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보는 편견의 씨앗「수퍼맘」
오늘을 보는 편견의 씨앗「수퍼맘」
  • 이다영 기자
  • 승인 2009.04.13
  • 호수 129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방극장에 예능 바람이 부는 가운데 ‘3040 여성들을 위한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수퍼맘」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개그맨 조혜련, 연기자 이상아, 뮤지컬 배우 최정원, 외국어교육회사 CEO 박현영 등 각 분야 ‘줌마테이너(아줌마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의 가정생활을 보여준다. 각자의 자녀와 팀을 이뤄 올바른 엄마의 역할을 찾겠다는 취지다. 방송 후 「수퍼맘」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프로그램을 보니 아이들에게 엄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며 “많이 배워가야 겠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물론 맞벌이 주부가 늘어나는 추세에 아이들과 엄마의 소통을 반영했다는 점은 시의성 면에서 적절하다. 그러나 “맞벌이 엄마들에게 도움과 재미를 주겠다”는 기획의도에서 볼 수 있듯 아이들 관련 문제를 ‘엄마들의 관심사’로 한정짓는다. 아빠는 등장하지 않는다. “여자가 결혼하려면 직장 그만 둬”의 시대는 지났다지만 “직장 다니되 애 키우고 살림하는 건 네 몫”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십상이다. ‘수퍼맘’이 직장생활과 가사 일을 혼자 병행하는 여성상이라면 문제가 있다. ‘수퍼맘’ 개념은 일터와 가정의 타협점과 배우자의 도움이 있어야 성립 가능하다.

또 4개 국어에 능통한, 영어강사 박현영의 딸은 주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다. 실제로 「슈퍼맘」 온라인 게시판에는 “박현영 씨 아이가 혼혈이 아니냐”며  “발음이 장난 아니던데 어떻게 공부를 했냐”는 등의 질문이 타 모녀ㆍ모자에 비해 월등히 많다. 모 영어교육사의 협찬을 받아 곳곳에서 등장하는 영어프로그램 상업 마케팅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아기를 임신했을 때부터 영어로 교육했다는 박현영의 말을 동경하는 출연진의 태도는 잘못됐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영ㆍ유아에 대한 조기영어교육 적절성에 관한 연구’ 결과 5세미만 영ㆍ유아 때보다 완전한 국어 습득 이후의 영어교육이 효과가 좋은 것으로 드러났다. 만 4세 집단과 7세 집단에게 동일한 영어교육을 하고 성적을 분석한 결과 만 4세 집단은 평균 29.9점에 불과한 반면 7세 집단은 60.6점을 얻은 것이다. 7세 아동은 학습에 대한 이해와 흥미가 높았으나 4세 아동은 자기통제를 못해 사실상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자녀에게 영어를 잘 가르쳐야 좋은 엄마라는 인식은 분명 잘못된 정보다.
총 8부작으로 5회의 방영분을 남겨둔「수퍼맘」이 속속 터지는 문제점을 극복하고, 불황 속 따뜻한 모성애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길 바라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