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귀 없는 토끼」
영화「귀 없는 토끼」
  • 서보영 기자
  • 승인 2009.03.08
  • 호수 12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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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가량 만나던 남자친구와 일주일가량 헤어져있었다. 아프고 또 아팠던 시간들이였다. 헤어진 지 딱 일주일이 되던 날 남자친구는 나를 보러 달려왔다. 그 날 그가 날 데리러 오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쩌면 끝이 났을 지도 몰랐다. 다시 만난 그가 혹시 귀 없는 토끼라는 영화를 아느냐며 그 영화를 보고 너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굳어졌다고 말했다.

가십 전문 기자 루도(틸 슈바이거 분)는 유명 축구 선수의 약혼 파티를 취재하기 위해 호텔에 잠입했다가 본의 아니게 호텔 지붕까지 부수게 된다. 약혼 파티를 망쳐버린 루도는 법원으로부터 3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는다. 그런데 우연찮게도 봉사를 하게 된 보육원에서 어릴 때 자신이 괴롭히던 안나(노라 치르너 분)와 만나게 된다. 천적을 마주하게 된 안나는 복수의 칼을 간다. 설명서도 없이 정글짐조립을 시키고 개인 전화는 받지 말라며 협박한다.

둘은 곧 공식적인 화해를 하지만 여전히 안나에게 바람둥이 루도는 받아들이기 힘든 존재다. 그런 안나의 눈에서 루도에 대한 호감의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루도가 만든 귀 없는 토끼 인형을 귀 없는 토끼가 어딨냐며 타박하면서도 인형과 한 이불을 덮고 잔다. 결국 안나는 사랑을 고백하기로 하고 약속한 날 반지까지 준비하지만 루도는 오지 않는다. 심지어 데이트 약속을 어긴 루도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다신 널 보고 싶지 않다며 우는 안나에게 루도는 우린 좋은 친구일 뿐인데 대체 이 반응은 뭐냐고 반문한다.

관계는 기대를 하게 되면서 어긋나는 걸지도 모른다. ‘난 이 남자에게 특별한 여자가 될지도 몰라’ 라는 일종의 기대는 서로 쿨 하기로 약속한 관계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는 자신도 모른다. 여기까지라고 긋는 선은 깨지기 마련이다. 저 사람은 나와 다르니 상처만 입고 말거라며 다잡지만 사랑의 감정은 고속도로를 달린다.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루도는 자신을 떼어내지 못하도록 매일 보육원 앞에서 기다릴 거라며 다소 격하게 협박하고 안나는 이를 받아들인다. 어쩌면 ‘너희 집 앞이야’라는 말이 로맨틱하게 들리느냐 공포로 다가오느냐가 사랑을 가늠하는 척도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망설이는 순간 그는 날아가 버린다. 귀 없는 토끼를 사랑하게 됐더라도 부디 망설이지 말고 달려들어라. 그게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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