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꿈속에서는 매일 찾아오지”
“우리 아들? 꿈속에서는 매일 찾아오지”
  • 유광석 기자, 서정훈 기자
  • 승인 2008.10.12
  • 호수 128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거노인 문제, 다양한 사회계층 관심 필요해

 

노부부에게는 자식이 있었지만 아무도 그들을 모시려 하지 않았다. 정부 지원금을 받으려 했지만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국가에서는 그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노부부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폐휴지 줍기와 봉투 접기로 생활을 이어 나갔다. 하루 종일 거리를 돌아다니며 상자와 빈병을 주워도, 밤새 한 자리에 앉아 봉투를 붙여도 노부부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노부부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할머니가 갑작스레 치매에 걸린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극진히 보살폈다. 매일 아침 음식을 떠먹이고 대소변을 받아냈다. 낮에도, 밤에도 할아버지는 할머니 걱정뿐이었다. 근 1년간 할머니 병수발을 도맡아 하던 할아버지는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그래도 자식들에게 폐휴지를 줍고 봉투를 접어 마련한 250여만원의 장례비용을 남겼다. 자신을 버린 자식들이었지만, 할아버지는 마지막까지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달력 뒷장에 짧은 유서를 남겼다. 자신들을 내버려 둔 자식들에 대한 원망도, 신세에 대한 한탄도 없는 유서였다.
‘살만큼 살고 둘이서 떠나니 너희들은 너무 슬퍼하지 마라’

통계청과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는 2003년을 기준으로 396만9천여 명으로 총 인구의 8.3%를 차지한다.
이 중 독거노인 수는 1998년 49만4천695명에서 2003년에는 64만3천544명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독거노인 수가 100만 명이 넘었다는 말도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독거노인 지원사업, ‘겉핥기’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늘어나는 독거노인 인구에 대한 대책으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노인일자리사업 ▲노인복지시설 ▲노인자원봉사활성화 ▲치매 및 안검진 사업 ▲독거노인생활관리자 파견사업 등이다.

이 중 독거노인들의 안전 확인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는 독거노인생활관리자 파견사업은 서울시 노인인구의 14.7%에 해당하는 12만5천여 명이 수혜를 받고 있다.
하미희<보건복지가족부ㆍ노인지원과> 주무관은 “5천232명의 관리자들이 독거노인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며 “주 활동은 안전 확인, 서비스 연계 및 조정, 생활교육이며 불필요한 서비스의 중복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 정부가 시도하는 방안들이 다방면에 걸쳐있는데도 불구하고 노인복지정책과 독거노인 관련 사업이 ‘겉핥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확실치 않은 ‘독거노인’이라는 개념으로 인해 수혜 대상이 불분명한데다 독거노인의 가장 큰 문제로 손꼽히는 ‘외로움’이라는 측면 역시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A는 현 정책에 대한 제언으로 “많은 독거노인들이 ‘살아도 할 것이 없다’라는 얘기를 한다. 정부는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 중 ‘말동무’와 같은 사업이 실제적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천종열<한국이웃사랑나눔회> 이사장은 “대부분의 독거노인들은 낯선 사람이 말을 거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며 “근본적인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그런 도움보다 이삿짐 나르기 등 실질적인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봉사자들이 ‘말동무’와 같은 봉사를 하기 위해 노인의 집을 방문하면 노인이 집에 없는 경우도 대다수다. 노인들이 봉사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우대권을 이용해 지하철을 타는 등의 시간을 더 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양가족 있는 노인, ‘가장 어려워’
정부가 시행하는 다양한 혜택을 독거노인 모두가 받을 수 없는 것도 문제다. 독거노인은 부양가족의 생존여부에 따라 크게 두 계층으로 나눠진다. 월 40만 원의 정부지원금은 부양가족이 없거나 모두 사망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양가족이 있다면 가족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더라도 서류 상 부양가족이 기록돼 있다는 이유 때문에 지원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부양가족이 있는 노인들은 타인의 도움을 꺼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자식에게 버림받은 독거노인일수록 도움의 손길을 거부한다. ‘자식에게 피해를 끼칠까봐’가 가장 큰 이유다.
천 이사장은 “가족이 있지만 ‘요즘처럼 어려운 상황에 자신 하나라도 없는 것이 자식들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노인도 많다”며 “이와 같은 현실이 사람들에게 알려져 자식들 얼굴에 먹칠할까봐 말도 못하는 노인도 많다”고 상황을 전했다.
 
또 천 이사장은 “부양가족이 없는 노인은 정부나 시민단체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있어 일부 독거노인의 경우는 지원품이 집에 쌓여있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부양가족에게 버림받은 독거노인은 정부 지원금도, 시민ㆍ사회단체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흔히 TV에서 볼 수 있는 어려운 독거노인의 모습은 대부분 의 경우, 부양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홀로 살아가는 노인들의 모습이라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관심’
진훈<사당종합사회복지관> 대리는 “독거노인 문제에 대해 정부차원의 지원책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지역사회가 나서서 관심을 가지고 해결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지역별 사회복지관과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독거노인문제에 대한 해결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실제로 동작구에서는 독거노인이 돌연사 하는 일이 많이 발생했다. 따라서 사당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천사넷’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동작구 내 독거노인을 관리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을 통해 독거노인관련 문제 발생을 해결하려는 취지다. 진 대리는 “독거노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르신들에 대한 관심이다”고 전했다.

서울시 성동구에서 홀로 사는 할아버지는 말했다.
“혼자 사는 것이 특히나 힘들 때가 있어. 그때 내가 항상 꾸는 꿈이 있다고. 그 꿈은 내 아들놈이 손주새끼들 손을 잡고 우리 집으로 걸어 들어오는, 그런 꿈이야. 참…많이 보고싶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황예도 2023-08-01 18:33:21
이 글은 독거노인들의 어려움과 정부 지원 정책의 한계를 잘 보여줍니다. 노부부의 사연은 마음 아픈 상황이며, 노인들의 외로움과 부양가족과의 관계에 대한 문제점이 강조됩니다. 정부와 지역사회의 노인복지 정책이 더욱 실질적이고 개별적인 도움을 제공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독거노인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