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 녹아든 시 한 줄기
일상 속에 녹아든 시 한 줄기
  • 이다영 기자
  • 승인 2009.03.16
  • 호수 12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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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부는 시를 싣고 「일 포스티노」

 

달덩이 같은 얼굴, 호수 같은 눈동자…
일상 속에 시는 상주한다. 학창시절 백일장에서, 수업시간 낙서를 통해 등 누구나 한 번 쯤 시를 써본 경험은 있다. 글쓰기 시간엔 시가 뭔 줄도 모르고 긴 산문보다 짧은 글을 쓰고자 운문을 택한 적도 있다. 영화 「일 포스티노」는 20세기를 풍미했던 사회주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1954년 조국에서 추방당한 사건으로 시작한다. ‘일 포스티노’는 ‘우체부’를 나타내는 이탈리아어다.

이탈리아 조그만 섬 마을, 글을 읽고 쓰는 능력만 가지고 있던 마리오 루폴로는 홀아버지를 모시고 산다. 이 때 유명 시인 네루다가 조국에서 추방당하고, 이 섬으로 이주한다. 섬 전체가 환영 분위기일 때 고민하던 이가 있었으니, 네루다에게 오는 엄청난 우편을 소화하지 못하는 우체국장이었다.

결국 마리오는 네루다 담당 배달부로 고용되고, 시를 배워 여자들을 만날 생각으로 부푼다. 하지만 은유와 은율이 뭔지 배우고, 네루다와 우정이 쌓으면서 진지하게 시의 세계를 익힌다. 그러던 중 마리오는 웨이트리스 베아트리체에게 반하고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네루다의 도움을 얻는다. 또 어부일 동안엔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이성과 감성을 발견한다.

이 영화는 1996년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고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색상에 노미네이트돼 작품성을 인정받은 따뜻한 이탈리아 영화로 평가 받고 있다. 영화 마지막에 마리오 역을 맡은 배우 마시모 트로이시가 실제로 촬영을 후 사망했다는 자막이 나와 많은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또 영화는 시가 일상에 녹아 있으며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 마음을 움직이는 데 언어라는 마술이 갖는 힘은 대단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시를 만들고 노래하며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네루다와 마리오는 저절로 따뜻한 미소를 짓게 한다. 아름다운 섬의 배경과 시, 감미로운 음악은 시로 소통하는 둘의 우정을 더 아름답게 비춘다.

물질주의에 찌든 현대인을 향해 이 20세기 영화는 진정한 낭만을 외치고 있다. 극중 네루다는 “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감정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주는 영화「일 포스티노」와 함께 짝사랑해온 그녀에게, 또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시를 써보자. 팍팍한 디지털 시대 얼어붙은 마음에 따뜻한 봄비가 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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