관 인사로 구성돼 있으며, 민간단체의 참여는 미약하다. 윤 팀장은 “대학ㆍ관련 학회ㆍ법조계 등 민간 법교육 활동에 대한 체계적 지원으로 민간 주도의 법교육 강화를 이루는 게 현 목표”라며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의 법교육 제도화, 지역 법교육 활성화를 통해 평생교육으로서의 법교육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성화된 법교육, ‘앞으로도 늘릴 것’
우리학교에서는 일반 대학생을 대상으로 지적재산권ㆍ특허법의 이해ㆍ법과경제ㆍ민법개론ㆍ대중문화와 법ㆍ생활법률 등의 법학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과거엔 전공으로만 다루던 과목들이 계속해 교양과목으로 바뀌며 좀 더 많은 대학생에게 법을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박기준<교무처ㆍ수업계> 계장은 “매 학기 법 관련 수업을 들으려는 학생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공대가 특성화돼 특허 및 실용신안이 많은 우리학교 실정에 맞춰, 한국발명진흥원과 연계해 특허법과 지적재산권 등의 과목을 신설했다”고 답했다.

박 계장은 “로스쿨 개원으로 인해 법대가 사라지게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 과목 수요는 오히려 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법 관련 과목 신설 요청이 계속해 들어오고 있으며, 이에 앞으로도 법 과목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혀, 로스쿨로 인해 법학 교육이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우리학교의 법 교육 현황에 대해, 김선국<법대ㆍ법학과> 교수는 “대다수의 타학교들이 생활법률 등 2~4개 정도의 과목을 제공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점을 따져본다면 우리학교 역시 절대 뒤쳐지는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다만 워낙 대강의로 수업이 이뤄지고 있어 실생활과 밀접한 강의를 할 수 있는 외부 강사(주로, 현직 법조인)를 초청할 수 있는 예산이 부족하다”며 일말의 아쉬움을 나타냈다.

학내의 법교육도 중요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학내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아쉬운 현실이다. 매년 반복되는 학생들의 학칙 위반, 그리고 학교 측의 일방적인 행정은 ‘법치’보다는 ‘무법치’에 가깝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도 법에 대한 신뢰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며 “목적의 정당성으로 수단이 합리화 될 수는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황예도 2023-08-01 14:48:25
이 글은 대학생들의 법교육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다루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법에 대해 무지하고 부정적인 시선을 갖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법교육의 중요성과 민간 참여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또한, 법무부의 노력과 대학에서의 법교육 현황을 살펴봄으로써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은 법에 대한 이해와 의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며, 법치를 지켜나가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매우 의미있고 인사이트가 있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