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마을’ 속 보이지 않는 국경을 말하다
‘국경없는 마을’ 속 보이지 않는 국경을 말하다
  • 최정호 기자
  • 승인 2009.03.22
  • 호수 12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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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다시 찾아간 원곡동


수많은 외국인과 이국적인 느낌이 어우러진 활기찬 분위기를 기억하며 찾아간 원곡동이다.
4년 전 찾아간 원곡동 ‘국경없는 마을’은 그만큼 새로워보였고 앞으로도 세계 각지의 문화가
어우러질 공간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의 원곡동 모습은
싸늘하다 못해 긴장감이 느껴지고 있다.
물론 이주민들이 상주한 동네라는 의미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뿐이다. 
상주하는 외국인의 80%가 넘는 숫자가 중국인으로 채워지고 한국인은 거의 보이지 않는 지금,
국경없는 마을’은 고립돼 있다. 중국어,파키스탄어 등 이국적인 동네의 모습은 여전하다.
우리와는 피부색이 다른 많은 사람들이 한국인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즐기고 있는 일상 또한 똑같다.
하지만 분위기는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행상 단속반은 냉랭해 보이기까지 하다.
단속반이 지나가자 움찔 자리를 피하던 행상인들이 눈치를 보며 다시 나오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안산 역전에서 20년이 넘도록 행상을 해 온 할머니는 “원곡동 분위기도 요즘 들어 부쩍 싸늘해졌다”며
“이게 다 불경기 때문 아니겠냐”며 한숨을 내쉰다. 4~5년 전부터 급속도로 늘어난 중국계 및 인도, 파키스탄 등
동남아계 이주민들과 기존의 한국 주민들과의 긴장도 심하다고.
이주민센터 등 국경없는 마을의 문화 교류를 위해 노력하는 단체들이 많다. 
각 단체들은 여러 문화 관련 행사를 열어 이주민들과 한국인과의 유대를 이루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만의 축제’다. 참여하는 사람도 주최하는 사람도 거의 이주민만 보일 뿐이다.
"원곡동 이주민들이 한국주민들과 어울리는 경우는 드물다”며 할머니는 말도 말라는 듯 손사레를 친다.
문득 현수막에 쓰인 말이 눈에 들어온다. 
‘불법 흉기소지는 모두의 안전을 해칩니다’라고 쓰여진 문구가 섬뜩하게 느껴진다.
강달원<원곡지구대> 경장은 “실제로 흉기로 인한 살해 사건이 여러 번 일어났다”고 말한다.
“주로 중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품에 호신용으로 흉기를 지니고 다니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며 “아무래도 이민자들이 많다보니 치안상 어려움이 많다”고 얘기한다.
그래도 원곡동의 광장엔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다. 내기 장기를 두는 듯하다. 서로 훈수를 두며 치열한 한 판이 벌여지고 있다. 
혹시 이런 광경이 자주 보이나 해서 옆에 서서 구경 중인 한 아저씨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으쓱하는 어깨와 함께 돌아오는 경계의 시선. 차갑기까지 해 보이는 그 눈빛엔 외부인에 대한 의혹과 불신이 가득하다.
말조차 걸지 말라는 듯 끝내는 외면해버리고 만다. 애써 낸 용기가 저 끝까지 쑥 내려가 버린다.
‘국경없는 마을’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가슴 속 국경은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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