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선택이 낳은 어리석은 여성문화
현명한 선택이 낳은 어리석은 여성문화
  • 송민경 기자
  • 승인 2009.02.21
  • 호수 12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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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가격표가 붙은 두 잔의 커피가 놓여 있다. 이들은 완전히 같은 커피다. 그러나 우습게도 테이블에 앉은 실험자는 비싼 커피를 선택하며 깊은 향이 난다고 말한다. 시청자들은 같은 커피를 놓고 한쪽 커피에만 진한 원두의 향을 형용하는 그들을 자연스레 비웃게 된다. 이 광고는 맥도날드에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커피광고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직접 보여주는 기법으로 광고의 신선함을 잘 살렸다. 여기저기서 ‘재밌다’ 또는 ‘참신하다’는 이유로 인기광고의 순위에 들어갔고, 광고의 영향인지 경제위기 속 현명한 선택으로 떠오른 맥도날드의 커피는 한국리서치 소비자 선호도 조사에서 유명 커피전문점을 제치고 1위의 영광을 맞이했다.

어느 날 친구에게 이 광고를 설명하며 재밌는 광고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 광고에 참신하다는 호평을 내리는 사이, 자연스럽게 지나쳐버린 것이 있었다. 광고에 나오는 피실험자는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다.

분명히 “인간은 상황에 지배 받는다”는 맞는 말이다. 인간은 혼자 사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어쩐지 이 광고에서는 인간보다 “여성은 상황에 지배받는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간다.

그 실험 결과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한 실험을 했다면 분명 현명한 선택을 한 여성이 존재했을 것이다.  물론 현명한 여성들을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광고효과의 극대화를 노렸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스마트 초이스 하세요”라고 말하며 커피를 즐기던 여성 집단을 지금까지 우둔한 선택을 해왔던 집단으로 한꺼번에 단정짓는 것은 폭력이 될 수 있다.

유난히 여성들만을 지칭했던 ‘된장녀’라는 단어는 한동안 잠잠했다. 이 광고에서는 자기 입맛 따라 콩, 별 다방으로 가는 여성들까지 단지 더 비싼 커피를 먹는다는 이유로 ‘된장녀’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맥카페의 자신감이 돋보인다.

미디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머릿속에 이 20초짜리 광고가 만들 여성에 대한 편견이 두렵기만 하다. S대보다 더 세다는 K대의 특정과 광고처럼 이 광고에서도 특정 경쟁사를 대놓고 언급한다. 광고의 문화적 파급효과를 무시한 채, 점점 더 강한 세기의 자극을 이용해 광고의 효과만 극대화하려는 요즘 광고들도 ‘막장드라마’처럼 대놓고 비판할 수 있는 ‘막장’ 대열에 끼워 넣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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