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4색, 여성 편집국장을 만나다
4인4색, 여성 편집국장을 만나다
  • 서정훈 기자
  • 승인 2009.05.17
  • 호수 12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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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믿고 의지하며 신문사 이끌어 나가길”


최민선, 신문사의 전설
신문사에는 최민선<교육학과 97> 동인에 관한 전설 한 가지가 전해져 내려온다. ‘최 동인을 만날 때는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지 마라’가 바로 그것. 수많은 경험담과 목격담을 듣기도 했고 작년 홈커밍데이 때 최 동인의 위력을 두 눈으로 직접 지켜봤기 때문에 인터뷰 장소에 가는 내내 입술이 바짝 타들어 갔다. 약속 장소에서 만난 최 동인의 첫 마디. “그래, 잘들 지냈어요? 그나저나 오늘 각오는 하고 왔죠?” 예상한 그대로다.

끝장 토론 끝에 된 편집국장
최 동인은 동기들과의 끝장 토론 끝에 편집국장이 됐다. 어느 날 선배들이 최 동인과 52기 기자들을 골방에 밀어 넣고 “너희들끼리 편집국장 정해서 나와”라는 말만 남긴 채 사라졌다. 골방에 남은 52기들은 편집국장 선출과 함께 신문사의 미래에 대해 깊은 얘기를 나눴다고.

“담배 연기가 자욱한데서 신문사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죠. 거기서 누가 나간다고 하면 전부 다 침울해지고.(웃음)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 가, 누가 편집국장이 되면 좋은가에 대해 마음속에 있는 얘기들을 모두 꺼내놨어요”

골방에서의 끝장 토론은 동이 틀 때까지 계속됐지만 여전히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였다. 모두가 말할 힘조차 없어 골방에 침묵이 찾아올 무렵, 최 동인이 편집국장을 하기로 결정됐다. “나를 포함해 동기들이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편집국장이 되니까 기분이 참 이상하더라고요.(웃음) 하지만 그만큼 편집국장 자리는 중요하니까 한번쯤 끝장 토론을 해보는 것도 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신문사는 3년 해야 제 맛
“신문사 몇 년 할 거에요?” 신문사의 임기는 3년이다. 1학년 때 입사해 3학년 때 나가는 것이 원래 원칙이지만 임기를 다 채운 기자는 해가 갈수록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취업 경쟁이 심해지는 사회에서 막연한 희생을 강요할 수 없지만 3년 임기를 채운 기자가 줄어드는 게 많이 아쉽다고.

“신문사의 가장 이상적인 구조는 편집국장과 각 부서 부장단이 모두 3학년으로 채워지는 거에요. 하지만 요 근래는 거의 그런 경우가 없어 너무 아쉬웠어요. 1년 차이가 별거냐고 말할 수 있지만 신문사에서는 참 크거든요”

신문사를 하면 확실히 포기하게 되는 것이 많다. 집안에 행사가 생겨도 빠지는 경우가 대다수고 신문사를 제외한 다른 집단의 인간관계에 잘 참여하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신문사를 하면 얻어지는 ‘그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고 했다.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가슴 속에서의 뿌듯함 이라던가 기자로서의 경험을 통해 얻는 수많은 지식과 지혜들이 ‘그 무언가’ 중 아주 작은 일부라고.
“진짜 3년 하고 딱 신문사 생활을 뒤돌아보세요. 그럼 내가 한 말이 뭔지 정말 알 수 있다니까.(웃음) 그러니까 신문사 3년 해야 돼요, 알겠죠?”

선배, 동기, 후배 모두 가져야 할 믿음
최 동인은 3년 동안 신문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달라지는 것은 ‘의지하는 대상이 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학년 때는 한 기수 위의 선배와 가장 교류가 활발하고, 2학년 때는 동기들에게 의지하게 된다. 그래서 2학년 때는 동기들과는 가장 사이가 좋지만 한 기수 위의 선배들과 관계가 어긋나게 된단다. 그렇게 3학년이 되면 동기들보다 후배들에게 더 많은 것을 털어놓고 또 의지하기도 한다고.

“한 기수 차이는 친해질 수 없다고 그러잖아요,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후배들은 이제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선배들이 보면 부족한 점만 보이고… 그래도 선배가 조언하는 것에 대해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선배도 무조건 후배의 부족한 점만 보지 말고. 하지만 이런 고민도 애정 없으면 못하는 거죠. 같이 일하는 사람 모두를 믿고 의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최 동인은 오는 9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상대는 3학년 때 편집국장 시절 많이 의지했을 신문사 한 기수 후배. 10년의 연애를 마치고 이젠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가 될 예정이다. 신문사에서 보낸 대학 3년간의 보람찬 생활, 그리고 평생의 사랑까지. 최 동인에게 신문사는 ‘보물창고’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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