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때문에 학교가 엉망이다.
쥐 때문에 학교가 엉망이다.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9.28
  • 호수 1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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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교내에 쥐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밤이 되면 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식중독균과 쓰쓰가무시병을 비롯한 각종 해로운 것들을 옮기는 쥐이기에 그 수가 많은들 뭐가 문제냐는 분은 없을 것이다. 일전에 어떤 분이 자유게시판에 올렸던 쥐 관련 민원에 대한 관재과의 답변을 본 일이 있다. 그 내용을 옮겨보자면 쥐떼의 출몰 원인은 하천이 인접한 지리적 위치에도 있지만 야외에서 음식물을 먹고 함부로 버리는 교내 문화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설명이었다. 그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는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

  외부음식을 교내로 배달해 먹는 사람이 무척 많다. 학생식당과 같은 편의시설이 있다고는 해도 메뉴가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음식의 뒤처리에 있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음식물 찌꺼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 됐다. 야외나 실내의 휴식공간에서 누군가가 조금 전까지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잔여물이 남아 있는 것을 보는 것도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비료로 쓰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어이없는 생각에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먹다 남은 음료수나 술을 나무와 잔디에 붓는 것을 목격한 적도 있다.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팀 버드송 교수님은 교내에서 유명인사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분이 외국인이라는 점, 교수라는 신분임에도 쓰레기를 줍는다는 것에만 주목하고 우리학교를 뒤덮고 있는 쓰레기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교내에서 주운 쓰레기를 모아 애지문 앞에서 가끔 전시(?)하는 교수님의 행동을 보고 반성을 하기보다 그냥 웃고 지나가는 이들도 많다.

 어쩌다가 이렇게 무감각해진 것일까?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고 치우지도 않는 것이 별 새삼스럽지 않게 된 것을 보면서 오래 전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면 실천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그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 경고들을 무시하는 게 단지 더 편하기 때문일까? 불편한 진실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니다. 불편한 진실들을 자꾸 외면한다면, 그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고 점점 더 커진다." 엘 고어, 「불편한 진실」

 쥐가 늘어나고, 교내 환경이 지저분해지는 것에서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교내 쓰레기 처리비용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이것은 우리의 등록금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어째서 그동안 등록금 동결에 대한 외침은 있었으되 이런 간단한 문제에 대한 움직임은 없었을까. 막상 써놓고 보니 괜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문제는 딱히 새로울 것도 없는 ‘불편한 진실’이고, 글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잊혀 질 것이기 때문이다.


김건규<법대ㆍ법학과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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