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맞았네 미쳤네… 대중가요 “사고쳤어요” 연발
총 맞았네 미쳤네… 대중가요 “사고쳤어요” 연발
  • 이다영 기자
  • 승인 2009.04.05
  • 호수 129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담비와 이불 사고치고 싶어”
얼마 전 검색어 순위에 오른 기사 제목이다. 가수 이불의 신곡 「사고쳤어요」에 가수 손담비가 피쳐링을 했다는 내용이다. 작년 말 자극적인 제목과 중독성 강한 가사로 눈길을 끌었던 가수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손담비의 ‘미쳤어’를 시작으로 가요계에 ‘막장가사’ 열풍이 불고 있다.

「총 맞은 것처럼」은 이별이 “총 맞은 것처럼 가슴이 아프다”는 내용이지만 총이라는 폭력적 인식이 더 깊게 남는다. 가수 아주의 신곡 「재벌 2세」는 KBS로부터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방송불가판정을 받았다. 이어서 가수 다비치의 신곡 「사고쳤어요」 또한 MBC로부터 방송부적격판정을 받았다.

기획사에서는 가수와 앨범을 짧은 시간 내 최대로 홍보하기 위해 ‘막장제목’을 추진한다. 제목이나 가사가 방송부적합 판정을 받는 동안 언론으로 이슈화돼 홍보되는 이점을 노리는 것이다. 판정 이후 제목이나 가사를 적당히 고쳐 활동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가요계의 노래 제목과 가사 내용이 막 나가는 데는 정부의 뒷북 행정도 한 몫을 했다는 지적도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지난 2월 고시를 통해 가수 승리의 「스트롱 베이비」를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했지만 그가 활동을 마친 후였다는 점에서 엎질러진 물이었다.

대중가요 소비 계층의 대부분은 초등학생부터 젊은 층까지다. 선정적인 노랫말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는 선동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지난 2월 미국의 소아과 의사 Brian A. Primack 박사는 저질가사와 십대 성행위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중학교 3학년생 700여 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성생활과 좋아하는 노래의 연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연구팀은 저질 가사를 많이 듣는 청소년들의 성경험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두 배나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음악에 노출되는 사람은 들은대로 따라 하거나 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도 있다. 그러나 흉흉한 범죄가 판치는 요즘, 그 후유증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가요계의 자정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