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돌아오다
아버지 돌아오다
  • 송민경 기자
  • 승인 2009.02.28
  • 호수 12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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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만화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다. 작가는 장인어른의 죽음을 겪는 가족들의 모습을 만화로 그렸다. 오랜 공직생활에 유난히 무뚝뚝했던 작가의 장인어른은 작가가 경제난에 부딪혀 처가살이를 시작하자마자 위암 선고를 받는다. 몇 년 뒤 장인어른은 작가와 친해질 겨를도 없이 세상을 떠난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직후 가족들은 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장례식을 경험한다. 이해관계로 얽힌 사람들이 보낸 화환들 그리고 죽은 남편은 잠시 잊고 어느새 조문객들에게 큰 아들의 사업을 홍보하는 어머니를 보여준다. 작가는 죽음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그린 것이다.

오래 된 친구와 옛날이야기를 회상하듯 이 얘기, 저 얘기 순서 없이 진행되지만 안정적인 내용을 전개해 나간다. 이 만화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엄마가 뿔났다」와 닮았다. 이 드라마가 빠른 내용전개와 자극적인 설정 없이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사람들의 현실적 공감을 그대로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아버지 돌아오다」도 이와 마찬가지다. 

‘알고 보니 이복 남매’라거나 ‘한 남자를 놓고 싸우는 자매’같은 것은 없다. 뚜렷한 스토리로 전개하기 보다는, 우리네 삶의 모습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이 만화의 주요 갈등요소는 오랜 세월 마음속에 내재된 서로에 대한 섭섭함과, 표현하지 못했던 서로를 향한 어색한 사랑 사이의 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만화에서 눈에 뛰는 설정이 있다면, 각별하지 않았던 사위의 눈에 나타나는 장인어른의 원혼이다. 아버지가 돌아온 것이다. 장인어른의 원혼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니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는 충격에 빠진다. 죽음을 받아들일 때까지 한 동안 가족 곁에 맴돌지만 사위의 눈에만 보일 뿐이다.

가족들은 서서히 그것이 아버지만의 사랑법이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미 죽어버린 아버지, 장인어른, 남편이라서 아버지에게 사랑했노라고 말할 수 없다. 마지막, 장인어른의 혼이 사라지는 동시에 아내가 아이를 낳는다. 장인어른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인 것이다.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표현하기가 서툰 가족들, 이것은 우리 사회의 모습 그대로다. 

송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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