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치성향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정치성향은 무엇인가요
  • 최정호 기자
  • 승인 2009.02.28
  • 호수 12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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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이유 없는 대학생의 정치성향… 자아성찰 통한 탐색 요구돼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정치 참여는 빼놓을 수 없는 권리이자 의무다. 그러나 막상 대학생들의 정치 관심은 매우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대학생 스스로의 정치성향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자신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정치를 위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자라고 주장하는 현 대학생의 모습이다.

너도나도 중도라지만…
대학생의 50%이상이 자신의 정치성향을 ‘중도’라고 답했다는 통계가 발표된 바 있다. 우리학교 역시 많은 학생이 스스로를 중도라고 얘기했다. 이진아<예술학부ㆍ연극영화학과 07> 양의 경우 본인의 정치성향을 ‘중도좌파’라고 답했다. “현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들고, 미국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유였다. 또한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점은 이 양 스스로를 중도좌파라고 판단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됐다.
장인호<공대ㆍ토목공학과 05> 군은 자신을 ‘중도우파’라고 판단했다. 장 군은 “사실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모르겠다”며 “중도라고 판단한 이유는 한쪽에 너무 치우치는 것은 안 좋아 보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임헌조<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처장은 “대학생이 중도라고 스스로를 규정하는 것은 경험이나 정돈된 이론에서 나온 결론이 아닌 듯 하다”며 “단순히 기성사회가 존중하는 가치인 중도에 편입되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임 사무처장은 “이는 우리나라의 정치 계파에 대한 명확한 배경지식 없이 지역적 감정이나 가족 내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현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생이 되기까지 정치에 대한 명확한 지식이나 교육을 받지 못하는 현실은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심지어 의무교육과정의 마지막인 고등학교에서조차 ‘정치’는 선택과목에 불과하다.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권리를 갖는 20대이지만, 정치의식은 한 살도 채 안됐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보 vs 보수는 잘못된 관례
정치라고 하면 보수 대 진보의 경우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해방 이후, 크게 진보좌파와 보수우파라는 두 진영이 대립해왔다. 최근 대학생이 스스로를 좌파나 우파로 규정짓기를 꺼려하는 까닭은 역사로 인한 정치에 대한 거리낌 뿐 아니라 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좌파의 경우, 대부분의 대학생의 인식은 ‘친북좌파’를 떠올림과 동시에 운동권을 생각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우파의 경우, 반공주의나 친미를 연상하기 마련이다.
임 사무처장은 그러한 “보수우파와 진보좌파로 나눠오던 관례는 잘못된 관례”라며 “좌파 혹은 우파 내에서도 보수와 진보 혹은 수구나 급진 등의 성향이 나뉜다”며 그런 생각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좌파나 우파의 원론적 의미를 살펴보면 지금의 인식과는 많이 다르다. 좌파는 사회주의 이론을 받아들인 정파에 해당하며, 우파는 자유주의 이론을 좇는 정파다. 그렇기 때문에 좌ㆍ우파로 나누는 기존의 견해는 지나친 일반화라는 것이 최근 학계에서의 입장이기도 하다. 실제로 같은 좌파 혹은 우파 내에서도 입장의 차이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특히나 합리적인 자세를 잃은 채 폭력을 동원한 과격시위나 무리한 정책을 내세우는 단체는 같은 정파라도 꺼려하는 대상이다.
정종권<진보신당> 집행위원장은 “진보단체가 친북적 성향을 띄는 것은 사회주의가 태생적ㆍ이론적 배경이기에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단체처럼 북한의 정책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광신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는 것은 진보진영 내에서도 거부감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정 위원장은 좌파와 우파 간의 차이에 대해 “현재의 사회 시스템에 있어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좌파라면 현 상태를 유지ㆍ안정화하려는 것이 우파”라며 “국가의 역할을 둘러싼 관점의 차이가 두 정치성향 이론을 차별화하는 쟁점”이라고 얘기했다.
지금의 MB정부가 시도하는 시장의 ‘작은 정부’와 개인 영역에서의 ‘강한 정부’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의 특징이다. 정 위원장은 “진보좌파는 시장과 개인 영역 양측에서 정부의 강한 개입을 요구하는 입장이 대표적”이라며 그러나 “우파 역시 시장에서의 완전한 개입철회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정도의 차이’라고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 당연히 진보?
대학생에게 있어 좌파와 우파의 의미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진보, 혹은 좌파는 대학생이라면 당연히 좇아야할 입장으로 여겨져 왔다. 운동권이 퇴색하는 일반적 경향과 함께 대학에서의 좌파의 의미 역시 쇠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라는 단어는 여전히 대학생에게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공성진<한나라당> 의원은 “대학생에게는 보수보다는 진보가 끌릴 수밖에 없다”며 “인간의 이기심, 즉 경쟁을 선호하는 우파보다는 분배나 평등 같은 이타심을 중심으로 삼는 좌파가 젊은 대학생들의 입맛에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파에서의 적극적인 활동이 부족했다는 점 역시 대학사회에서의 진보 편향을 만든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좌파적 입장을 따른다고 해서 스스로를 좌파성향이라고 판단하기엔 섣부르다는 입장이다.
공 의원은 “자신 주변의 인간관계가 어떤가를 살펴보는 것이 자신의 정치성향을 알아보는데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며 “자신에게 현 사회제도 내에서의 성공이 우선시한다면 그 입장은 우파적 입장이라고 할 수 있으며, 반대로 사회제도 자체의 변혁이 중요하다 생각한다면 그것은 좌파적 성향이 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치인들은 대학사회든 한국사회든 외부의 시선에 맞춰 대학생 스스로의 색깔을 얽매려 하는 태도는 좋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젊은 날에는 그 젊음만큼의 시도와 경험의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의 관심이 이념보다는 실용에 쏠리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정치외(外)화 돼가고 있다는 점 역시 대학생의 정치성향에 있어 새로운 변화를 요구한다.
박정은<참여연대> 정책실장은 “대학생 자신을 진보라는 한 입장에 고정시키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여러 시각을 접해 자신의 정치성향을 주체적으로 탐구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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