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평의 고시원 공간 속 위협받는 대학생
2~3평의 고시원 공간 속 위협받는 대학생
  • 최정호 기자
  • 승인 2008.11.08
  • 호수 12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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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대학생들이 고시원, 리빙텔, 하숙 등의 ‘준 주거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시원은 학생들이 공부를 하기 위한 자취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엔 하숙이나 자취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통학 편의 등의 이유로 주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울배움터의 경우, 정문만 하더라도 4~5개의 리빙텔 및 고시원이 자리 잡고 있으며 왕십리 전체엔 많은 수의 고시원이 자리 잡고 있다. 안산배움터도 정문에 약 7개, 한대앞역에 대여섯 개가 위치하고 있다.

많은 대학생이 편의나 방 크기, 혹은 가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고시원에 살고 있는 박수인<경상대ㆍ경제학부 06> 양은 “화장실이 안에 있는지, 고시원 위치는 학교와 가까운지, 방 가격이 얼마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논현동 고시원 화재 사건을 알고 있지만 내가 사는 고시원과는 시설이 다른 것 같아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단이<공대ㆍ재료화학공학부 08> 양 역시 “방 크기, 화장실ㆍ샤워실이 안에 있는지 여부가 방을 선택하는데 가장 큰 기준”이라고 밝혔다. 우리학교 주변 ‘준 주거 주택’의 가격은 싸게는 20만 원대에서 시작해 많게는 50만원이 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준 주거 주택에 소방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지의 여부는 미지수다.

실제로 학교 주변의 많은 고시원이 소방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비록 완강기가 설치돼 있으나 막상 줄을 구비해놓지 않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소화기 역시 장비노후와 관리의 미비로 이용가능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 또한 제연설비가 돼 있지 않은데다 창문마저 제대로 없어 화재 시 큰 피해가 예상된다. 그나마 안산배움터 정문 주변 고시원은 서울배움터 주변 고시원에 비해 방 구조가 복잡하지 않은 편이다. 운영된 기간이 길지 않은데다 신축된 건물이 많은 까닭이다. 고시텔을 운영하고 있는 A는 “한양대 앞 고시원의 경우 생긴 지 얼마 안됐고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다보니 부모님들이 직접 확인하는 경우도 많아 소방시설에 많이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밝혔다.

2006년 이후 개정된 소방법에 따라 개정 이전 등록된 업소라도 관계없이 간이 스프링클러와 비상구를 설치해야한다. 또한 실내 장식물 역시 불에 타지 않는 재료로 바꿔야 한다. 규정에 따르면 이상의 규칙을 어길 경우 200만원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물도록 돼 있다. 조태제<법대ㆍ법학과> 교수는 “주거하는 곳의 소방시설에 문제가 있다면 관할 소방서에 행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시설에 문제를 느낀 입주자가 고시원 등 주인에게 개선을 요구한다 하더라도, 주인이 거부하면 별다른 대책이 없다. 현 소방법이 행정법에 해당돼 사실상의 효력이 행정 명령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기준으로 인해 검사가 용이치 않은 것도 문제다. 조 교수는 “현재 법령이 직접적 피해가 일어나지 않는 한 민사적 조치는 취하기 어렵게 돼 있어 ‘사후적 대책’에 불과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러스트 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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