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정신질환, “뿌리부터 잡아줄 체계 필요하다”
대학생 정신질환, “뿌리부터 잡아줄 체계 필요하다”
  • 서정훈 기자
  • 승인 2009.04.05
  • 호수 129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병원 가자니 ‘시선 두렵고 비싸고’, 상담 받자니 ‘기다려야 하고’

“나 요즘 가슴도 답답하고, 일에 의욕도 없고, 밤에 눈물도 잘 나. 이거 혹시 우울증인가?” 왠지 모르게 우울한 요즘, 친구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져 본다. 돌아오는 대답은 “나도 가끔 그래. 우리 힘내자”뿐. 위로는 되지만 뭔가 답답하다. 가슴 속의 응어리를 풀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만 같은데 불안한 모습을 남에게 드러내긴 싫다. 정신과에서 가보자니 환자 취급 받을 것 같고, 학교 상담센터를 방문하자니 아는 사람을 만날까 두렵다. 그렇게 오늘도 ‘그래, 다 힘들겠지. 나만 그런 것은 아닐꺼야’라는 생각을 하며 애써 감정을 억누른다.

정신질환, 조기발견이 중요
대학생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지난 2005년 발표한 ‘장애유형별 특성 및 현황’에 의하면 청소년 및 청년시기에 정신질환이 발병했다고 응답한 조사자 비율이 60%를 넘는다.

안소라<서울시광역정신보건센터ㆍ조기관리개발팀> 팀장은 “이 시기에 정신질환이 출현할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사춘기나 스트레스에 대한 방황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만성적 정신질환으로 전개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속적 관심과 관리가 중요한 연령층이지만 제대로 된 대책이 미비한 상태”라고 말했다.

동시에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난 200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자 수는 약 180만명으로 5년 전에 비해 35% 상승한 수치를 보였다. 보건복지가족부가 2006년 실시한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서도 한 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0%에 육박한다.

하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정보와 지식 부족으로 자신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거나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제대로 된 치료 및 상담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정신질환을 겪은 사람들 중 정신전문가에게 치료나 상담을 받은 사람의 비율은 전체 11.4%에 불과 하다.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들의 12.7%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안 팀장은 “정신 질환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긴 했지만 조기 발견율은 여전히 낮다”며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현재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고 밝혔다.

정신 상담 및 검사, 너무 비싸
우리학교 학생 A는 “지난 2월 28일 방영된 TV프로그램「무한도전」에서 정신감정을 하는 모습을 보고 그 검사를 받기 위해 정신과를 방문했다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검사하는데 20만원이 넘는 거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A는 “복학 이후 취업에 대한 부담도 커졌고, 학교 분위기에 적응도 쉽지 않아 문제가 있나 싶어 심리 검사를 해보려고 했지만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며 “교양수업 중 심리검사를 진행하는 과목도 있긴 하지만 수업에서는 내 진심을 다 드러내기가 어려워 별 소용이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심리검사뿐만 아니라 정신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으려 해도 시간당 5~10만원 정도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이처럼 정신 상담 및 심리 검사료가 비싼 이유는 해당 분야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높은 가격으로 인해 심리 상담이나 검사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서울시에서는 무료 상담 및 검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저소득층 가정 및 고위험군 환자 중심으로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는 형편이다.

안 팀장은 “현재 보건센터에서도 자원한 대학 및 대학생들과 함께 ‘Touch Friends'라는 정신 건강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며 “자연스런 정신 상담을 유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지만, 이 분위기가 학내에 자리 잡기 위해선 상담센터의 기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양상담센터, 이용은 아직 불편
현재 우리학교 상담센터를 이용하는 사용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008년 안산배움터 상담센터의 이용횟수는 2007년보다 약 1.5배 증가했다. 서울배움터 상담센터는 학생들의 이용횟수가 늘었을 뿐만 아니라 사안의 심각성도 더해지고 있는 추세다.

양 배움터 상담센터에서는 학생들에게 상담 자격증을 가진 상담원을 통해 다양하고 전문적인 상담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용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지만 불편하게 느끼는 점도 일부 있다.

심리 상담 검사를 신청한 학생 B는 “상담센터에서는 전문상담원에게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어 좋지만 내가 원할 때 바로 받을 수 없는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이에 서울배움터 석민경<한양상담센터> 전문연구원은 “정말 위급한 상황에 처한 상담자는 바로 상담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준다”고 답변했다. 또 상담센터 업무가 종료된 오후 5시 반 이후, 상담을 받을 수 없다는 것도 불편함으로 지적됐다. 서울대 상담센터인 대학생활상담원에서는 학생들이 위급할 때 당장 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24시간 내내 운영되는 ‘SNU Call'을 실시하고 있다.

임영진<서울대ㆍ대학생활상담원> 전임상담원은 “우울증과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는 학생들이 많아 이와 같은 서비스를 실시하게 됐다”며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고, 반응도 좋아 상담원의 수를 더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서울대는 학교 내에서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거나 외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외부 단체와 연계해 해당 문제를 처리하는 등 다양한 연계사업도 펼치고 있다. 학교 측에서는 상담센터에 배정된 예산이 그리 많지 않아 서울대와 같은 사업을 시행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Touch Friend'를 비롯해 다른 정신보건단체와의 연계 사업에 대해서도 “어떠한 연락을 받은 적도 없으며, 할 계획도 없다”고 답했다. 학교 자체적으로도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학생들은 서울대와 같은 사업을 시행하지 않더라도 상담센터측이 학생들의 편의를 위한 서비스를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안산배움터 공영길<한양상담센터> 교육전문연구원은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함은 물론 집단 상담 프로그램 마련에도 힘쓰는 중”이라며 “학생들이 상담센터를 더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