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학술영어’란 무엇인가?
‘전문학술영어’란 무엇인가?
  • 한양대학보
  • 승인 2009.03.16
  • 호수 1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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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섭<사범대ㆍ영어교육과> 교수

이 글은 지난 주 3월 9일자로 발간된 한양대학보에 실린 “외국어교육 강화라지만…”이라는 제하의 사설에 대한 해명이자, 동시에 새로 개편되는 ‘전문학술영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글이다. 우선, ‘전문학술영어’가 실행된다고 해서, 회화교육이 약화되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싶다.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실용영어는 당시에는 외국인과 직접 대화를 해 본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다. 요즈음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외국인과 직접, 간접적인 접촉을 충분히 겪기 때문에 이러한 교육적 효과는 거의 사라져 버렸다.

그러면, 외국인과 진행하는 회화수업의 실질적인 효과는 어떠한가? 사실 외국인과 꾸준히 회화를 연습하면 회화실력이 향상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러한 회화교육이 가시적인 실력향상의 효과를 보려면, 소규모로 집중적인 훈련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하루 4~5시간씩 일주일 내내 수업을 한다거나. 학급당 10명 이내로 반을 편성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실용영어의 경우 1주일에 고작 4시간, 그것도 한 학급당 25~30명의 인원으로 수업을 해 왔다. 그래서 과거 실용영어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학교당국과 학생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됐고, 학교도 대안 마련에 고심했다.

2003~2004년에 본교 영어관련학과 교수 7분이 회화 수업에 대해 공동연구를 했는데, 실용영어수업의 효용성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회화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나 방향성 없는 생활영어위주의 회화는 대학교육에 적합하지 않고, 언급한 대로 더 이상 효과적인 방법도 아니다. 그러므로 회화자체가 목표가 되기보다는 영어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능력, 즉 문제해결능력을 함양하는 것이 대학영어교육을 차별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대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문제해결능력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대학생은 졸업 후 취업 혹은 국내외 대학원 진학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학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를 시켜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취업과 대학원 진학에 공통으로 필요한 문제해결능력은 자신의 기획안과 아이디어를 발표할 수 있는 발표력과 보고서, 논문 작성 등에 필요한 쓰기능력이라는 사실이 연구조사 결과 밝혀졌다. 또한 한양인들은 앞으로 졸업 시까지 영어전용강의를 최소 5개 의무수강 해야 하는데, 성공적인 영어강좌를 위해선 가르치는 사람의 영어구사력 뿐 아니라 수강하는 학생들도 수강할 능력 및 기술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 내린 결론을 토대로 개발된 것이 바로 “전문학술영어”라는 프로그램이다.

우선, 학생은 일정 주제(전공과 관련된 주제)에 관한 원어민 교수의 강의를 듣고, 이를 필기하고 요약하는 연습을 한다. 다음은 이 강의노트를 중심으로 주제를 선정해 발표를 한다. 마지막으로, 내용을 다듬고 양식에 맞춰 최종 리포트를 작성해 제출한다. 한 학기 동안 세 단계의 훈련을 주제를 바꿔가며 3-4회 반복해 실시한다. 훈련을 하며 학생들은 원어민 교수와 계속 의사소통을 하게 되고, 이 의사소통은 문제해결을 위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보다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지게 돼 자연스럽게 회화연습도 하게 된다.

‘전문학술영어’는 6개로 분류된 유사 전공별로 공통된 주제와 전공 관련 용어를 다수 사용해 수업을 하는 것이지 전공을 깊이 있게 다루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전공”의 개념과는 다르기 때문에 원어민 교수의 역량문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학교 당국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고, 학생들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각도의 전문적인 연구 결과라는 점을 주지하고, 학생들은 이에 충실히 응해줬으면 한다. 아무쪼록 본 프로그램이 학교 당국, 학생들의 총체적인 노력과 협조로 성공적으로 정착해 타대학생보다 월등한 영어능력을 갖춘 한양인으로 발전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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