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지일관「한양 100년의 꿈」
초지일관「한양 100년의 꿈」
  • 한양대학보
  • 승인 2009.03.24
  • 호수 1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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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여 만 한양인의 요람 한양대학교 서울 캠퍼스는 ‘사랑의 실천’을 건학이념으로 배움터를 마련하고자 故 백남 김연준 선생께서 첫 삽을 들었던 1939년으로부터 출발한다. 1953년 12월 겨울바람을 헤치고 흙을 들어 배움의 첫 삽을 내리고, 7개동의 바라크 건물을 마련한 이래로 70년의 성상이 흐른 올해 총 70개의 건축물이 웅장한 자태를 들어내며 한양을 박차고 세계를 향해 포효하는 동량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향한 장대한 꿈을 담은 HYU 2010 Project에 따라서 새 시대를 선도할 인텔리젠트 캠퍼스 구축 사업의 하나로 한양의 심장인 본관이 새롭게 마련되고 있다. 신본관의 완공에 즈음하여, 주변 환경도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하고 있다. 정문 진입로는 친환경적이면서도 경계를 허물었고, 주변 휴게 공간으로써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정문 진입로는 직선화되어 통행 편의와 탁 트인 시야로 마음을 넓혀주고 있다. 진입로 주변에는 수령 100년이 넘는 적송들이 한양의 역사와 전통에 걸 맞는 위엄과 품위를 갖춘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모든 사물을 빨아들이고 용해하는 블랙홀로 가는 통로를 컨셉으로 설정하였다. 진입로의 끝은 블랙홀을 지나면서 마음을 정화하고 모든 것을 배출하는 화이트홀로 나가는 출구가 될 것이다.

 

새로운 진입로 설치로 그 동안 서울캠퍼스의 얼굴이자 상징으로 한양의 오욕과 영예를 묵묵히 지키며 그 자리에 있던 구정문과 신정문이 마침내 소임을 다하고 새 시대에 맞는 역할과 기능으로 바뀔 때가 되었다.

 

한양임을 경계 짓고, 한양인의 지킴이가 되었던 정문은 1964년 1월 22일, 교내 도로포장과 육교 설치에 뒤이어 준공되었다. 1971년 8월 26일에는 육교 철거와 함께 “말끔히 단장된 교문”으로 거듭 태어났으며, 1985년 9월 4일에는 “스핑크스의 새문”으로 신정문이 완공되었다. 구정문을 처음 대면하면서 「대한양의 면모를 드디어 갖추었다」며 성숙한 <아카데미즘>에 대한 기대와 뿌듯한 마음으로 온 캠퍼스를 흥분시킨 축제의 함성과, 신정문을 처음 지나면서「뜨거운 사막의 터널을 헤쳐 나갈 냉정한 진리와 뜨거운 정의를 가지고 있느냐?」고 반문하는 한양인의 새로운 다짐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무릇 모든 문은 한 영역을 보호하는 방어적 목적으로 경계의 입구에 열고 닫을 수 있는 구조물을 일컫는 말이다. 문은 또한 가장 먼저 만나는 얼굴이요, 지나치면서 친숙하게 되고 마침내는 그 영역의 상징물이 된다. 본래 정문은 서울 캠퍼스 한양인에게 통행의 편의를 제공하고, 학문의 요람인 한양학원을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신성한 사명이었다. 처음 자리 잡은 지 45년이 지나면서 중심 문(門)으로서 위엄을 버리고 다른 주변 문들과 함께 영욕을 지켜보았다. 지금은 구정문, 신정문, 과학기술관 근처, 성동교 쪽의 후문, 체육관 근처의 동문, 한양대역 통로 애지문, 의료원 정문, 한양여대 정문 등 7개의 통행로가 서울캠퍼스를 감싸고 있다. 한양을 오가는 사람들과 차량을 지켜보면서, 오랜 나뭇등걸처럼 새겨보지 않으면 존재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해진 하나의 문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나이테에서 세월을 느끼듯이 구정문을 통해서도 영욕과 인고의 세월을 읽어낼 수 있다.

 

역사는 늘 과거의 세월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과거를 돌아보며 미래를 준비하기 위함이다. 한양은 늘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어 게으르지 않았다. 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세계화, 정보화, 개방화를 화두로 하는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기존의 물리적 경계는 모두 허물어지고 있다. 물리적인 경계를 넘어 문화적인 소통이 이어지고 있다. 외부세계로부터 방어적 기능은 웰빙과 유비쿼터스 개념으로 전환되면서「쾌적하고 안전한 교육환경개선」을 비전으로「고도 정보화 기반캠퍼스 구축」과「안전관리시스템 구축」이 캠퍼스 관리의 경영방침으로 설정되고 있다.

마침 서울시는 경제성장과 함께 국민의 행복지수 향상을 정책 기조로 삼고, 「쾌적함을 기반으로 한 감동과 매력을 제공하는 서울」을 지향하여 가로 정비 사업과 녹지조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외부세계의 변화에 맞추어 정문 주변부지에 녹지 공원을 조성하고 일반시민에게 개방하기로 하면서 부득이 현재의 신정문과 구정문은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구정문과 신정문은 쌍둥이처럼 똑 닮은 몸매로 5미터의 몸체에 7미터의 양 날개를 펴서 한양의 주체성과 위엄을 높이고, 양 날개를 접어 외부와의 소통이 원활하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왔다. 구정문은 물론 신정문과도 영원히 이별하여야 하는 지금 이 순간 우리 한양인은 그 공적을 기리고 아쉬운 마음을 담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실팍한 날개 죽지로 천상으로 비상하여 한양을 영원히 굽어 살피소서. 삼가 그 덕을 기리며, 아쉬움을 달래 본다.'

한양대학교 관리처장 유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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