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디 바비디 부" 생각대로 할 텐가
"비비디 바비디 부" 생각대로 할 텐가
  • 이다영 기자
  • 승인 2009.03.08
  • 호수 12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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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스타가 최고상을 받는 순간 눈물을 훔치며 외친다.
"살라가 툴라 메치가 불라 비비디 바비디 부(이하 '비바송')"
심심찮게 접하는 모 통신사 광고다. 몇 번 듣지 않아도 입에 착 감긴다. TV와 라디오를 넘어서 꼬마들의 노랫가락에도 섞여있다. 음원과 휴대폰 벨소리로도 급속히 퍼져나갔다. 애초에 이런 주문을 광고 모토로 내건 것은 부적절한 처사다.

경제난, 취업난, 입시난 모든 방면에서 난(難) 자가 난무하는 시대다. 일부는 '비바송'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자신에게 긍정의 힘을 준다고 말한다. 왠지 귀에 익은 이 재밌는 주문을 통해 원하는 바가 정말 이뤄질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다 잘 될 거라는 자기최면에는 빠질 수 있다. 그러나 광고란 대상의 계층은 어떤지, 그 대상에게 어떤 행동을 원하고 있는지, 카피가 그들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에 적절한지를 고려해야 한다. 일종의 은어인 '비바송'을 알아듣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비바송'은 월트 디즈니 만화 「신데렐라」에서 요정이 소원을 들어줄 때의 주문이다. 공주 만화라고는 모르고 자란 중장년층이나 노년층은 "비비디 바비디 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처럼 '비바송'의 내용은 선전하고자 하는 대상과 상당히 어긋나고 있다. 또 광고에는 해당 통신사에 대한 내용이 일체 등장하지 않는다. 로고를 보기 전까지 광고의 의도를 알기 힘들다. 통신사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호기심 유발에만 급급한 광고에선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다.

좋은 우리말을 두고 국적ㆍ의미 불명의 주문을 차용했다는 점에도 문제가 있다. '비바송'의 원작자 알 호프만<미국>은 지난 1949년 LA 타임스를 통해 "비비디 바비디 부는 어릴 적 할머니가 불러주시던 뜻 없는 자장가에서 차용한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월트 디즈니가 요정이 마법을 부리는 장면에 들어갈 노래를 의뢰해 지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시장이 흔들리는 경제 불황이다. 통신사측은 의미 없는 노래 하나에 저작권료로 많은 외화를 지출했다.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 된다는 건 엄마 품 속 아기들에게나 통하는 이치다. 각종 사회 질서가 무너지고 인면수심의 풍조가 만연한 요즘 광고는 내 '생각대로'가 아닌 사회의 질서의식과 통합을 우선해야 한다. 그것이 참광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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