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70년 빛낸 연구성과
한양 70년 빛낸 연구성과
  • 손수정 기자
  • 승인 2009.05.17
  • 호수 12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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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성과는 연구자가 학문적으로 새로운 이론과 방법을 발견해 낼 때 탄생한다. 연구 성과는 학계의 토론과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새로운 세계를 발전시키는 자극이 된다. 올해 70주년을 맞이한 우리학교는 실용학풍, 실사구시의 정신을 바탕으로 많은 연구자와 연구 성과를 냈다. 본지에서는 70년 동안 굵직한 이슈로 떠올랐던 성과를 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7개의 이슈를 골라 연도별로 순위를 정했다. 순위 선정 기준은 우리학교와의 연관성, 수상 여부, 연구 성과의 규모, 영향력 등이다.

권경하 kyungha@hanyang.ac.kr, 김민지 victoriamk@, 손수정 kadio@, 이시담 lerne@ 기자

국산 컴퓨터의 효시, 만영컴퓨터
현재 우리가 자주 접하는 디지털 컴퓨터는 단속적이고 계수적인 자료를 다룬다. 그러나 아날로그 컴퓨터는 전압, 길이, 전류, 온도 등의 연속적이고 계량적인 자료를 입력받아 곡선이나 그래프로 출력하는 컴퓨터다.
1962년 8월 이만영<공대ㆍ전자통신공학부> 교수는 국내 최초로 아날로그방식의 대형 전자계산기를 만들었다.

이 교수는 공학 분야의 연구와 강의 실습기자재로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직접 진공관을 이용해 아날로그 컴퓨터를 만들었다. 이 컴퓨터는 한국과학기술원에서 미국 CTE의 후원을 받아 만들어진 최초의 디지털 컴퓨터 세종 1호와는 달리 외국 기술의 도움을 받지 않아 최초의 국산 컴퓨터로 인정받고 있다.

이 교수는 이 컴퓨터를 ‘만영 1호기’라 이름 붙였다. 이듬해 4월에는 1호기를 개량한 2호기를 가동했으나 같은 해 10월에 발생한 화재로 소실됐다. 우리학교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만영 컴퓨터는 3호기로 2호기 소실 후 1964년에 만든 컴퓨터로 1호기와 2호기보다 용량이 30배에 크다.

이 당시 해외에서는 군사, 항공에 아날로그 컴퓨터를 활용하고 있었다. 만영 컴퓨터는 전압과 전류를 직접 입력받아 결과를 출력할 수 있어 연구에는 유리했다. 그러나 너무 큰 부피 때문에 상품화되지는 못했다.
이 컴퓨터는 현재 우리학교 내에 있는 박물관 공업사 홀에서 전시 중이다. 

연탄가스 중독환자 완치 하는 식초 용법 발견
1977년 2월 21일 이병희<의대ㆍ생리학과> 교수, 이길상<연세대ㆍ화학과> 교수, 이원<한국과학기술연구소> 박사팀은 연탄가스 중독환자의 응급처치 방법으로 식초를 사용하면 백 퍼센트의 완치율을 보인다고 발표했다. 다음날 22일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에는 연구팀은 한양대 의대에서 열린 「일산화탄소중독연구」에 관한 중간발표에서 식초 용법에 대해 밝혔다는 기사가 실렸다.

연구팀은 연탄가스중독 시 김치 국물을 먹이는 민간요법에서 착안해 식초 용법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2년 동안 개 토끼 등의 임상실험을 거쳐 한양 의료원에 입원한 응급환자 13명과 치료를 받았으나 회복이 안 된 중환자 27명에게 이 방법을 쓴 결과 백 퍼센트의 완치가 됐다.

이병희 박사는 “빙초산과 식초가 혼수상태에 있는 환자의 호흡중추신경을 자극해 환자의 호흡을 원활케 한다”라며 “또 혈액 속의 적혈구 숫자를 크게 늘려 각 조직에 산소공급을 도와 일산화탄소 중독치료에 특효가 있다"고 밝혔다.

1970년대부터 연탄 사용이 일반화 되면서 이에 따른 연탄가스 중독 환자의 수도 급증했다. 그 당시 연탄가스 중독자에 대한 기사는 신문에 단골처럼 등장했다. 이 중 연탄가스 중독환자를 가정에서 식초만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세간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연구 발표에 대해 일부 종합병원 측에서는 "아직 발표에 대한 학술적인 뒷받침이 없어 입원중인 환자들에게 이 방법으로 치료하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관심을 기울였으며 고려대 의대 측에서는 "우리 병원에서도 논문을 입수하는 대로 식초요법으로 치료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의 대중성을 회복시키다
김광규 시인의 시「아니다. 그렇지 않다」가 제4회 김수영문학상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시인 김광규<인문대ㆍ독어독문과> 교수는 평소 독문학 연구뿐만 아니라 시인으로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그의 시집 「아니다. 그렇지 않다」는 시집에 수록된 시 제목과도 동일하다. 시 「아니다. 그렇지 않다」는 4·19민주 혁명에서 희생된 후배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음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는 사회적 고찰과 소시민성을 비판하는 자아성찰의 목소리도 잊지 않았다.

1982년 12월 13일자 동아일보에서는 ‘그의 시는 평이한 시어와 명료한 문장들로 이뤄져 독자들로 하여금 시를 이해하기 쉽게 도와줘 시의 대중화에도 기여했다’며 ‘그는 소재를 사회현실에서 찾고 그 부조리한 현실을 지적으로 고발하는 등 휴머니즘적 자세를 견지했고 우화적인 기법과 민중적 공감을 얻는 산문적 표현방식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모았다’고 전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김수영 선생을 본적도 없고 목소리도 직접 들어 본 적 없지만 그가 남긴 말과 글은 고전처럼 되뇌어 진다”며 “요즘처럼 글쟁이들이 생활로 끌려들어가고 신선함과 절실함을 상실해가는 때일수록 김수영선생의 철저한 근성이 많은 것을 남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신개념 류마티스 진단 신약 개발
우리학교 류마티스 병원 김신규<의대ㆍ의학과> 교수는 류마티스 관절염 및 그와 관련한 여러 질환을 진단하는 시약인 AIT(자가면역표적)와 APF(항핵주변인자)검사를 개발했다. 이 두 진단 시약은 우리학교 산하의 벤처 기업인 ‘임뮤노씽크(ImmunoThink)’에서 생산된다.

류마티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질환중 하나로 환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 진단 시약의 개발 이전 우리나라는 진단 시약의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했다. 그러나 외제 시약의 경우는 고액으로 수입한 것에 비해 성능이 떨어졌다.

그러나 임뮤노씽크의 AIT와 APF는 순수국내기술로 개발됐다. 개발 과정에서 김 교수는 세계 최초로 류마티스 질환을 가려내는 새로운 표지자항체(항 MTOC 항체, 항 GIM 항체)를 발견했다. 그리고 항 DNA 항체를 포함한 11가지의 진단 시약을 국산화했다. 때문에 이 검사는 기존의 시약에 비해 정확도가 높다. 이전과 비교해 보다 효과적으로 환자를 구별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업적을 기려 지난 2007년 ABI(미국인명연구소)는 김 교수의 연구 업적을 기려 ‘김신규 상’ 재단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외에 관절염 및 류마티스 관련 비 화학 요법인 자연복원의학에 주목했다. 그래서 류마티스를 치료하기 위해 부작용이 없는 새로운 고능성 식품(IT-G, IT-S, IT-C, IT-PC)을 제품화했다. 이를 통해 천연물질을 이용한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류마티스 진단 시약은 1991년 과학기술우수논문상, 1996년 세종상 수상, 2005년 의과학상 수상 등 학계의 인정을 받았다. 현재 이 진단 시약은 우리나라의 식품의약품안정청으로부터 신약품목으로 허가받았고,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와 심평원의 심사를 거쳐 비 급여 항목으로 등재됐다. 또 이 연구와 관련된 기술로 미국, 일본, EU 등 12개국에서 25건의 특허를 획득했다. 현재 이 시약은 외국산 진단 시약 시장의 텃세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에서 점유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EU에 진출중이며, 앞으로 중국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암 진단 이젠 간편하게
1982년 우리학교의 김영진<자연대ㆍ물리학> 교수는 암환자의 소변에서 ‘방향족아민‘이 많다는 사실을 밝혀낸데 이어 1983년에 이 물질을 이용해 소변으로도 간단하고 안전하게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시약을 개발했다.

560명의 소변을 분석한 결과 암환자의 소변에서는 폴리아민계통 물질 중 특히 방향족아민이 3~3.09ppm이 검출된 반면 일반 환자의 소변에서는 2명을 제외하고는 검출되지 않았다.
초기 개발된 시약은 인체에 유독하고 소변색이 짙거나 붉은 경우 시약반응을 분간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김 교수는 초기 시약을 옅은 자주색의 겔 형태로 개선해 안전한 시약을 만들었다.

김 교수는 1983년 4월 26일자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시약의 제조원가는 1회 약 오백 원으로 암 진단검진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 시약의 개발로 진단절차가 간소해지고 진단비용이 저렴해져 누구나 쉽게 암을 진단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연구는 왜 암환자의 소변에서만 유독 방향족아민이 검출되는지도 밝히지 못했다.

또 암은 종류와 시기에 따라 생리작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방향족아민의 농도가 달라질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추적 없이 방향족아민을 암의 존재를 나타내는 지표로 삼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연구는 암을 조기에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부작용 최소화한 에이즈 치료제 개발
작년 이상경<공대ㆍ생명공학과> 교수팀과 프렘라타 샹카<미국ㆍ하버드대> 교수팀은 공동연구로 인체의 백혈구에만 결합하는 ‘백혈구 특이적 유전자 전달체’를 개발했다.

기존의 에이즈 치료제는 정상세포에도 작용해 부작용이 컸다. 뿐만 아니라 매일 과도한 양의 약을 투여해야 했다. 그러나 연구진이 개발한 치료제는 유도탄처럼 항원 항체 반응을 통해 면역세포에만 작용하므로 부작용의 위험이 최소화됐다.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 바이러스는 사람에게만 침투한다. 그러므로 동물 실험을 통해 효능을 평가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사람의 면역세포를 가진 ‘인간화된 쥐’를 사용했다. 개발된 치료제를 이 쥐에 3회 투여한 결과 HIV의 증식이 1달간 멈췄다. 연구진은 쥐의 반응 결과가 성공적으로 나타남에 따라 임상실험에서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인간의 T림프구 표면에 있는 CD7이란 단백질막이 항체와 결합하면 신속히 세포 내부로 이동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 사실을 응용하면 특정 물질을 세포 내부로 전달할 수 있다. 연구팀은 면역 세포인 T림프구 내부로 siRNA(Small Interfering RNA)를 전달했다.

siRNA는 HIV 바이러스의 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유전자(tat, vif)를 억제했다. 또한 바이러스의 감염 통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의 발현을 성공적으로 억제했다.
연구진은 항체 대체물질에 집중해 면역반응을 유발하지 않는 유전물질 전달체 개발을 목표로 한다. 또 유인원 실험을 거쳐 임상 실험도 계획 중이다.

이 치료제는 면역세포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때문에 연구팀은 후속연구로 장기이식과 피부이식을 할 때 발생하는 면역 거부반응과 제1형 당뇨병 등 면역관련 질병의 치료에 대한 연구를 고려하고 있다.

착용하는 로봇으로 근력 향상
작년 10월 한창수<공학대ㆍ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전신 근력 지원 로봇인 ‘헥사’ 개발에 성공했다.
헥사는 착용하는 것만으로 인간의 물리적 능력을 증폭시키고 연장해주는 입을 수 있는 로봇이다. 이 로봇은 구조대원, 군인 등에게는 강한 근력을 제공하고 뇌졸중 환자나 척수 손상 환자처럼 몸을 움직이기 불편한 이들이 자의로 움직일 수 있도록 보조해준다.

헥사는 상ㆍ하체가 하나의 시스템 하에서 움직이지만 사용 목적에 따라 상ㆍ하체를 따로 분리할 수 있다.
헥사의 상체 시스템은 로봇 팔 말단부에 장착된 힘 센서가 사용자의 동작 의지를 인식해 구동한다. 사용자는 헥사를 착용함으로써 근력을 10배 이상 증폭할 수 있다.

또한 헥사는 로봇 팔의 말단부에 장착하는 작동기에 따라 다양한 작업이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추후 개인 보병용, 건설작업용, 물류운반용 등 다양한 버전이 개발될 예정이다.
하체시스템은 상체시스템에서 들어 올린 물체의 하중을 받쳐줘 사용자가 상체시스템의 무게를 거의 느끼지 않고 작업하게 도와준다. 또 하체시스템에 척추 기능을 하는 모듈을 장착할 경우 최대 45kg의 물체를 등에 싣고 계단을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한 교수는 작년 10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헥사의 보행보조용 하체 시스템은 2010년 안에, 경량화된 상체모듈과 개량형 상ㆍ하체 통합시스템은 2013년 안에 상용화 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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