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서 이카루스는 다이달루스가 만든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 감옥을 탈출하는 데 성공하지만, 태양과 너무 가까워진 나머지 그와 날개를 붙여주던 밀납이 녹아내려 땅에 떨어져 죽게 된다. 다이달루스는 날개의 ‘나는 기능’에 관심을 쏟았을 뿐 감옥을 탈출하게 된 이카루스의 열망을 간과해 아들의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날개가 인간이 만드는 기계를 상징한다면 이카루스의 열망은 감성을 상징한다. 그럼에도 다이달루스는 인간의 감성을 고려하지 않고 기계의 기능만을 강조한 설계를 했다. 인간과 기계의 조화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예다.

인간공학은 인간의 편의를 위한 기계적 환경과 그 수혜를 받는 인간이 사이좋게 어울릴 수 있도록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를 위해 인간의 특성이나 한계를 측정해 만들어진 수치적인 자료를 제품이나 서비스 디자인에 적용한다.

인간공학은 20세기 초 영국에서 산업 혁명과 대량생산 과정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신체적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생겼다. 미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공군 조종사들의 오조작을 막아 인적 자원을 보호하고 전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는 80년대 초에 인간공학회가 생겨 세계에서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다음으로 많은 회원을 갖고 있다.

인간공학은 크게 인체공학과 감성공학으로 나눈다. 인체공학은 인간의 신체의 특징 분석 및 활용을 연구한다. 인체공학은 인간의 몸에 작용하는 힘이나 부하에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사람의 힘이 심리 상태에 따라 다르게 몸에서 받아들인다는 사실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체공학연구센터는 인간 신체의 기울어짐 정도를 감지하는 Gyro센서, 가속도 측정 센서 등을 사용해 움직임의 크기, 속도, 가속도 등을 측정하고 신체의 움직임을 관찰 한다. 또 이 센서들은 몸에서 나오는 각종 생리신호와 사람들의 피로나 긴장 정도를 측정해 신체의 움직임과 인간 심리와의 상관관계를 찾고 있다. 현재 작업자나 운동선수의 상체와 엉덩이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3차원으로 측정할 수 있는 척추골반측정프로그램(SPM)을 개발해 더욱 구체적인 움직임 측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학교 기계공학과 첨단로봇연구팀이 개발한 헥사(HEXAR)는 사람의 근력구조와 행동양식에 맞춰서 근육의 움직임을 고려해 만들어졌다. 근육과 신경 등 세포가 흥분에 의한 변화를 검사하는 근전도 신호와 무게에 따라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근경도 신호 검사, 힘 센서(Road cell)를 붙여 힘을 줄때 근육의 어떤 부분이 반응하는지 감지하는 검사를 통해 움직임을 수치화했다.

한정수<한성대ㆍ기계공학과> 교수는 “군사용과 산업용에서 나아가 기계 관절을 자유자제로 움직일 수 있게 해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인공관절 및 재활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 공학은 단지 인간의 신체적 구속을 벗어나게 하는 수단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인간의 감성을 다루는 감성공학은 아날로그적인 인간의 감성을 기계인 디지털로 표현해 인간과 공학의 조화를 모색한다.

감성공학은 생체측정, 인지공학을 포함한 인간감성 특성파악 기술, 산업디자인과 인공현실감 등 감성디자인 기술, 신경망기술 등 오감센서 및 감성처리 기술 등으로 구분돼 연구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1987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인간공학 연구실이 설립됐고 1992년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선진 7개국(G7) 후보 과제로 감성공학이 선정돼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감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기에 신뢰성을 아직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감성공학은 감성적으로 복잡한 인간이 조직이나 사회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살 수 있는지를 다루는 ‘조직 인간공학’을 포용해 신뢰성을 얻고자하고 있다.

인체공학 연구센터장 김정룡<공학대ㆍ기계정보경영공학부> 교수는 “많은 선진국들이 인간공학을 필수적으로 가르치고 산업체에서 활용하고 있다”며 “인간공학은 과학과 공학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손수정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