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에 영화관이 생긴다면
우리학교에 영화관이 생긴다면
  • 서보영 기자
  • 승인 2009.03.08
  • 호수 129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생 소비 부추기는 대학 상업 시설

대학가와 대학 내 상업화가 도마 위에 오른 지는 이미 오래다. 학생들의 소비수준에 맞지 않는 가게들의 입점은 학생들 간의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학 상업화는 단순히 편리하다고 말하기에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우리학교 안에도 로즈버드, 파파이스 등 외부 상업 시설이 들어온 지 오래다. 또 2007년 6월 우리학교에 개점했다 사라진 남성 의류 매장은 대학교 내에 들어온 최초의 의류브랜드 매장이었다. 새로 단장한 왕십리 민사 역사에는 대형 쇼핑몰인 비트 플렉스가 들어섰다.

난 돈 없어서 저런데 못가
서웅교<사범대ㆍ국어교육과 09> 군은 “학교 안에 가게들이 있으니 편리하다”며 “타 대학 같은 대형 상권이 우리학교에도 들어오면 좋겠다” 고 말했다. 이화여대와 부산대에는 영화관ㆍ카페ㆍ대형 서점이 들어섰다. 서강대는 라마다 호텔 웨딩홀에 이어 2011년 대형 쇼핑몰인 홈플러스를 들일 예정이다.

이쯤 되면 굳이 학교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될 정도다. 학교 안에 상권이 조성되면 학생들은 멀리 나가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편의를 해결할 수 있다. 대학 상업시설은 교직원과 학생뿐만 아니라 외부인들도 이용하게 된다. 그 때문에 외부인의 출입이 잦아져 면학분위기 조성에 방해된다는 지적도 생겼다. 그러나 대학 상업화의 더 큰 문제는 일정한 소득이 없는 대학생을 소비자화 한다는 점이다.

이화여대는 새로 지은 건물에 자판기 대신 편의점을 입점 시켰다. 학생 식당의 물가도 5백원 정도 올랐다. 전 총학생회장 강정주<이화여대ㆍ국어국문학과 04> 양은 “학교 측에서는 싫으면 쓰지 말라고 하지만 학교 안에 있는 이상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누구를 위한 상업시설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난 돈이 없어서 저런 데 못 간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자신이 다니는 대학 내 시설임에도 돈이 없어 이용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위축 된다”고 덧붙였다.

비싼 가게를 학교 밖에서 접했을 경우보다 위화감은 더욱 크다. 강 양은 “소비 지향적이고 대중적인 멋을 즐기는 것이 대학 문화 인 것 마냥 생각 되는 것 같다”며 “향락과 유흥만을 즐기는 대학문화가 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점점 줄어드는 대학생 쉼터
건국대 ‘스타 시티’와 우리학교 근처 ‘비트 플렉스’등 대학가 주변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고 있다. 대학 근처 대형 상권은 그 주변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왕십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비트플렉스가 생긴 후 그 주변 가게들은 말도 못할 정도로 매출이 감소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학교 주변 왕십리는 타 대학교 주변에 비해 밥값이 저렴하다. 상권이 활성화돼있는 신촌 일대 대학교는 밥 한 끼를 먹는데 평균 5천 원 이상이 든다. 강무섭 <강남대ㆍ평생교육원> 원장은 “대학 근처에는 학생들의 소비 습관에 맞는 상업 시설이 필요하다”며 “물가 상승으로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곳이 줄어든다면 문제”라고 비판했다.

대학교와 대학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대학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은 대학교 안과 밖 모두 부족하다. 고려대의 경우 아까운 공간을 스타벅스나 액세서리 숍 등 쓸데없는 매장에 할애해 시험기간 열람실이 부족한 학생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총 학생회장 정태호<고려대ㆍ행정학과 05> 군은 “점점 대학이 물건을 파는 시장으로서의 공간이 되간다”며 “동아리 방이나 세미나 실 같은 부족한 자치시설을 늘리는 것이 진정 학생들을 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잊었지만 계속되는 문제
고려대에서는 한 때 대학교 내 상업 시설인 ‘타이거 플라자’가 학생들의 자치공간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1인 시위를 하는 학생도 있었다. 이화여대에서는 총학생회의 반대에도 주변 일대에 대형 쇼핑몰이 계속 들어서 ‘이화인 상업화 반대 모임’을 결성하기도 했다.

대학 상업화는 이제 해묵은 주제다. 정 군은 “지금은 대학 내 상업 시설을 문제 삼는 학생이 드물다”고 말했다. 올해 새로이 활동하게 된 이화여대 총학생회도 학내 상업시설 관련 문제를 특별히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학생들의 관심은 등록금이나 직접적인 복지상황에 더 집중돼있는 상황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교육의 상아탑인 대학조차 상업화를 피해가기 힘들다. 하지만 소비에만 초점이 맞춰져있는 현 대학 문화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대학은 금세 교육의 장이 아닌 기업의 장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