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배움터 기숙사 지원, “예년과 다르지 않다”
양 배움터 기숙사 지원, “예년과 다르지 않다”
  • 서정훈 기자
  • 승인 2009.02.22
  • 호수 12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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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지원, 경기침체ㆍ범죄발생율과 상관관계 없어

경기침체 여파로 학생들이 대학 내 기숙사를 더 선호하고 있다.(경향신문 1월 28일자 참조).
학생들은 기숙사를 더 선호하는 이유를 기숙사가 원룸이나 고시원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한 가격대면서도 안전이 보장되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직접 관리해 더 믿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학교 양 배움터 기숙사의 지원자수와 경쟁률은 예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배움터 기숙사, ‘살 곳이 없어서’
이번 학기 서울배움터 기숙사에는 총 1천697명의 학생이 지원했다. 이는 지난 2008년 2학기 지원자 1천855명보다 200여명 줄어든 수치다. 서울배움터 기숙사는 규모도 작은데다 고시반 학생들까지 포함돼 있어 기숙사에 들어가기가 매우 어렵다. 각 단대에 배정되는 기숙사 입사 가능 인원이 너무 적어 학생들이 아예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배움터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을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학교 근처 원룸이나 고시원에 많이 거주한다. 왕십리 주변 뉴타운 개발로 인해 서울배움터 주변 땅값도 오르고 있지만 매물에는 별 차이가 없다.

학교 앞 부동산 관계자는 “땅값이 많이 올랐지만 상담하러 오는 학생들이나, 계약을 하는 학생들 수에서는 작년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룸이나 고시원에서 혼자 사는 학생들은 땅값이 올라도 사는 곳을 쉽사리 떠날 수 없다. 학교에서 가깝다는 이점을 버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왕십리 고시원에 살고 있는 A는 “지방 학생인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은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이지만 여의치 않아 현재 고시원에 살고 있다”며 “집세도 부담되고 주변 환경도 좋지 않아 뚝섬 주변으로 집을 옮길까 진지하게 생각한 적도 있지만 거리도 어중간 하고 주변 부대시설도 좋지 않아 그냥 포기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직까지 많은 학생들에게는 경제적 부담보다 주변 환경이나  학교와의 거리가 주거지를 선택하는데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안산배움터 기숙사, ‘통학이 불편해서’
2009학년도 1학기 안산배움터 내 모든 기숙사의 입사 경쟁률은 1.19:1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8학년도 2학기 기숙사 경쟁률보다 오히려 떨어진 수치다. 하지만 여학생 기숙사 신청자 수는 지난학기 1천151명에서 이번 학기 1천216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대학 기숙사 경쟁률이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는 달리 안산배움터 기숙사는 대체로 무난한 경쟁률을 보였다. 안산을 포함한 경기 서ㆍ남부지역에서 많은 강력 범죄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위해서’ 기숙사를 선택한 경우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다.

2009학년도 1학기 기숙사를 신청한 학생들의 입장도 언론 보도와는 많이 달랐다. 연진아<디자인대ㆍ시각패키지디자인학과 08> 양은 “집이 통학이 가능한 거리지만, 지난학기에 통학을 했더니 너무 힘들어서 기숙사를 신청해봤다”며 “입사했다면 좀 더 편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었겠지만 입사하지 못해도 큰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라서 별 상관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B도 “집이 수원인데 통학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주소지까지 변경해 기숙사를 신청했다”며 “통학시간이 길어 학교 근처에서 살고 싶지만 부모님이 고시원이나 원룸은 허락해주시질 않아 기숙사를 신청한 것 뿐”이라는 입장이었다.

경기침체와 범죄예방을 위해 기숙사를 신청하는 학생이 늘어났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도 “범죄예방에 대해서 나는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지만 부모님은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다”며 “내 주변 친구들 중에서도 경기가 어려워서, 범죄가 두려워서 기숙사를 신청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답했다.
인터뷰에 응해준 학생들 대부분이 기숙사를 ‘집이 지방이라서’, ‘이때까지 해 와서’, ‘통학하기도 힘들고 부모님이 권유도 해서’ 신청했을 뿐 경기침체나 범죄예방이 이유인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학교 주변에서 원룸ㆍ고시촌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도 이번 해 입주율을 ‘작년과 다르지 않은 평이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학교 정문 앞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박금옥<경기도ㆍ안산시 48> 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의 학생들이 원룸 입주를 문의했고, 계약이 체결된 비율도 작년과 비슷해 원룸 값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관리비 상승이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고시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래 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던 학생들이 기숙사로 빠져나가는 상황은 드물었다.  정문 앞에서 고시원을 운영 중인 고형석<경기도ㆍ안산시 56> 씨도 “고시원에 남는 방이 없어 새롭게 방을 내 주지 못하고 있다”며 “주변 고시원이 경제위기로 인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봤는데 이 학교는 상황이 조금 다른 것 같다”고 답했다.

고시원에 사는 학생 수가 줄지 않는 사실에 대해 고 씨는 “학교가 교통이 불편한 곳에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겠느냐”며 “이 때문에 먼 지방에 사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가까운 지역에 사는 학생들도 기숙사나 학교 앞 고시원ㆍ원룸에 사는 경우가 다른 학교에 비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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