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다문화, 노력은 하지만 해결은 ‘아직’
올바른 다문화, 노력은 하지만 해결은 ‘아직’
  • 서정훈 기자
  • 승인 2009.03.22
  • 호수 12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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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 무엇보다 중요

외국인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가 넘은 요즘, 지하철이나 또는 길거리에서 쉽게 마주치는 외국인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존재다. 다문화가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그 실상이 밝지만은 않다. 그들의 피부색에 따라 우리들의 태도는 다르다. 중국, 동남아, 중동 등 ‘후진국’이라 일컫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아직까지 따가운 눈총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우리학교 학생 A의 동네는 공단지역과 가까워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이주민들이 많이 거주한다. 학교에 갈 때도, 슈퍼에 갈 때도 그들과 마주치지 않는 날이 오히려 드물다. 하지만 A는 이런 상황이 그리 반갑지 만은 않다.

요 근래에는 이주 노동자들이 저지른 강력 범죄가 뉴스에 보도돼 그들이 더욱 껄끄럽게 느껴진다. 어서 빨리 자기네들 나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굴뚝같다.
이주 노동자들의 수가 증가한 만큼 그들의 횡포도 함께 늘었다. 한국인에게 자기네 나라 언어로 괴성을 지르며 물건을 집어 던지기도 하고 이유 없이 시비를 걸기도 한다.

“여기가 자기들 나라도 아니고, 이건 완전 주객이 전도된 것 같아요.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냄새도 나고, 시끄럽고, 자기들이 주인인양 행동하니 이젠 짜증밖에 안나요. 어서 빨리 본국으로 돌아가기만을 바라고 있어요”

하지만 이주민들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거리를 지나갈 때마다 벌레를 보는듯한 눈빛을 마주하는 것이 이젠 익숙해졌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밖에서는 말도 거의 안하고, 길을 걸을 때도 땅만 보며 걷지만 소용이 없다.

스리랑카에서 온 이주노동자 B는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걸어본지 오래된 것 같다”고 말한다. 한국 사람들과 몸이라도 살짝 부딪힌 날에는 죄인이라도 된 느낌이다.
함께 지하철이나 버스를 탔을 때 냄새가 난다며 코를 부여잡으면서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상황을 모른 척 넘겨야 한다. 싸움이라도 일어나면 오히려 그들의 처지는 곤란해진다.

당장 가족의 생계가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일하는 업체의 사람들이 온갖 차별대우를 해도, 고된 노동에 몸을 다쳐도, 그들은 묵묵히 그 고통을 속으로 삼킨다.

“우리가 말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왜 말을 해야 하나요. 어서 돈을 많이 벌어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만약 내 나라에서 누군가 한국에서 돈을 벌겠다 말하면 난 절대 반대할거에요. 나와 같은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진 않거든요”

“서로의 벽을 허물고 싶다”
한국인과 이주민의 갈등을 지켜보면서 박천응<안산이주민센터> 대표는 이젠 그들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야 함을 깨달았다. 그는 이주민의 입장에서 한국 사람들에게 그들의 문화와 관습을 이해시키려 애쓴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오는데 참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나랏돈 집어가는 놈들한테 왜 그렇게 잘해주냐’며 타박하는 사람도 있었고 ‘쓸 때 없는 곳에 힘 뺀다’며 무시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박 대표는 매년 설, 추석 그리고 크리스마스마다 이주민과 지역주민이 함께 하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해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할 따름이다.

그는 예전에 비하면 이주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좋아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우호적인 시각보다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겁니다. 이주민에 대한 이유 없는 편견이 사라지는 것이 제가 목표하는 바입니다”

박정화<경기도ㆍ안산시 59> 씨도 이주민을 배척했던 사람 중 한명이었다. 하지만 작년 설, 이주여성들이 모여 작은 악세사리나 전통의상을 만드는 공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국적인 물건에 이끌려 이것저것 설명을 듣다 보니 어느새 민족보다는 같은 여성이기에 공유할 수 있는 고민까지 나누게 됐고, 이제는 그들과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그녀는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인 친구를 소개시켜주는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유 없이 이 사람들을 싫어했던 내 과거가 부끄러울 뿐이에요. 좀 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서로 화목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한국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은 이주여성들이 좀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게 돕고 싶어요.”

“좀 더 편한 학교생활을 위해”
이주민에 대한 차별도 문제가 되지만 유학생도 그들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동남아, 중동 등에서 온 유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며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지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들이 느끼는 사회의 눈초리는 이주민과 마찬가지로 싸늘하다.

현재 우리학교는 글로벌 캠퍼스를 위해 유학생 유치에 힘쓰고 있다. 우리학교에 입학한 외국인 학생을 위해 신입생을 대상으로 학교생활에 자문을 구할 수 있는 멘토링 프로그램과 친목을 다지는 체육대회, 크리스마스 파티, 전통 한국 문화 체험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며 유학생들의 문화 적응을 돕고 있다.

안산배움터의 경우, 대부분의 유학생이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 문화권 출신이여서 시설 마련에 특히 더 신경을 써야했다. 우리와는 다른 생활 문화로 인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유학생을 위한 시설로는 제1생활관 식당 옆에 있는 유학생 전용식당과 제5공학관 지하의 이슬람교 기도실, 생활관 화장실 비데 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최유나<국제협력팀ㆍ교무과> 계장은 “앞으로 유학생 전용 기숙사, 영어전용강좌 증설, 외국인 교수 채용 등과 동시에 다양한 편의시설 마련도 검토 중”이라며 “아직까지 유학생에 대해 배타적인 학생들의 모습이 조금은 아쉽다”고 전했다.

이어 그녀는 “유학생들이 많은 것을 배워가기 위해선 재학생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며 “하지만 유학생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과 말 한마디라는 것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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