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그거 꼭 해야돼나요?
연애, 그거 꼭 해야돼나요?
  • 서보영 기자
  • 승인 2009.04.05
  • 호수 12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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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권하는 대학 문화 속 진짜 연애

몇 해 전 인터넷에서 연애 상대가 없는 이른바 ‘솔로’들의 부대가 화제에 오른 적이 있었다. 우리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연애를 오랫동안 안하면 구름을 타는 마법사가 된다는 둥 애인이 없는 학생들을 빗대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었다. 왠지 나만 연애를 안 해본 것 같아서 부러 소개팅이나 미팅에 나가기도 하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연애 안 해도 정말 괜찮거든요
홍현정<체대ㆍ스포츠산업학과 07> 양은 “처음만나는 사람은 물론이고 주변사람들이 연애를 안 하냐고 묻거나 안 하는 이유에 대해 묻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면서 “나 스스로는 연애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화장을 안 하고 학교에 다니는 자신을 본 주변 사람들로부터 “네가 그러니까 남자친구가 안 생기는 거다”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듣기도 했다. 과 특성 상 남자들과 마주칠 일이 많지만 남자친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 연애 경험이 없는 자신이 무능력한 게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홍 양은 “사랑이 아니더라도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면서도 “가볍게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술자리나 친구들과의 모임에도 연애얘기는 빠지지 않는다. 공부하라는 말을 듣던 중ㆍ고등학생 시절과는 달리 대학생이 된 이상 연애 한 번쯤은 해봐야 한다고 권유받기도 한다.

미디어 속 연애 환상
한양대 대학원 한연규<전자컴퓨터통신공학과 석사과정 1기> 씨는 “크리스마스나 기념일이 다가오면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며 “특별히 사랑해서 만난다기보다 외로워서 만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감정이 먼저인지 연애가 먼저인지 불분명한 경우도 생긴다.

기념일을 챙기는 이런 연애 문화는 1990년대 초반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연애를 매개로 한 마케팅은 연인들의 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효과적이었다. 심지어 연인들만을 상대로 할인을 해주는 식당도 생겨났다. 실제 연인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키스와 같은 스킨쉽을 요구하기도 한다.

커플 반지나 커플 티셔츠 등 연인들만을 상대로 한 상품들도 늘어났다. 연애를 부추기는 미디어도 이와 같은 마케팅에 한 몫을 했다. 다양한 주제의 드라마나 영화도 주인공들이 연애 중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드라마 속에서 커플링을 주고받는 연인을 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섹슈얼리티 강의: 두 번째」의 저자 김현경<이화여대 대학원ㆍ여성학과 박사과정 5기> 씨는 “미디어나 주변의 영향으로 성급하게 연애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럴 경우 본인의 연애관에 대한 본질적인 성찰을 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근대 이전에는 연애 감정 없는 친구 사이에도 편지를 주고받으며 연인을 능가할 정도의 감정 표현을 하곤 했다. 하지만 근대로 들어오면서 연애를 최고의 인간관계로 바라보는 시선이 증가했다. 기념일 날 친구보다 연인과 함께 보내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연애는 친구 사이의 우정과는 이미 별개의 문제다. 연애를 청춘남녀의 미덕으로 바라보는 미디어도 이와 함께 증가했다.

쟤랑 사귄대? 능력 있네
같은 과 동기 남자친구와 2년동안 교제한 A는 “남자친구와 사이가 좋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네가 아깝다는 식의 말을 들을 때가 있다”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는지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연애는 단순히 연애 당사자만의 관계 맺음이 아닌지 오래다.

어떤 이성친구와 사귀는가에 따라 스스로의 ‘능력치’를 인정받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주변의 인식도 무시할 수 없다. 또 A는 “경제력이 있는 남자친구와 사귀는 친구가 주변사람들로부터 부럽다거나 ‘능력 있다’는 말을 듣곤 한다”며 “그럴 땐 나도 모르게 신경 쓰인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 속 연애는 일종의 여가놀이가 된지 오래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연출하기도 한다. 자신의 자연스러운 감정에 충실한 연애보다 인위적인 연애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여자로 산다는 것」의 저자 임경선<연애 칼럼니스트> 씨는 “사귀는 사람을 통해 타인의 관심을 끌려는 행동은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는 것에서 비롯된다”며 “그럴 경우 연애과정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시중의 연애지침서는 대부분 사랑을 기반으로 한 연애가 아닌 성공적인 데이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임 씨는 “연애를 순수하게 사람간의 감정교류로 보고 접근할 수 있어야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시선보다 자발성”이라고 말했다. 또 임 씨는 “무조건적으로 연애를 권유하는 것은 타인의 인생에 강요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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